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완벽한 존재와 완벽한 사랑은 없다
오만함과 편견은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곁에서 말해주어야 비로소 자신의 그릇됨을 깨닫고 고칠 수 있다. 사랑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상대방을 어떻게 대하는지 생각하지 않고 뻣뻣한 태도를 유지한다면 상대는 그 오만함을 용서해 주지 않는다. 반대로 자초지종을 들어보지도 않고 상대방을 의심하는 것은 이루어질 수 있는 사랑도 어긋나게 만든다. 영국 드라마였던《오만과 편견》은 그 모든 어려움 속에서도 사랑을 이루어낸 두 연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과거 영국의 한 지방에는 5명의 딸들과 단란하게 살아가는 베넷 가가 있었다. 첫째부터 순서대로 제인, 엘리자베스, 메리, 키티, 그리고 리디아, 5 자매는 다소 가벼운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서 나름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혼기가 찬 나이가 되자 어머니는 딸들을 명망 있는 가문의 자제와 결혼시키기 위해 딸들을 무리하게 사교계에 데뷔시킨다.
그들 중 제인과 엘리자베스가 평생을 함께할 짝을 만나는데 먼저 첫째는 명망 있는 가문의 자제 빙리와 사랑에 빠진다. 두 자매의 성격이 다른 만큼 그들이 좋아한 사람들 또한 달랐다. 평소 차분하고 온화한 성품의 제인은 그녀만큼 배려심이 깊은 빙리와 길고 깊은 사랑을 한다. 엘리자베스의 입장에서는 제인과 빙리의 사랑이 답답해 보였겠지만 그들은 서로 신중한 사이를 이어갔다.
이와 달리 엘리자베스와 다시는 둘 모두 자존심이 세고 양보하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을 지녔다. 모든 사람이 완벽하지 않듯이 엘리자베스는 선입견을, 다시는 오만한 태도를 갖춘 인물이다. 제인 오스틴 작가의 원작 소설 《오만과 편견》을 배경으로 한 동명의 이 영화는 제목에서 주인공들의 특징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보통 영화의 제목은 작품 속에 나오는 장소, 핵심적 메시지를 한 줄로 요약한 문구, 또는 등장인물의 이름 등으로 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만과 편견》은 주인공들의 성향 중 특징적인 단점을 제목에 담았기에 관객들로 하여금 짐작을 하게 돕는다. 주요 캐릭터 중 누가 오만함을 가졌는지, 누가 편견을 가지고 상대를 바라보는지 궁금증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만큼 다시와 엘리자베스의 충돌하는 성향을 중요하게 여기며 작품을 봐야 하고 그들이 그 과정을 어떻게 극복하고 관계를 쌓는지를 끝까지 쫓아가게 한다.
각자의 단점을 가진 두 인물일지라도 엘리자베스와 다시는 최대한 서로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 사람은 누구나 장단점이 있기에 상대의 장점에 매력을 느끼기도 한다. 줄여서 '리지'라 불리는 엘리자베스는 아버지를 닮아 집안의 현명한 기둥 같은 역할을 하고 다시 또한 냉철한 지성미를 갖춘 인물이기 때문이다.
먼저 다시는 겉보기에 상대방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도 리지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두 손 두 발 다 들고 그녀를 돕는다. 마치 '키다리 아저씨'처럼 기지를 발휘해 리지에게 마음을 쓰는 것이다. 리지 또한 빙리의 동생들이 그녀를 낮잡아 볼 때 뛰어난 재치로 자신의 가치를 보여준다. 더불어 다시와의 관계에서도 옳지 않은 것은 반박하고 고마워야 할 일에 대해서는 감사하며 주도적인 사랑을 이끌어간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다시와 리지는 사랑을 통해 오만과 편견을 극복한다. 이름마저 비슷한 두 사람은 각자의 결함이 있었지만 인생을 함께 하기 위해 가장 어려운 일을 해냈다. 서로의 단점을 받아들이는 것이 사랑에 있어 제일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 나오는 다시와 베넷처럼 서로가 각자의 단점을 고치려 노력한다면 둘 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자신이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같은 관점에서 상대방의 단점도 이해할 때 사랑은 결실을 맺는다. 누군가를 사랑함에 있어 당당함과 진정성이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