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어린이와 바다

올레3코스(온평-표선올레)

by 사막물고기

올레 3코스는 A,B 코스로 나뉘어 지게 되고, 한 코스를 골라 걸을 수 있다.


A코스는 통오름과 독자봉을 지나는 중간산 올레로 20,9km이고 B코스는 해안가를 따라 걷는 14.6km의 바당 올레다.


B코스를 선택했고, 제주에 와서 쉼없이 보며 걸었던 바닷길이지만 익숙한 경치를 따라 가는것이 좋았다.

올레 간세표식을 찾아 따라가는건 확실히 처음 올레길을 걸었을 때 보다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있었다.


전보다 올레길 정비가 더 잘 되어 있는 덕분이기도 했고, 표식을 찾아내는 시선과 길을 예상하는 사고에 여유가 생긴 이유기도 했다.

온평포구 출발지쪽에서 해녀분들을 꽤 가깝게 만날 수 있었다. (사진은 굉장히 멀어보이지만)


상대는 날 한 끝도 모르지만 오랜시간 연정이나 호감을 품어온 대상자를 만날 때 일방적인 기쁨으로 남몰래 환호성을 지른다.


물질을 꼭 한번 배워보고 싶다.


고독한 바다속을 헤쳐, 싱싱한 해산물을 잡아오는 방법을 알고 싶다.


그래서 해녀분들을 멀리서 볼 때면 내가 동경하는 일을 해내는 용감하고 굳센 철의 여인들을 만나는 느낌이다.

환해장성이 끝나는 해안길에 이름 모를 식물이 탄탄한 줄기를 자랑하며 올라와 있었다.


그 줄기가 샐러리와 비슷해보인다고 생각하니, 정말 샐러리의 향기가 나는것 같았다.

바닷가에 자라는 샐러리라...


초원 토끼풀을 뜯어먹는 문어와 비슷한 비교감이지 않을까 싶다.

용머리 동산을 지나 신산포구 쪽으로 가는 해안길목에는 정갈한 건축미를 자랑하는 카페 몇개가 보였다.

카페에서 파는 메뉴들은 비슷비슷하고, 카페가 제공하는 장소의 역할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왜 우리들은 온갖 카페를 찾아다닐까.


대분류로 비교해서 보면,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것이 이 카페와 저 카페겠지만, 소분류로 세세히 비교해보면 각각의 카페가 주는 분위기, 그 카페에서 나누었던 이야기, 홀로 시간을 보내는 방법 등등이 달랐기 때문에 새로운 카페를 찾아 나서는 이유가 된다고도 생각한다.

신산리 마을 카페에서 중간 스템프를 찍었다.


3코스는 종점 스템프도 그렇고, 영 맘에 들게 찍히지 않는 날이었다.

주어동포구를 지나 신풍포구쪽으로 이어지는 길은, 어촌계와 수산물을 가공하는 공장들이 몇 있었고, 왈왈 잘 짖어대는 강아지들이 경계심을 바짝 드리우며, 보초를 서고 있었다.


강아지만 보면 카메라로 찍고 싶은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다가 확 다가오는 바람에 뒤로 자빠질뻔 했다.

이번엔 올레길을 걸었지만 언젠가 제주의 강아지들을 테마로 사진을 담는 여정을 떠나보고 싶다.

신풍 신천 바다 목장은 행복한 소를 기르기에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목장 맞은편은 드넓은 해안이 펼쳐져 있고,


목장에는 갈색 육우들이 아무것도 묶여있지 않은채 자유롭게 다니고 있었다.

짭짤한 소금기의 냄새를 아는 소가 사는 날까지는 이 곳 새파란 초원을 마음 껏 뛰놀았으면 좋겠다

표선 해비치 해변 종착지에 도착해서야, 곳곳에 설치된 캠핑 텐트, 돗자리를 보고 오늘이 어린이 날임을 실감했다.


표선 해수욕장은 고운 모래와, 잔잔한 파도, 얕은 물이 많아 아이들이 놀기에 적합하지 않을까라며 장소와 특정일을 끼워맞추기 위한 수다를 이어 나갔다.


정자에 앉아, 사람 구경을 한다.


꺄르르르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순수하고 투명한 구슬이 굴러가는 소리같았다.


이토록 해변을 뛰놀고 물장구를 치고 싶었을텐데 야속한 바이러스가 아이들의 일상을 꽁꽁 묶어 두었으리라.


바이러스는 종식되지 않았고, 절대 그 이전의 삶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우리의 일상을, 아이들의 웃음이 곳곳에서 퍼져갈 수 있도록 생활 실천형 수칙을 지키며 되찾아야 하지 않을까 조심스런 생각을 해본다.


바닷가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멍하니 바라보며, 내 마음 한켠엔 아직도 여전한 아이가 함께 뛰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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