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된 후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브리저튼>이 시즌 3로 돌아온다. 그에 앞서 <브리저튼> 시즌 1, 2, 그리고 프리퀄인 <샬럿 왕비: 브리저튼 외전>까지 리뷰해보겠다.
<브리저튼>은 줄리아 퀸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시리즈물로서 2020년 첫 시즌이 공개되었다. 현재까지 총 2개의 정규 시즌과 1개의 프리퀄로 구성되어 있다. <브리저튼> 시리즈는 미국 최고의 영화 학교인 USC를 졸업하고 <그레이 아나토미> 시리즈와 <범죄의 재구성> 등을 맡은 프로듀서 '숀다 라임스'가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 그녀의 작품성이 드러나는 시리즈이다. 또한 신인을 캐스팅하는 숀다 라임스의 제작 스타일에 맞게 <브리저튼>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배우들이 많다. 피비 디네버 배우와 레게 장 페이지 배우 등은 모두 <브리저튼> 시리즈를 통해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졌다.
<브리저튼>은 19세기 초 영국의 리젠시 시대(섭정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영국 역사상 조지 시대는 1714년부터 1830년까지 조지 1세부터 4세까지의 재위기간을 폭넓게 아우르는데, 그중 <브리저튼> 드라마 속의 리젠시 시대는 조지 3세의 병환으로 그의 아들 조지 4세가 섭정했던 시기를 주로 이야기한다. 프리퀄의 주인공이자 정규 시즌에도 등장하는 샬럿 여왕과 조지 왕은 실존인물이며, 프리퀄은 조지 3세의 병환과 그의 부인 샬럿 여왕의 젊은 시절에 각색을 더했다.
이러한 리젠시 시대는 귀족들이 가장 큰 사치를 누렸던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브리저튼>은 매우 화려한 영국 시대극 특징을 띤다. 그러면서도 '레이디 휘슬다운'이라는 일종의 내부고발자가 런던 사교계의 비화를 필터링 없이 밝히는 통쾌한 성격을 띤다. 당시 결혼은 사회경제적 거래처럼 여겨지면서 여성과 남성이 혼기가 차면 서로 금전적, 사회적 이익이 될 수 있는 구혼자를 찾아 나서는 사교계의 전통이 있었다. 이것은 <브리저튼>의 핵심 소재이다. 'Ton'이라고도 불리는 사교계, 시즌의 '다이아몬드'를 임명하는 제도 등은 모두 당시 영국 귀족 사교계의 전통을 보여준다. 그러나 레이디 휘슬다운이 허례허식으로 가득한 귀족들의 민낯을 밝혀내고, 여기에 더해 <브리저튼>은 섹슈얼리티 이슈를 정면으로 다뤄내며 기존에 정적이었던 영국 시대극들과 현저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배우들을 살펴보자면 <브리저튼>에서 공작 역할은 흑인인 레게 장 페이지 배우가 맡았고 샬럿 여왕과 레이디 댄버리 또한 흑인 배우들이 맡았다. 이들의 극중 사회적 지위가 매우 높음을 고려할 때, <브리저튼>은 기존 영화들과 달리 인종에 관계없이 어떤 역할이든 맡을 수 있다는 숀다 라임스의 생각을 그대로 반영한다. 또한 실제 동성애자인 '조나단 베일리' 배우 등이 이성애자 역인 '앤서니 브리저튼'을 맡아 시즌 2를 이끈 것 또한 인종이나 성적 취향에 관계없이 역할을 맡는 <브리저튼>의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성격을 보여준다.
<브리저튼> 시즌 1은 브리저튼 가문의 넷째 딸인 '다프네 브리저튼(피비 디네버 분)'과 런던에 오랜만에 돌아온 방탕한 공작 '사이먼'의 로맨스를 다뤘다. 이들의 19세 이상의 뜨거운 애정 씬들 때문에 시리즈가 더욱 화제가 되었다. 이러한 애정 씬은 단순히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함이라기보다 여성의 주체성과도 연관되어 있다.
극중 다프네는 여타 귀족 영애들과 마찬가지로 결혼식 날 밤에 부부들이 행하는 관계에 대해 무지한 상태로 묘사된다. 그러나 사이먼과의 관계를 통해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의 몸의 신비에 눈을 뜨고, 관계에서 주체성과 해방감을 느낀다. 이처럼 <브리저튼>에서는 부부 관계가 부정적으로 묘사되지 않고 오히려 여성의 관점에서 전개된다. 이를 통해 여성들도 주체적 관계를 통해 사랑을 느낀다는 점, 그리고 여성들이 가정을 꾸리는 것 또한 그들의 자유로운 선택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기존의 여성 해방 작품들이 가정 주부로서의 여성의 모습에 회의적이었다면 <브리저튼>은 다프네가 아이를 낳고 공작 부인이 되길 원하는 것 또한 여성으로서 선택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하지만 다프네와 사이먼의 사랑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시리즈는 자녀 출산을 둘러싼 두 사람의 갈등이 주를 이룬다. 아버지의 정서적 학대 때문에 대를 잇지 않겠다고 약속한 사이먼 때문에 다프네는 큰 상심에 휩싸인다. 이처럼 두 사람은 멀어지는 듯하지만 사이먼이 충동을 이기지 못해 정원에서 다프네에게 키스하고 이것을 목격당한 두 사람은 큰 위기에 처한다. 영국 시대극에서 흔히 나오는 소재로서 과거 여성과 남성이 샤프롱, 즉 그들의 보호자 없이 단둘이 있는 것이 발각되면 남자는 신사로서 그 여성과 결혼해야만 했다. 결국 사이먼은 결혼하느니 다프네의 오빠이자 브리저튼의 장남인 앤서니와 결투하겠다는 선택을 한다. 그러나 사이먼을 아끼는 다프네는 자신을 희생하면서 사이먼과 결혼한 후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결심하며 결투를 물린다.
결혼 후 두 사람의 관계에서는 질외 사정과 피임이라는 주제도 등장한다. 사이먼은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안 낳는 것이었기에 질외 사정을 하고, 이에 대해 전혀 몰랐던 다프네는 나중에 사이먼에게 배신감을 느낀다. 당시 여성들이 임신과 출산이라는 기본적인 원리에 대해서도 무지 속에 놓여 있었다는 것이 비판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결국 두 사람은 한바탕 싸우지만 다프네의 진심이 와닿으면서 '오기'라는 아들을 낳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처럼 <브리저튼> 시즌 1은 화제성뿐 아니라 상류층 귀족들의 허례허식 고발, 인종과 성적 취향의 다양성, 여성의 주체적인 사랑 등 오늘날 사회에도 울림이 있는 다양한 주제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