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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Apr 28. 2024

[영국 시대극] <다운튼 애비 : 새로운 시대>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은 드라마 <다운튼 애비>는 6개의 시즌과 1편의 영화 이후에도 속편을 내며 다시 극장으로 돌아왔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중인 <다운튼 애비: 새로운 시대>는 1920년대 영화계와 프랑스라는 색다른 설정을 통해 또 한 번 크로울리 가의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간다.


1. 1920년대 영화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다운튼 애비가 영화 촬영 현장으로 변한 것이다. 다운튼 애비에는 ‘잭 바버’라는 영화 감독이 찾아와 다운튼 애비를 영화 촬영의 배경으로 쓸 수 있는지 메리와 이디스의 허락을 맡는다. 잭 감독이 제안한 영화의 스토리는 유니버설 코드에 맞게 두 남녀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인데, 배경은 도박장으로 다소 생소한 설정이다. 하지만 다운튼 애비는 대저택을 유지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랜섬 백작과 카슨 씨의 반대에도 메리의 의견대로 한 달 간 영화 촬영 현장으로 변화한다.


이러한 에피소드는 실제로 1920년대 영화 산업 및 기술의 변화를 사실적으로 보여주며 다운튼 애비에 역사적 성격을 더한다. 당시에는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과도기였기 때문에 배우와 감독 모두에게 끊임없는 새로움이 요구되었다. 특히 유성 영화를 제작하고 녹음을 할 수 있는 음향 기술자는 당대 새로운 핵심 인력이자 유망 직업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기술의 변화는 기존의 제작진에게는 넘어야 할 산이었다. 우선 무성영화는 간단한 액션과 제스쳐를 취하면 대사는 화면에 따로 제시되었기 때문에 배우의 발성이나 연기력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보다는 배우의 외모나 화면에 보여지는 화려함이 우선시되었다.


하지만 유성영화로 넘어가자 배우들은 명확한 발성과 듣기 좋은 목소리, 그리고 대사와 함께 부각되는 연기력 등 실제 ‘실력’이 요구되었다. 이 때문에 발성이 좋지 않거나 카메라 앞에서의 인위적인 연기에 익숙한 기존 배우들은 그들의 한계를 직면했다. 극중 여배우 ‘머나 달글레이시’ 양과 남배우 ‘가이 덱스터’ 또한 같은 경우였다.


특히 머나는 독특한 억양과 앙칼진 목소리 때문에 유성영화에서 대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결국 메리가 그녀의 목소리를 대신 녹음한다. 다운튼 애비의 새로운 주인 메리가 이제 연기까지 역할을 확장한 모습은 유머러스하다. 실제로 메리 역을 맡은 배우 ‘미셸 도커리’가 목소리가 좋고 노래도 잘 하는 배우로 알려져 있는데, 이것처럼 극중에서 메리도 녹음은 처음 맡는 일이지만 그에 무색하지 않게 영화 촬영을 해내는 모습을 통해 메리의 유능함이 드러난다.


2. 시간 속에 엇갈린 사랑

한편 이야기는 영화뿐 아니라 또 다른 하나의 축, 바로 남부 프랑스의 별장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이러한 스토리의 뒤에는 그랜섬 대부인의 옛사랑이 있다. 예전 그랜섬 대부인이 결혼하기 전 남부 프랑스에서 ‘몽미라일 백작’이라는 인물과 만나 잠시 사랑을 나누었는데, 몽미라일 백작은 평생 바이올렛 그랜섬 대부인을 잊지 못하고 그녀를 마음에 품어왔다. 그래서 그는 유언장에 남프랑스의 별장을 바이올렛에게 상속했고, 대부인은 이것을 브랜슨의 딸 시빌에게 상속한다.


이렇듯 우연히 대부인의 과거 사랑 이야기가 밝혀지면서 메리와 팻모어 부인, 데이지, 안나, 모슬리 씨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크로울리 가 식구들과 다운튼 애비의 하인들은 남프랑스로 여행을 떠난다. 그간 오리지널 시즌들과 영화에서는 영국이 배경이었다면, 남프랑스 리비에라의 화창한 날씨는 다운튼 애비의 이야기에 새로운 분위기를 준다.


남프랑스에서는 그랜섬 대부인의 이야기가 마치 양파 껍질을 까는 것처럼 밝혀진다. 우선 몽미라일 백작은 평생 동안 바이올렛의 젊은 시절 사진을 작은 액자로 만들어 별장에 간직하였고, 그 사진 뒤에는 바이올렛에게 사랑을 맹세하는 편지를 넣어 두었다. 그리고 대부인과 백작이 만난 후 대략 9개월 후에 그랜섬 백작이 태어난 사실은 그랜섬 백작의 출생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게 한다.


이처럼 그랜섬 대부인의 이야기는 점점 미궁으로 흐르는 듯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훈훈하게 마무리된다. 비록 몽미라일 백작은 바이올렛과 헤어진 후 그의 부인과 사랑을 기반으로 한 결혼을 하지 못했지만, 유언장에 바이올렛을 넣음으로써 맺지 못한 사랑을 정리하였다. 그리고 그랜섬 대부인과 몽미라일 백작 간에는 어떠한 스캔들도 없었고, 그랜섬 백작은 그의 아버지의 친자식이 맞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크로울리 가의 정통성에 대해 제기되었던 물음표도 사라진다.


