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4
2024년 8월 20일 (화), 14DPO
올리에게 서프라이즈 할 방법.
이번주 금요일 올리 생일 날 내가 산 선물과 한국의 가족들이 보낸 선물들을 주면서 "아 다른 가족이 선물 또 보냈어" 라며 따로 포장된 아기옷을 마지막에 줄 생각이다. 물론 카드는 홍바오, 빨간 봉투안에!
몇 초 나마 어리둥절해있을 올리 모습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너무 신난다!
그리고 친한 친구들 세명에게 임신을 알릴 "Aunty" 단어가 적힌 향초와, 시부모님들에게 앓릴 "Grandparent" 라고 적힌 향초 두개를 샀다.
우리 엄마아빠에게는 영상통화로 알려야하는게 조금 속상하긴하다.
다들 3-4개월 쯤 안정기에 들어서면 임신을 알리는게 좋다고하지만, 숨기고 예민한 시기에 스트레스 받느니 알리고 최대한 주변에서 오는 자극 (ie. 시엄마) 을 피하는게 낫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까운 지인들에게는 일찌감치 알릴 생각이고 (물론 올리도 동의한다는 가정하에), 회사와 다른 주변사람들에게는 완벽하게 안정기에 들어서기 전 까지는 알리지 않을 생각이다.
2024년 8월 21일 (수), 15DPO
심장이 두근거려 미치겠다.
울렁거리는 느낌이랑은 조금 다른거같은데, 심장이 어찌나 빠르게 뛰는지 동이 한바퀴 걸리고 오는데도 약살짝 숨도 차고, 계속 이런 증상이 며칠째 지속되다보니까 anxiety attack 같은 느낌마저 든다.
유튜브나 구글을 검색해보니 흔하고 당연한 증상 중 하나인것 같기는 하다만 정.말. 불편하다.
아, 그리고 일부러 지난 한달 반 정도 운동도 안하고 지냈는데 슬슬 몸이 찌뿌둥해진다.
쉽게 피곤하고 늘어지고.
사실 이것도 당연한 증상 중 하나라는데, 요즘 회사일도 평소보다 훨씬 바쁘기도 했고 또 운동도 안한지 좀 되다보니까 임신 증상인지, 아니면 일상에서 느끼는 피로감인지 사실 쉽게 구분이 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언니나 구글, 유튜브에서 말하는 수준보다는 미약하지만, 가슴이 콕콕 찌르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2024년 8월 23일 (금), 17DPO
대망의 D-Day, 올리의 생일이다.
보통 월요일에 오는 클리너도 일부로 오늘 와달라고 부탁했고, 점심시간에 잠시 나가서 꽃도 사오고 장도 봐오고 올리의 생일 + 서프라이즈를 준비 할 생각이다.
카메라는 어떻게 설치해야 안보일까? 여러모로 생각을 해봤는데, 눈치빠른 올리는 내가 어디에 어떻게 설치해도 결국은 찾아내고 말거니까 그냥 크게 걱정 안하기로 했다.
설레는 마음일까, 아니면 만두야 너 때문인걸까?
심장이 두근 두근 두근 두근!
2024년 8월 26일 (월), 20DPO
내가 그동안 그렇게 작게 여기저기 힌트를 줬는데 정말 일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올리의 서프라이즈는 대성공 이였다! 물론 여기저기 세워져있는 아이패드와 핸드폰들을 보며 내가 촬영하고 있다는건 직작에 들켰지만, 뭐 워낙 평소에도 '추억 기록'에 열심인 나이기에 올리는 그닥 의심하지 않는 눈치였다.
일단 나와 한국의 가족들이 준비한 선물을 하나씩 주었다.
위스키, 신발, 머플러... 그리고 다른 가족이 또 다른 선물 하나를 보냈다며 선물을 건냈다.
포장을 풀며 상자에 적혀있는 브랜드이름을 보고 "Bonpoint? What's this?" 라는 올리에게 카드를 먼저 읽어보라고 재촉했다.
네줄짜리 짧은 카드를 한참을 읽고 또 읽더니 "I don't get it. Are you pregnant?" 라는 질문을 던지고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남은 포장을 풀더니 또 다시 "Are you prenant?".
내가 끄덕이자 "You?" 라고 재차 또 묻는다.
그리고 드디어 상황 파악이 된 올리는 "OH MY, BABYA!" 하며 내 쪽으로 건너와 안아주었다.
그 외에는 얼마동안 혼자 알고 숨긴건지, 그리고 내가 지난 며칠간 해온 랜덤한 이야기들 (차를 바꿔야겠다느니, 밑에 층 방을 더 이상 창고로 쓸 게 아니라 사용가능한 방으로 치워야겠다느니 등등) 을 하나하나 생각해내며 "That's why you said that!" 을 내뱉으며 한동안 자각의 시간을 가졌더랬다.
우리는 바로 우리 부모님께는 영상통화를 걸어서 임신 사실을 알렸고 (엄마는 예상했던대로 울었다), 올리의 의견을 반영해 (i.e. 나를 케어한다는 의도로 나를 더 스트레스받게 할 시엄마에게서 나를 보호할 목적) 시부모님들께는 안정기에 들어서면 말하기로 했다.
아들일까? 딸일까? 아들이면 이런 이름 어때? 딸이면 이름은 어때?
이제 이 즐거운 고민과 행복한 머지않은 미래에 대한 계획을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그리고 나만큼이나 행복해하고 신나하는 올리를 보니 우리는 한 팀으로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거라는 자신감도 든다.
우리 아이는 올리처럼 인내심이 많고, 남의 장점을 먼저 보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