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욕구 1
회사는 잔인한 곳이다.
잘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애쓰고 있는 노고에 대해서는 알아봐 주지 않는다.
지금 잘하고 있지만이라며 형식적으로라도 등을 토닥여주면 양반인 편이지만 대체적으로 흠잡힐 만한 곳이나 취약한 점을 간파하여 무섭게 파고들며 그러니까 전적으로 나의 잘못이 일을 그르치고 있다는 식으로 '면담'을 청한다.
확률의 이론은 무시한다.
내가 하는 업무를 비교해서 예를 들면 전화받는 수치를 산출해 누가 더 많이 받고 있는지
누가 더 진상 소비자에 노출될 확률이 큰지 그로 인해 인간이라 성의껏 응대할 수 있는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
좀 따져보고 싫은 소리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미친 또라이년도 아니고 상식선 안에서 대화가 되는 사람에게 성질을 버럭버럭 냈겠는가,
을중에 을 입장에 있는 내가 또 짜증 부려봤자 뭘 얼마나 짜증 낼 수 있었겠는가.
밖으로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고충은 있겠지만 콧바람은 한 번씩 쐬고 있지 않은가?
전화에서 도망치고 싶은데 도망칠 수 없어 책상 앞에 매여있는 사람의 심적 고통을 동등하게 안다면
말로만 편중된 업무를 나누자고 할 게 아니라 외부로 한 번씩 다녀오는 업무를 내게도 나눠달라면 그럴 수 있을 텐가?
한번 바꿔보자고.
종일 매여있는 업무로 같은 양을 해내며 고결하게 친절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5월 1일부터 12월 17일까지 등록된 이력만으로 나 3982건, A 2959건 B 1915건 상담 이력이 있고
택배 접수는 나 255건 A 187건 B 144건이다.
내가 쓸데없이 오지라퍼였으며 쥐꼬리 급여만큼 쥐꼬리의 심장으로 느릿느릿 흠잡히지 않게 일을 했었어야 하는데
업무처리가 늦될까, 전화통에 불날까 다른 직원들 쪽으로 전화가 돌아가 '이런 건 CS 쪽에서 받아냈어야 되는 거 아니야? ' 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잡생각으로 일하느라 위대하고 위대하신 고객님들께 몇 번 소홀하여 매번 그래 왔다는 식의 질타를 듣고야 말았다.
눈물이 핑 돌고 처음엔 억울하고, 화가 났었으나 나 스스로를 지켜내지 못했다는 것에 슬슬 울적해지고 있다.
왜 이렇게 미련하고 값싸게 일을 했나, 뭐라도 있어 보이는 것처럼, 뭐라도 한 것처럼, 꾸며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