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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Mar 23. 2024

[넷플릭스 시대극 로맨스] 브리저튼: 샬럿 왕비 외전

<브리저튼: 샬럿 왕비 외전>은 <브리저튼> 시리즈의 프리퀄이다. 오리지널 시즌에서 사교계를 이끌며 다이아몬드를 선정하는 여왕 샬럿 왕비의 어린 시절을 다뤘다. 주된 이야기는 바로 어린 샬럿 왕비와 조지 3세의 로맨스이다. 다양한 사회적 주제를 다루는 <브리저튼>답게 이번 프리퀄에서도 정신질환과 사랑이라는 주제를 엮어서 유의미한 스토리를 만들었다.


1. 실제 역사적 배경

1810년대부터 1820년대까지 리젠시 시대, 즉 섭정 시대는 조지 3세 대신 그의 아들 조지 4세가 섭정을 하던 시기였다. 브리저튼 오리지널 시즌에서는 조지 4세 대신 그의 어머니 샬럿 왕비가 왕실의 주된 인물로 등장하는데, 이번 외전에서는 조지 3세와 샬럿 여왕이 부부로서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두 사람은 실존 인물이지만 극에서는 샬럿 왕비의 인종을 바꿈으로써 픽션을 더했다.


실제로 조지 3세는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정신질환과 양극성 장애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반영해 극중에서도 조지 3세와 샬럿 여왕은 조지의 정신 질환을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역사적으로 샬럿 왕비는 조지 왕과 식사하지 않았고 조지 왕은 당대의 규칙에 따라 감금되어 생활했지만 극중에서는 로맨스를 부각한 각색을 통해 샬럿 왕비와 조지 왕의 절절한 로맨스가 스토리상 주를 이룬다.


2. 조지와 샬럿의 로맨스

작품 속 조지는 천문학과 농사에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인물이다. 그는 아내를 만나 아이를 낳는 대신 과학 기술로 백성들의 삶을 편하게 하는 군주가 되고 싶어하고, 백성들은 왕실 아기와 값싼 빵 중 후자를 더 좋아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인물 설정은 조지 왕이 관습보다 실용적이고 더 나은 세상에 관심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 어거스타 공빈은 조지 왕에게 왕으로서 후계를 이을 책임을 다하라고 말하고, 전쟁과 아메리카 식민지의 축소로 인해 마른 국고를 채우기 위해 소임을 다하라고 말한다. 공빈은 조지 왕의 심리적 부담을 높이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정신적으로 흔들리는 조지 왕 앞에 어느 날 샬럿 여왕이 나타난다. 샬럿과 조지는 1화에서 운명적인 첫 만남을 가진다. 샬럿 여왕은 독일에서 영국으로 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왕과 결혼하게 되는데, 그 현실이 싫어 결혼식 당일날 궁궐 담장을 넘으려 한다. 그때 마침 그녀는 정원을 거닐던 조지와 마주치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첫눈에 반한다. 이때 조지가 샬럿에게 자신을 왕이 아니라 그냥 조지라고 부르라 말하는 장면은 두 사람이 신분의 굴레를 넘어 서로에게 솔직한 사이가 되고 싶어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둘의 로맨스에는 미스터리가 있다. 결혼한 당일 조지는 첫날밤에 합궁하지 않는다. 이후 신혼이 지속되는 동안 조지는 며칠간 샬럿을 혼자 둔다. 이 상황에 당황한 샬럿은 조지에게 분노를 표하지만 조지는 그간 금성을 연구하고 있었다고 말하고, 함께 천체 망원경을 보면서 사이가 가까워진 두 사람은 다시 신혼집인 버킹엄 하우스에 들어와 살며 신혼 기간을 보낸다. 이때 첫날밤도 가지면서 두 사람의 사이는 가까워지는 듯하다.


특히 두 사람이 3회에서 서로에게 하는 대사가 인상적이다. 샬럿 여왕은 조지에게 "You are a person to me, you are a person with me"라고 말하며 조지를 왕이 아니라 사람으로 생각한다. 이에 조지는 모든 날들을 함께 보낼 것을 약속하며 "Never have to thank me, We are a team, are we not?"이라고 말하며 함께 왕실의 벽을 넘자고 말한다.


