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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Apr 20. 2024

[영국 시대극] <다운튼 애비> 시즌 6

1. 귀족의 몰락 & 하인 계층의 변화

변화한 다운튼 애비

시즌 6에서 1925년이 되자 영국의 많은 대저택들은 가문의 물건들과 함께 경매에 부쳐진다. 명문가마저 이제는 기존과 같은 지위나 경제적 수준을 누리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를 통해 1925년이 되자 더 많은 시대적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점점 많은 하인들과 하녀들이 해고된다. 기존에는 집사, 보조집사,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하인, 수행인, 마님 시종, 요리사, 정원사 등 수많은 직책의 하인들이 저택에서 일했다면 이제 귀족들은 영지와 대저택, 그리고 수많은 직원들을 포기해야 하는 경제적 상황에 직면한다. 여기에는 전쟁 이후 인력이 귀해지면서 직원들의 급료가 오른 것도 한몫한다.


오픈 하우스로 저택을 공개하는 다운튼 애비

특히 다운튼 애비와 같은 대저택은 관리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드는 한편 수입을 창출하는 규칙적 수단은 없기 때문에 다운튼 애비는 정기적으로 집을 개방해 마을 주민들로부터 자금을 제공받는 방법을 고민한다. 사람들은 귀족들의 생활방식과 문화적 수집품을 볼 수 있고 다운튼 애비는 자급자족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간다는 점에서 저택 공개는 윈윈의 방법이다.


저택의 하인들뿐 아니라 이전 시즌의 소작농이었던 드류 씨와 비슷하게 데이지의 시아버지인 메이슨 씨도 대를 이어 소작농으로 일해온 농장에서 쫓겨난다. 이에 다운튼 애비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직접 농지를 경작하고 농가에 세를 주는 것이 그랜섬 가에게는 더 경제적인 방법이지만, 다운튼 애비는 평생에 걸친 파트너십을 맺어온 소작농들에게는 관용을 보인다.


모슬리 씨

이처럼 귀족 가문의 입지는 낮아졌지만 그만큼 아랫층 사람들의 이야기는 강화된다. 이전 시즌에서 교육에 눈을 뜬 데이지처럼 모슬리 씨 또한 가장 많은 개인적 도약을 겪는다. 그는 데이지를 성심껏 돕던 중 학교 교사의 눈에 띄게 되어 다시금 교육을 제공받을 기회를 얻는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모슬리 씨는 오랫동안 그의 꿈이었던 선생님이 되면서 자아실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하인 출신이었다는 것을 고백하면서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피력하는데, 그 대사가 인상 깊어 소개한다. ‘교육은 특권을 가진 상류층에게만 제공되는 것이 아니고, 홀로 독학하는 것보다 교육을 받는 것은 꿈을 향한 지름길이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교육은 사람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며,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시즌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2. 커리어 전면에 나서는 여성 & 새로운 사랑

메리와 브랜슨

이번 시즌에서는 그랜섬 가의 여성들이 커리어 전면에 나선다. 먼저 메리는 귀족의 딸은 일할 수 없다는 편견을 깨고 직업을 찾는다. 특히 메리는 스타일 변화를 통해 새로 바뀐 캐릭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녀는 머리를 단발로 컷하고 남성들과 함께 승마에 도전한다. 예전에 여성들은 말을 탈 때 다리를 모아서 옆으로 탔지만 이제 메리는 바지 형태의 승마복을 입고 정자세로 다리를 벌려 남성들과 똑같이 말을 탄다.


그녀는 외적 변화뿐 아니라 커리어에 있어서도 꿈을 펼치는 동시에 집안의 의무를 다한다. 메리는 남성들이 주로 맡았던 다운튼 애비 사유지의 관리인이자 대리인 역할을 한다. 이후 제부 브랜슨이 미국에서 돌아오자 그와 함께 메리는 다운튼 애비의 경제적 자급자족을 꿈꾸고, 그랜섬 백작이 지병으로 인해 쉬게 되자 메리는 영지 경영의 전면에 나선다. 남성이 가장이었던 당대 귀족 영지를 고려해볼 때 픽션이 더해진 메리의 스토리는 여성 인물에 효능감을 부여하는 서사이다.

메리와 헨리

그리고 메리는 새로운 사랑을 맞이한다. 이전 시즌에서 그녀가 만난 적 있는 헨리 톨벗은 섀클턴 부인의 조카이자 카레이서이다. 헨리는 과거 다운튼 애비의 상속인이었던 매튜와는 신분 차이가 큰 인물이다. 그래서 메리는 헨리에게 큰 매력을 느끼지만 그의 구애를 적극적으로 거절한다. 그 이유는 헨리는 물려받을 직위나 재산이 전혀 없는 반면, 메리와 아들 조지는 다운튼 애비의 절반이 넘는 재산과 저택, 영지를 물려받을 상속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신분과 재력의 차이는 그저 표면적 이유였다. 사실 메리가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헨리 톨벗이 자동차 운전 선수라는 점이었다. 그는 메리에게 과거 매튜의 차 사고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이렇게 메리가 진심을 드러내는 장면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처음으로 메리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이러한 어려움을 딛고 메리가 최종적으로 헨리 톨벗의 청혼을 받아들일 때 ‘결혼의 평등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 결혼은 평등한 지위나 재산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 ‘힘과 열정'에 있어서 같은 결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는 메리의 대사이다. 이것은 시빌과 브랜슨에 이어 신분을 넘나드는 사랑에 대해 말하는 <다운튼 애비>의 서사를 그대로 유지하는 스토리이다. 메리와 헨리는 새로운 자녀를 임신하면서 다운튼 애비의 주인으로서 새로운 미래를 그린다.


