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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Apr 14. 2024

[영국 시대극] <다운튼 애비> 시즌 5

1. 아랫층 사람들 및 브랜슨의 열린 계층 서사

시즌 5에서는 신분제가 흔들리는 영국 사회의 모습이 드러난다. 당시에는 귀족들의 지위가 점점 작아지고 평민들의 목소리가 커지며 신분이나 계급 등의 경계가 더 많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대상황을 반영해 브랜슨도 예전의 자신을 되찾기로 결심하고 미국으로 이주해 자동차와 농기구 사업을 확장시킨다. 평민 출신이지만 귀족 집안에 포용되었던 브랜슨은 계층 간 사다리 이동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노동층의 정체성도 잃지 않는 캐릭터이다.


데이지

한편 브랜슨뿐 아니라 다운튼 애비의 주방에서 일하는 하녀인 데이지는 교육의 중요성에 눈을 뜨는 평민을 상징한다. 그녀는 이번 시즌에서 친분이 있는 과외 선생님에게 수학 과외를 받고 역사와 문화 등을 섭렵한다. 요리만 하던 데이지는 런던의 박물관이나 미술관도 직접 보며 문화생활이 귀족의 전유물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녀는 그토록 바라왔던 대로 세상을 보는 눈, 견문이 크게 확장되는 경험을 한다. 이러한 배움에 힘입어 데이지는 삶의 가능성을 더 넓게 펼치기 위해 문화가 풍부한 런던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다.


카슨 씨와 휴즈 부인

다운튼 애비의 핵심 하인들인 카슨 씨와 휴즈 부인, 팻모어 부인 또한 수동적으로 월급을 받는 생활이 아니라 은퇴 후 노후 준비를 위해 부동산에 투자하는 새로운 시도를 한다. 그간 사유재산이 거의 없다시피 했던 하인들과 하녀, 가정부, 요리사 등도 모은 돈을 활용해 경제적 생활을 꾸려나가는 것은 고무적인 변화이다.  이러한 하인들의 이야기는 당대 실제 역사와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픽션 시대극인 <다운튼 애비>는 열린 계층 서사를 특징으로 한다. 그래서 드라마에서 하인들은 귀족들인 그랜섬 백작 가족들에게 원하는 바를 이야기할 수 있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추구할 수 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편 계층 이야기뿐 아니라 <다운튼 애비>는 인물들 간의 관계도 재미있게 그려낸다. 시즌 5의 크리스마스 스페셜 회차에서 카슨 씨가 휴즈 부인에게 청혼하고 함께 노후를 보낼 집을 마련하는 모습은 다운튼 애비의 팬들에게 놀라운 선물 같은 이야기이다.


2. 황혼 로맨스

이소벨 부인

기존에 청춘들의 로맨스가 주를 이뤘던 <다운튼 애비> 시리즈와 달리 이번 시즌에서는 황혼 로맨스가 펼쳐진다. 먼저 매튜의 어머니 이소벨 부인과 메리의 대부인 머튼 경의 황혼 로맨스이다. 이들은 여전히 영국 사회에 존재했던 신분의 차이를 보여주는 커플이다.


이소벨 부인은 백작 가문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졌으나 타고난 직위나 재산이 없다. 또한 그녀는 일을 하는 간호사이자 병원 이사장인데 당시에 귀족들은 직업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중산층으로 분류된다. 또한 그녀의 남편도 당시에는 높은 직업이 아니었던 의사 출신이었다.


한편 머튼 경은 지위와 재산을 가진 귀족이고 특히 그의 아들들은 크로울리 부인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사회적 편견을 딛지 못하고 이소벨 부인은 머튼 경과 헤어진다. 하지만 예전부터 이소벨 부인을 좋아하는 다운튼 애비의 주치의 클락슨 선생님이 있기 때문에 이소벨 부인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된다.

이소벨 부인(매튜의 어머니)과 그랜섬 대부인

이소벨 부인만이 황혼 로맨스의 주인공은 아니다. 의외로 바이올렛 대부인도 황혼 로맨스의 주역이 된다. 이번 시즌에는 영국의 노동당 정부 도입과 함께 귀족의 신분이 약해진 것을 보여준 역사적인 사건으로서 러시아 혁명이 등장한다.


당시 혁명 이후 귀족들은 지위를 잃고 타국으로 망명했는데, 그중 쿠라긴 왕자가 알고 보니 바이올렛 대부인과 예전에 사랑했던 사이인 것이다. 두 사람은 과거 야반 도주를 꿈꿀 정도였으나 당시 이리나 쿠라긴 왕자비의 저지로 둘의 사랑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제는 나이가 든 그랜섬 대부인은 영국으로 망명 온 쿠라긴 왕자와의 재회 이후에도 과거의 일을 묻어둔다.


3. 메리의 새로운 사랑

메리는 다시 새로운 사랑을 찾는다. 메리는 브랭캐스터 성에서 헨리 톨버트라는 남자를 만난다.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이지만 그들은 서로 티키타카 대화를 주고받으며 끊이지 않는 스파크를 보여준다. 이후 메리는 브랜슨이 미국으로 떠나자 그의 사무실을 대신 이어받아 그랜섬 백작과 함께 다운튼 애비의 발전을 도모한다. 가장으로서 일을 하면서도 메리가 헨리와 새롭게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도 이후 시즌의 관전 포인트이다.


4. 이디스의 발전

한편 메리의 동생 이디스는 이번 시즌에서 가장 많은 변화를 마주한 인물이다. 그의 연인이었던 마이클 그렉슨은 독일에서 히틀러의 부하들에게 타살되었고 이디스는 홀로 그의 아이 메리골드를 낳는다. 하지만 그 아이는 사생아이고 이디스는 미혼모이기 때문에 그녀는 평판을 위해 마을 소작농인 드류 씨 부부에게 메리골드를 숨긴다.


하지만 이디스는 용기를 내어 메리골드를 지키기 위해 딸과 함께 런던으로 가고, 마이클이 물려준 잡지사 스케치의 사장으로 승진해 커리어를 펼쳐나간다. 그리고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 코라 부인의 주장으로 이디스는 메리골드를 입양 처리하여 다운튼 애비에서 키운다. 비록 떳떳이 딸임을 밝힐 수는 없지만 그녀가 자란 집에서 스스로 딸을 키울 수 있게 된 것은 이디스에게는 커다란 발전이다. 또한 그녀는 메리와 마찬가지로 브랭캐스터 성의 대리인이자 미래 소유주가 될 버티 펠햄 경을 만나 로맨스의 시작을 알린다.


귀족 자녀가 미혼모가 된다는 설정은 파격적이다. 그러면서도 이디스가 사회적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딸을 지키면서도 자신의 커리어를 계속해 나가는 모습은 <다운튼 애비>가 사회적 약자로 여겨지는 여성들의 편견에 맞서는 드라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당시 영국 시대 상황에서 숨겨진 아이가 있는 귀족 영애의 사랑은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기에 이후 시즌에서 이디스가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하고 버티와 사랑을 시작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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