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튼 애비> 영화는 시리즈를 사랑했던 시청자들에게 후속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번 영화의 핵심은 국왕 부부가 다운튼 애비를 방문하는 스토리이다. 오리지널 시즌에서 나왔듯이 크로울리 가문과 다운튼 애비 아랫층 사람들의 열린 서사가 영화의 핵심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역시 점점 입지가 달라져가는 귀족들의 삶이 드러난다. 특히 드라마 속에서 왕실 재봉사 중 러튼 양이라는 인물이 다운튼 애비의 귀중품을 훔친 것을 들켰을 때 ‘왜 귀족들은 이 많은 것을 가져도 되고, 나는 안 되느냐,'라고 말하는 대사는 이전까지 당연시되었던 특권층의 소유에 대해 평민이 질문한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러튼 양의 대사를 보면 당시 귀족들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다운튼 애비의 가족들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한다. 먼저 메리는 국왕과 왕비를 맞이하는 행사를 준비하면서 겉으로 보이는 형식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삶에 회의를 느낀다. 그녀뿐 아니라 동생 이디스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는 귀족의 의무에 회의감을 느낀다. 그녀는 두 번째 아이 피터를 출산할 예정이지만 남편 버티는 출산 시기에 맞춰 국왕이 권유한 해외 순방에 나서야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운튼 가문은 변화에 어려움을 겪지만 이를 유연하게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맞이한다. 먼저 그랜섬 대부인은 다운튼 애비를 메리에게 상속하는 결정을 내린다. 대부인 역을 맡은 배우 매기 스미스의 일신상의 이유로 하차하는 뉘앙스를 주면서 이러한 스토리가 그려진 듯 하다. (하지만 다행히 영화 2편에도 그랜섬 대부인은 등장한다) 대부인의 말을 빌리면 메리는 ‘다운튼의 미래'이고, 안나의 대사를 인용하자면 ’다운튼 애비는 요크셔 카운티의 심장이자 메리는 그 심장을 뛰게 하는 동력'이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여전히 장자 상속이 일반적이었기에 드라마에서 남성이 아닌 여성에게 저택을 상속하는 것은 여성 서사를 확장시키는 가상의 설정이다. 비록 실제 역사는 그렇지 않았지만 다운튼 애비는 상상력에 기반했다. 오리지널 시즌에서는 매튜 같은 남성 상속자가 필요했으나 시즌 후반부와 영화에서 메리에게 저택을 물려주는 설정은 변화된 귀족들의 생각을 보여주는 효과적인 스토리이다. 특히 전통을 고수했던 그랜섬 대부인이 손녀에게 저택을 물려주는 것이야말로 다운튼 애비가 새로운 미래를 받아들였음을 보여준다.
앞서 시즌 6 이후 메리는 매튜 사이에 낳은 아들 조지뿐 아니라 헨리 사이에 새로운 딸 캐럴라인을 낳았는데, 자녀들과 함께 메리와 헨리는 다운튼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것이다. 이디스의 남편 버티 또한 국왕과 왕비의 허락 하에 순방에서 제외되고 이디스의 출산과 양육을 도울 수 있게 되었다. 다운튼 애비는 영국 시대극이고 픽션이다 보니 왕실과 귀족 가문 또한 엄격한 전통보다는 유연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두 자매뿐 아니라 브랜슨의 삶에도 큰 변화가 생긴다. 이전 시즌들에서 새로운 짝을 찾지 못했던 브랜슨도 이번 영화에서 ‘루시 스미스'라는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 루시는 왕실 직원인 '모드' 부인의 시종인 듯 보이지만 사실 루시는 모드 부인의 숨겨진 딸이라는 반전이 있다.
이처럼 루시와 브랜슨은 서로 많이 닮아 있다. 브랜슨도 과거에는 아일랜드 공화주의자이자 운전수였지만 이후 다운튼 애비의 일원이 되었고, 루시 또한 시종으로 살았지만 상속에 대한 권리가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출발 지점은 낮았지만 노력으로 신분 상승을 이룬 캐릭터들이고, 극중에서도 두 사람은 서로 많은 부분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사랑을 약속한다.
이처럼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며 2편의 뉘앙스를 약간 풍긴 이번 영화에서도 많은 인물들의 상황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한다. 먼저 시즌 6에서 연인이 된 데이지와 앤드류는 이제 결혼을 약속한다. 그리고 시즌 6에서 노환으로 다운튼 애비의 집사직에서 물러난 카슨 씨는 영화의 왕실 행사 때 잠시 집사직을 다시 맡으면서 또 한 번 보람을 느낀다.
한편 카슨 씨에게 일시적으로 집사 자리를 양보한 토마스는 이번 영화에서 비로소 그의 사랑을 찾는다. 이전까지 동성애자로서 짝을 찾지 못해 다운튼 애비의 남자 직원인 알프레드, 지미 등에게 오해를 받던 토마스는 왕실의 수행인 중 ‘엘리스 씨‘라는 인물과 함께 같은 마음을 확인한다.
특히 결혼한 사이가 된 카슨과 휴즈 부인이 엔딩씬을 찍었는데, ‘시간이 흘러도 다운튼은 그대로일 것이고 크로울리 가도 그대로일 것이다'라는 카슨 씨의 대사와 함께 영화는 마무리된다. 이처럼 역사와 상황이 변화하는 방향 속에서도 다운튼 애비는 나름의 모습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결말을 통해 영화는 스토리의 일관성을 표한다.
이처럼 역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며 메리가 이끄는 새로운 미래를 약속한 다운튼 애비. 2편에서도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하다.
참고한 링크:
https://pacificlegal.org/downton-abbey-womens-property-righ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