이처럼 그들의 이야기는 과거 정략결혼을 했던 귀족들 또한 인생에서 진실된 사랑을 해봤다는 것을 보여주고, 특히 엄격하고 냉정한 듯 보였던 그랜섬 대부인 또한 두 번의 뜨거운 사랑을 한 젊은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리지널 시즌에서 나왔던 러시아의 쿠라긴 왕자와 몽미라일 백작이 그녀의 처녀 시절 사랑이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보면 한번쯤은 앞뒤 재지 않고 사랑해 볼 수 있는 것도 젊은이들의 특권이라는 생각이 든다.


3. 로맨스의 결실

브랜슨과 루시

그랜섬 대부인뿐 아니라 다운튼 애비의 많은 캐릭터들이 또 다른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 먼저 이번 영화는 브랜슨과 루시의 결혼으로 시작한다. 전편 영화에서 모드 부인의 숨겨진 딸과 운전수 출신의 백작 사위로 만난 두 사람은 이제 새로운 사랑을 맺었다.


데이지와 앤드류/ 메이슨 씨와 팻모어 부인

더불어 전편 영화에서 결혼했던 데이지와 앤드류는 데이지의 시아버지인 메이슨 씨의 농장을 신혼집으로 꾸리며 그들만의 공간과 삶을 만들어 나간다. 그리고 며느리 내외에게 집을 내어준 메이슨 씨는 이전부터 묘한 기류가 있었던 팻모어 부인과 사랑의 결실을 맺으며 함께 팻모어 부인의 오두막으로 이사한다. 토마스도 가이와 사랑을 약속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미국으로 가고, 다시 카슨 씨가 다운튼 애비의 집사직을 맡는다.


모슬리 씨와 벡스터 부인

여러 인물들 중 가장 큰 로맨스는 바로 모슬리 씨와 벡스터 씨의 결혼이다. 오리지널 시즌에서부터 서로를 응원하고 지지해왔던 두 사람은 드디어 이번 영화에서 프러포즈하며 부부가 되기로 약속한다. (벡스터 씨 또한 다운튼 애비의 하녀이다) 특히 교육자라는 새로운 꿈을 찾았던 모슬리 씨는 이번 영화에서도 영화 시나리오 작가라는 새로운 적성을 찾으며 그의 꿈을 한 발짝씩 넓혀 나간다. 그리고 벡스터 양에게 모슬리 씨가 한 프러포즈는 영화 촬영을 소재로 전개된 작품답게 마이크를 타고 서재로 생중계되며 다운튼 애비 식구들의 환영을 받는다.


4. 새로운 시대, 그랜섬 대부인에 대한 추모

한편 <다운튼 애비: 새로운 시대>는 부제목에 맞게 오래된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즌 1부터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왔던 그랜섬 대부인은 극중 세상을 떠나며 다운튼 애비를 메리에게 물려준다. ‘에드워드 시대’부터 한 시대를 풍미하며 다운튼 애비의 기둥 역할을 해온 그랜섬 대부인의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것은 다운튼 애비의 애청자들에게도 쓸쓸함을 준다.


메리와 그랜섬 대부인

그녀는 <다운튼 애비> 시리즈에서 보수적이고 전통을 고집하는 캐릭터로 묘사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오랜 시간 인생을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주인공들에게 적재적소의 조언을 주기도 하였고, 집안의 문제를 해결하며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다운튼 애비와 크로울리 가를 지켜온 인물이었다. 이런 그녀가 떠나는 설정은 말 그대로 다운튼 애비도 과거의 시대가 가고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미래를 보여준다.


그래서 그랜섬 대부인의 장례식은 다운튼 애비가 그간 쌓아온 세월에 대해 기억하는 의미로 꽤 오랜 시간 동안 세심하게 촬영되었다. 실제로 그랜섬 대부인 역을 맡은 배우 ‘매기 스미스’ 씨가 일신상의 이유로 촬영이 어려워진 것과 더불어, 매기 스미스 배우는 영국의 국민배우이자 다운튼 애비의 배우들 모두가 존경하는 기라성 같은 배우이기도 하다. 이처럼 실제 배우와 극중 캐릭터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그랜섬 대부인의 떠남은 아름답게 묘사되고, 그녀는 여전히 다운튼 애비 응접실에 초상화로 남아 크로울리 가를 지킨다.


메리와 카슨 씨 / 이미지 출처는 하단 링크 참조

대부인 이후 다운튼 애비의 새로운 주인이 된 메리는 그녀의 책임감에 대해 두려움을 표한다. 하지만 카슨 씨는 메리의 강인함을 이야기하며 그녀를 위로하고 격려한다. 오리지널 시즌에서부터 나왔듯이 카슨 씨는 메리를 진심으로 아끼고, 메리도 카슨 씨를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한다. 예전부터 스토리상 힘이나 조언이 필요할 때 서로의 등이 되어주었던 두 사람은 이번 영화에서도 그러한 깊은 유대감을 보여준다.


5. 다운튼 애비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이처럼 그랜섬 대부인이 떠났지만, 코라 부인이 말하듯이 ‘크로울리 가의 일원들은 가지만 가문은 영원하다.’ 그리고 그것은 브랜슨과 루시 사이에 태어난 새로운 아이가 보여준다. 이 아이는 한 사람이 가고 새로운 한 사람이 태어나 크로울리 가를 이어가는 세대의 존속성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이제 다운튼 애비는 3편의 영화로 돌아올지, 또는 마무리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다운튼 애비: 새로운 시대>라는 제목에 걸맞게 10년 이상 이어온 ‘다운튼 애비’의 이야기도 어느 정도 마무리된 듯하다. 하지만 ‘다운튼 애비’의 애청자로서 만약 새로운 이야기가 있다면 또 어떤 새로운 챕터가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된다.



참조한 링크:

https://images.app.goo.gl/35hdyZqbro2izwTA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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