하지만 샬럿과 조지의 로맨스에는 계속 긴장감이 흐른다. 회차 중간중간에 조지가 이름 모를 의원을 몰래 만나고, 왕으로서의 책임감에 부담감을 표하며 어머니 어거스타 공빈에게 소리치는 장면은 조지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복선이다. 샬럿과 조지는 다시 사이가 멀어지며 짝수날에만 아이를 갖기 위해 관계를 하면서 표면적으로는 사이가 좋지 않은 커플의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하인들이 없는 곳에서 관계를 가질 때마다 열정적으로 사랑을 표하는 그들의 모습은, 그들이 실제로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 사람의 관계에 큰 터닝포인트가 되는 사건이 있다. 바로 조지의 질환이 표출되는 시퀀스이다. 3회 엔딩씬에서 조지는 샬럿과 함께 자다 말고 벽에 그림을 그리다, 알몸으로 정원으로 뛰쳐나가 금성을 향해 소리친다. 이 장면에서 샬럿은 처음으로 조지의 상태에 대해 알게 된다. 이후 부부는 계속 고군분투한다. 조지는 치욕스러움과 샬럿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다시 의사에게 돌아가고, 이후 샬럿이 조지를 미친 의사에게서 구해내면서 두 사람은 비로소 함께할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조지는 완벽히 극복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는 침대 밑에 숨어 다시 샬럿에게 반쪽짜리 모습을 보여준다. 이 침대 장면은 시리즈 전체의 엔딩씬으로도 연결되는 중요한 시퀀스이다. 침대 아래에 둘이 같이 숨는 설정은 조지와 샬럿이 왕과 왕비라는 무게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품어준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후 조지와 샬럿은 아들 조지 4세의 탄생을 축하하는 무도회를 열고 또 다른 임신 소식을 알리며 해피엔딩을 맞는 듯 보이지만 관객들은 이미 브리저튼 시리즈를 통해서 그들의 결말을 안다.


드라마의 엔딩씬에서는 완전히 자신을 잃은 브리저튼 오리지널 시리즈의 나이 든 조지 왕이 나오지만, 나이가 들었음에도 샬럿과 조지가 침대 밑으로 들어가 서로를 알아보는 엔딩씬을 통해 그들의 사랑은 진실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3. 외전의 시사점

이처럼 <브리저튼: 샬럿 왕비 외전>은 당대 정신 질환에 대한 치료가 얼마나 미흡했는지 보여준다. 극중 베들래햄 병원에서 의사가 왕을 치료하겠다고 나서지만 그 치료법은 현대 심리 치료와는 거리가 멀다. 당시 조지 왕의 질환에 대한 치료도 강압적이고 효과적인 치료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한다.


드라마에사 조지는 샬럿을 해하지 않기 위해 이상한 치료법까지 감행했다는 반전이 나오면서 그의 진심이 묘사된다. 그러나 조지 왕은 사실상 의사의 치료가 필요하지 않았고 샬럿에 대한 사랑과 새로운 농사법 탐구를 통해 건강을 회복하고 있었다. 이러한 장면이 안타까움을 자아내면서 심리적 아픔을 치유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한편 샬럿 여왕의 과거를 보여줬다는 점도 외전의 큰 장점이다. 브리저튼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샬럿 여왕은 마치 중매자처럼 나왔다. 하지만 브리저튼 외전에서는 그런 편견을 깨면서 샬럿 여왕이 왜 그런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보여준다. 샬럿 여왕은 너무 어렸을 때부터 조지의 질환을 옆에서 보아야 했고 홀로 왕국을 다스리며 자녀들이 적통을 낳는 것을 관리해야 했다. 이처럼 그녀는 어려운 상황을 넘기 위해 허영심이라는 방어막을 길렀다. 이렇게 샬럿 여왕의 전사를 알게 되었기에 우리는 브리저튼 오리지널 시리즈를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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