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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Apr 14. 2024

[영국 시대극] <다운튼 애비> 시즌 4

1. 다운튼 애비의 개혁과 메리의 서사

시즌 3에서 할리우드 진출로 인해 하차한 매튜 역할의 배우 댄 스티븐스의 영향을 받아 극중 매튜는 교통사고로, 시빌은 출산 중에 사망하였다. 이에 시즌 4에서 다운튼 애비는 사뭇 새로운 분위기가 흐른다. 그리고 시즌 4에서 남겨진 다운튼 애비의 사람들은 더욱 더 많은 개혁을 시도한다.


종전 후 귀족 가문들마저도 영지 등 경제적 손실을 입고 다운튼 애비도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매튜의 유언으로 메리는 다운튼 애비의 재산의 반을 소유하게 된다. 메리는 남편 없이 홀로 아들 조지를 키워야 하는데, 아직 조지가 어리기 때문에 메리가 대신 다운튼 애비의 운영과 개혁에 나서는 여성 서사가 그려진다.


이때 브랜슨이 메리를 도와주면서 두 사람은 다운튼 애비의 자급자족을 꿈꾼다. 그들은 몇 세대 동안 소작농들이 관리해온 영지 중 세가 밀린 곳은 다운튼 애비가 직접 경작하는 시스템을 도입한다. 하지만 이것은 오랜 기간 고향 땅에서 일해온 소작농 가문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그랜섬 백작은 가장 오래 농사를 지어온 가문에게는 특별히 계속 소작농으로서 땅을 경작할 수 있도록 허락해준다.


이 에피소드는 과거에 대한 존중도 있어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그랜섬 백작의 말처럼 과거와 미래, 전통과 변화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불어 그간 보수적인 듯 보였던 메리가 브랜슨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다운튼 애비에 돼지 농장을 설치하고, 돼지를 살리기 위해 흙을 뒤집어쓰며 일을 배우는 모습도 극에 재미를 더한다.


2. 기술의 도입과 귀족 가문 일자리의 변화

이번 시즌에서는 경제의 변화만큼이나 기술의 변화도 돋보인다. 이전 시즌들에서는 전기 정도만 소개되었지만, 이번 시즌에서는 부엌의 토스터기, 믹서기, 그리고 냉장고, 재봉틀 등 다양한 신문물이 등장한다. 그러면서 다운튼 애비의 주방을 담당하는 팻모어 부인 등은 새로운 기계에 두려움을 느끼면서 그들의 일자리가 대체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오늘날 인공지능이나 빠른 기술의 발전 속도 앞에서 일자리 대체를 염려하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닮은 듯해 흥미롭다. 하지만 결국 기술은 다운튼 애비의 편의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시대가 변화하면서 결국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이것은 다운튼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 종전 후 군인으로 복무하던 청년들이 다시 사회에 돌아오면서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진 것이다. 이에 모슬리 씨와 같은 캐릭터들은 이전에는 매튜의 수행인으로 일했지만 이제는 빚을 갚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다운튼 애비의 하인으로 일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것은 실제로 종전 후 경제적 축소를 하면서 많은 하인들을 고용하기 어려웠던 당대 귀족 가문의 상황을 반영한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또한 극중 하녀들도 새로운 하녀들을 단기 고용하는 식으로 바뀌면서 그간 오랜 세월 한 가문을 평생 모시는 하인들의 이야기도 변하게 된다.


3. 브랜슨의 변화

다운튼 애비에서 브랜슨은 열린 서사를 보여주는 중요한 인물이다. 시즌 3에서 시빌이 아이만 남기고 떠나자 브랜슨은 다운튼 애비에서 더욱 큰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다운튼 애비와의 연결고리인 아내가 사라졌기 때문에 브랜슨은 가족의 일원이라고 완벽하게 느끼지 않으면서도 예전처럼 아일랜드 공화국을 지지하던 평민의 삶에서 멀어졌다.


그래서 그는 딸 시빌이 편견 없이 자라도록 미국 이민을 꿈꾸지만 계속 다운튼에 남기로 한다. 하지만 토마스 등 하인들과 몇몇 마을 주민은 브랜슨의 신분 상승을 인정하지 않고 브랜슨은 귀족 사회에 완전히 포용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 여전히 정체성 고민을 치열하게 하고 있는 브랜슨도 다시금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지 궁금하다.


4. 이디스의 여성 서사

그동안 첫째 딸 메리와 셋째 딸 시빌의 비중이 컸다면 이번 시즌부터는 둘째 딸 이디스의 비중이 높아진다. 그녀는 혼전 임신을 다루는 캐릭터로서 <다운튼 애비>의 당대 시대상을 고려할 때 파격적인 설정임을 알 수 있다. 당시 영국 사교계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혼인 전 같은 공간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풍문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디스는 스케치라는 신문사에 칼럼을 기고하는데, 그곳의 편집장 마이클과 이전 시즌에서보다 더욱 진지한 사이가 된다. 하지만 마이클은 국가가 인정하지 않는 이혼 사유를 가진 부인 때문에 이디스와 함께할 수 없게 되자, 그의 이혼이 받아들여지는 독일까지 이주해 이디스와 결혼하고자 한다. 이러한 마이클의 마음에 감동한 이디스는 마이클과 하룻밤을 보내지만, 이디스는 평판을 걸고 마이클과의 삶을 선택해야 할 기로에 선다. 풍문을 두려워하던 이디스는 급기야 혼전 임신을 하게 된다.


더 나아가 마이클이 독일 뮌헨에서 의문스럽게 실종되자 이디스는 홀로 아이에 대한 선택을 내린다. 이디스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머물며 가족들 몰래 아이를 낳고, 이 아이를 다운튼 애비의 소작농인 드류 씨의 집에 몰래 입양 보낸다. 이디스는 당시 남편 없이 홀로 아이를 키워야 할 때, 특히 평판과 가문의 명예를 생각해야 하는 귀족 영애가 홀로 아이를 낳을 경우 많지 않은 선택지를 보여준다.



이처럼 <다운튼 애비> 시즌 4는 전쟁의 그림자에서 벗어났지만 일자리의 축소와 영지 개혁 등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그랜섬 백작 가문의 이야기를 상세히 그려낸다. 그러면서도 신분제를 다루는 브랜슨의 이야기와 미혼모의 삶 및 여성 커리어를 다루는 이디스의 이야기, 가문의 리더가 된 메리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진보적인 <다운튼 애비>의 현대적 서사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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