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8
2024년 9월 19일 (목), 8w3d
첫 초음파 검사가 있는 날!
입덧이 하나도 없었던터라 7주 막바지까지는 만두가 잘 자라고 있는게 맞나 걱정과 불안함이 컸었는데, 8주 들어서면서 부터 정말 하루에 낮잠 두번을 자고도 여전히 쏟아지는 잠과 자다가도 깜짝 놀라 깰 정도의 가슴 통증, 그리고 격일로 변비와 설사가 반복되는 상황에 이상하게도 마음이 점점 놓이기 시작했다.
임신이란 몸의 상태와 감정의 상태가 반대로 가는 기이한 여정이다.
몸무게는 벌써 인생 최대 몸무게를 찍었다.
닥터 구글은 1st Trimester 에는 몸무게 증가가 아예 없거나 있어도 최대 2kg 정도가 건강하다 하지만, 8주차에 이미 +1.5kg가 찐 만두요정은 그런 조언따위 듣지 않기로 했다.
(받아들이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린건 안비밀. 충격받고 살 빼려고도 노력 해봤는데 마음 먹는 순간마다 이상할 정도로 입 터져서 말짱 도루묵..)
나는 오히려 초기에 살이 찌는 산모인가보지, 이제 마음 편히 먹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 초음파 당일은 그냥 설레는 마음 뿐 이였다.
검사는 빠르고 간단하고 순조로웠다.
만두의 태반은 Beats by Dr Dre 스폰을 받으며 잘 발달되고 있고, 아가는 내가 생각했던 주수 (8w2d) 보다 하루 빠른 8w3d 로 보인다고 했다.
심박수: 167bpm
크기: 18.4mm
강낭콩 혹은 라즈베리 하나 크기만하다고 한다. 귀여워!!!
남들이 말하듯 심장 소리 듣자마자 눈물이 나고, 보자마자 감격에 차오르는 그런 울컥함보다도, 나는 그냥 처음으로 만두를 실제로 보고 마주하니까 너무 반갑고 귀엽고, 기특하고 장하고 너무 고맙고... 그런 마음이였다. 무엇보다 안도감.
올리에게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보니 정말로 우리가 부모가 되는구나 싶다며, 자기는 몸으로 느껴지는게 없으니까 사실 오늘 실제로 보기 전 까지 크게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는데 오늘은 뭔가 와닿는다고 했다.
한달 뒤 12주 차 쯤에 한번더 초음파하고, 기형아 검사 등등 한 다음 부터는 진짜 집에 손 봐야하는 것들을 미리미리 손보기로 했다. (i.e. 아기방 지붕 뜯어 고치기 & 런더리룸 뜯어 고치기)
아 그리고 물론 만두의 건강을 확인하고나니 마음이 놓이는 것도 있지만, 나는 만두의 아빠가 올리라서 내 인생의 동반자가 올리라서 너무 행복하다.
어젠가, 티비에서 나오는 어떤 장면을 보다가 올리가 지나가는 말로 "나는 우리가 함께 늙어가는 날들이 기대되. 너랑 함께라면 늙어가는 순간들도 즐거울 것 같아." 라는 말을 하는데 순간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내 배우자가 나를 얼마나 마음 깊이 사랑하고 있는지 세삼스럽게 다시 한번 느꼈다.
만두가 더더욱 소중한 이유는 올리와 내가 함께 가정을 꾸려 나가는 거에 대해서 논의하고 웃고 가상의 미래에 즐거워하는 이 순간순간들 덕분이기도 하다.
"안녕 만두야? 우리 드디어 처음으로 얼굴봤네. 반가워. 나는 아무래도 좋으니까 너만 거기서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줘, 나머지는 우리가 다 할게. 우리 그럼 4주 뒤에 조금 더 자란 모습으로 보자!"
2024년 9월 20일 (금), 8w4d
오늘 올리한테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하고 문자를 보냈더니
올리한테서 "너가 없이는 만두도 없어, 그러니까 난 언제나 세상에서 너를 제일 많이 사랑해" 라고 답장이 왔다.
진짜... 나 결혼 너무 잘했어 정말!
2024년 9월 21일 (토), 8w5d
회사 친구의 30번째 생일에 다녀왔다.
두어시간 때우다가 와야지했지만 술 한잔 안마시고도 4시간 자~알 놀다온 나 칭찬해!
올리는 오늘 주말 당직.
생각해보니 나는 임신했다고 여기저기서 많이 챙김받고 관심받고 있지만, 사실 이제는 정말 '가장의 책임감'을 짊어지게 될 남편이 느끼는 무게감은 당연시 여겨지는게 살짝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손은 많이 가지만 올리가 좋아하는 Eggplant Parmagiana를 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