이디스

그리고 이디스와 메리는 여섯 시즌을 통틀어 기적적으로 화해한다. 그들은 맞지 않는 성격 탓에 자주 다투며 드라마틱한 서사를 보여줬었다. 하지만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는 이디스의 한 마디가 핵심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 결국 가족들에 대한 기억을 공유할 사람은 이디스와 메리라는 것, 그 공유된 기억이 서로에 대한 혐오보다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렇게 메리와 헨리의 결혼식 날 이디스가 찾아와 나눈 대화를 보면, 두 자매의 오랜 갈등이 해소되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이디스도 메리만큼 커리어의 큰 도약을 이룬다. 특히 그녀는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자수성가하는 여성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여성 서사를 형성한다. 이디스는 마이클의 뜻을 이어받아 잡지사 스케치를 소유하게 되고, 남성 편집장이 여자인 자신 밑에서 일하는 것을 싫어하는 모습을 보고 여성 편집장을 고용하는 획기적인 시도를 한다. 그 후에도 이디스는 여성용 잡지 편집에 직접 관여하고 상담 칼럼도 신설하는 등 잡지사의 발전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한다. 특히 상담 칼럼 작가인 ‘카산드라 존스 양'이 알고 보니 그랜섬 대부인 저택의 집사 스프래트 씨라는 반전이 드러나면서 작가의 필력은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이 묘사된다.


이디스와 버티

한편 이디스도 새로운 사랑을 만난다. 그간 이디스는 언니 메리와 달리 구혼자에 있어서 운이 별로 없었다. 앤서니 스트랄란 경은 나이가 많아서, 마이클 그렉슨은 타살되어서 이디스는 오랜 시간 홀로 남았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행운이 찾아온다. 바로 버티 팰햄이다. 놀랍게도 버티는 브랜캐스터 성의 새로운 소유주가 되고, 핵섬 후작이 되면서 높은 지위를 얻게 된다.


이것만 보면 이디스와 버티는 축복받은 듯하지만 그들 앞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바로 메리골드이다. 이디스는 메리골드가 자신의 딸이라는 것을 버티에게 털어놓지 못하고, 대신 이디스의 행복을 시기했던 메리가 버티에게 메리골드의 진실을 털어놓는다. 이것 때문에 두 자매 간의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버티는 이디스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디스에 대한 깊은 사랑을 직감하고 다시 이디스에게 찾아온 버티는 이디스에게 청혼하고, 두 사람은 브랜캐스터 성의 미래가 되어 결혼한다. 시즌 내내 사랑에 있어 메리보다 운이 없었던 이디스도 비로소 행복해지는 결말은 다운튼 애비의 시청자들에게도 반가운 이야기이다. 메리는 다운튼 애비를, 이디스는 브랜캐스터 성을 이끌 것이다.


3. 해피 엔딩

카슨과 토마스

그리고 다운튼 애비는 6개의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해피엔딩을 맺는다. 먼저 이소벨 부인은 머튼 씨를 홀대한 아들 내외와 손절하고 머튼 씨와 결혼하면서 제 2의 삶을 꾸려나간다. 그리고 카슨 씨는 이디스의 할아버지 때부터 하급 하인으로 일을 시작해 오랜 시간 다운튼 애비의 집사였지만, 노환으로 인해 집사직에서 물러난다. 이후 그는 그간 동성애와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고통받았던 토마스 바로우에게 집사 자리를 넘겨주면서 토마스에게도 새로운 삶의 목적을 부여한다.


안나와 베이츠 씨

그리고 이전 리뷰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메리의 시녀인 안나와 그랜섬 백작의 수행인인 베이츠 커플은 첫 아들 조니를 순산한다. 특히 안나가 메리의 침대에서 출산하는 장면은 다운튼 애비가 보여주는 메시지와 일치한다. 역사적으로 하인이 모시는 마님의 방에서 출산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지만, 다운튼 애비에서는 귀족들과 직원들이 서로를 아끼는 가족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다운튼 애비가 시즌 내내 추구하고자 했던 가치관과 안나의 이야기는 일맥상통한다.


이렇게 그랜섬 가와 다운튼의 직원 모두 해피엔딩을 맞으면서 시즌은 성공적으로 막을 내린다. 이후 영화 2편이 다운튼 애비의 이야기를 이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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