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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물고기 Oct 27. 2017

[영화] 북오브헨리



의지하고 사랑했던 아이를 떠나 보내는 심정은 어떨까.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가볍게 보아야지 했던 영화[북 오브 헨리]였는데 묵직한 질문과 울림을 받았다.

똑똑한 아이 헨리는 아마 한국 사회 안에서 성장했다면 학문적 깊이에 대한 빠른 습득과 과시용 경쟁에 시달렸을지 모른다.
‘우리아이가 원해서요, 또래 아이들과 다르니까요 ‘라는 명분으로 아이가 원하는 행복한 삶에 대한 깊이 있는 고려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이 부모입장을 어떻게 알아, 한다면 할말은 없지만 조금만 날고 긴다 싶은 영재성을 갖춘 아이들이 쉬지 않고 방송에 나오는 것을 보면, 그 중 다는 아니겠지만 인지도와 명성을 쌓고 싶어하는 예능계쪽 아이와 부모를 보면, 털끝만큼 이용의 의도는 없었다고 보기 어려울 것 같다.

무튼, 12살의 나이에 엄마의 가계부를 점검하고 집안의 재정상태에 대해 훈수를 두는 어른 같은 아이 헨리와 헨리 또래의 충동과 유아성을 대신 갖추고 있는 엄마 수전, 그리고 막내아들 피터, 옆집소녀와 그의 양부에 대한 이야기다.

수전은 어른에 대한 권위의식 없이 아이들을 사랑하고 존중한다.
옆집소녀에게도 지극히 애정 어린 관심을 쏟고, 헨리의 미래 신부감이라고 추천해주기도 한다.


이웃의 긍정적인 생활을 공유하고 신경 써주는 건 쉽지만 부정적인 삶의 이야기의 조짐이 시작될 땐 사생활 영역이기에, 위험성에 대한 탐지에 외면하기 쉽다.

‘무관심이 더 무서운 것’이라고 말하는 헨리는 옆집소녀의 비극에 주목하며 도와줄 방법을 찾아 홀로 고군분투한다.

헨리의 임무(?)를 대신 시작하게 된 엄마 수전은 처음엔 아들의 흔적을 느끼며 지금까지 그래왔듯 헨리의 지시에 기대어 행동한다.
헨리의 지시에 의도치 않게 실패한 순간, 그녀는 드디어 어른스럽게, 엄마답게 일을 해결할 방법을 결심한다.

아무리 영특하고 조숙했어도 치기 어린 감정의 계획을 세운 헨리는 아이였다.

아직 엄마가 되는 방법을 모르고 있다고 자신없어 하던 수전에게 이미 엄마가 되어있다고 믿음을 보낸 건 뜻 없던 위로가 아니라 어른이자 엄마인 수전의 정체성과 역할을 꼬집어낸 말이었다.

아이는 어른의 보살핌으로 자라나지만 세상의 일부가 아직 따뜻하고 정의로울 수 있는 건 아이들이 던져주는 질문과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응답하고 성장하는 어른이 있기에 가능할 것이다.
수전을 세상에서 제일 슬프게 한 것도, 사랑을 가르쳐 준 것도, 앞으로 사랑을 베풀도록 역량을 이끌어 내준 것도 그녀의 엔칠라다 넘버 1,2의 아이들이다.
자식이란 그런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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