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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증후군의 제주표류기
23. 카라향
올레6코스(쇠소깍-서귀포올레)
by
사막물고기
May 8. 2020
어제밤에는 백약이오름에 일몰을 보러갔다ㆍ
동서남북 방향감각이 전혀 없는 내가 착각한 사실이 있었는데 광치기 해변은 일출을 보기 좋은 장소고, 해가 지는 쪽 방향과는 다르기 때문에 기대했던 황금 파스텔빛 노을은 보기가 어렵다고 한다ㆍ
빨갛게 구름을 태우는 저녁 노을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는데 백약이오름에서 섭섭함을 달랠 수 있었다ㆍ
해가 떨어지고, 달이 뜬 저녁에도 어둠은 아직 멀기만 한 것 같았다ㆍ
그러다 갑자기 찾아오는게 깜깜한 밤이며, 어둑어둑한 숲을 헤집으며 당황하지 않기 위해선, 적당한 시간안에 내려가야 안전했다ㆍ
해와 달이 교차하고 밤이 몰려오는 시간을, 감각을 전혀 모르는구나, 모른채로 살았었구나 싶다ㆍ
현대인은 바쁘고 정신없이 허덕이며 산다고 하지만 난 게으름과 태만에 빠져 많은것들을 놓치고
살고
있었다ㆍ
시간에 쫓기는 사람이나, 밀어내는 사람이나 제대로 보지 못하는것들이 많기는 매한가지였다ㆍ
오름에 다녀오고 난 뒤 침대로 골아떨어졌다ㆍ
몇번 뒤척이고 나니 금방 아침이었다ㆍ
쇠소깍다리에서 시작하여 올레길 완주증서를 받을 수 있는 여행자센터에 도착하는 6코스를 걸었다ㆍ
11km로 짧은 거리라, 공원 산책하듯 가뿐하게 다녀올 수 있을것 같았다ㆍ
하지만 올레길 모험은 늘 예상보다 조금 더 힘든 경우가 많았고 오늘도 그런편이었다ㆍ
19km든, 11km든, 거리의 숫자는 그저 참고용이고 몸은 거리가 짧아져도 노곤하게 종점에 도착하게끔 맞춰져 가는듯 하다ㆍ
결국 남은 길이 얼마큼인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되면서 부터 마음이 쉬이 지쳐버린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코스 종점을 2-3키로 남긴 시점이 가장, 매번 힘들었던것 같다.
쇠소깍부터 하효마을은 이미 널리 알려진 관광지라, 내눈엔 새로울 풍경이 없었다.
제지기 오름을 올라 올레길을 가면 30여분이고, 해안도로로 우회하면 5분인 거리를 사이에두고 고민이 되었다.
오름을 올라갈 것인가, 어차피 다른 날보다 걷는 길이는 한참 짧아져있는데 쉽게 갈 것인가를 두고 머리를 굴렸다.
간세 표시가 있는 정석길로 가자고 헤이헤진 마음을 다잡고 제지기 오름을 올라 길을 걸었다.
바짝 땀이 났고, 축축해진 등판을 손으로 쓸어내며 꾀부리지 말자고, 원래의 생각했던 길이 힘들더라도 지금 처럼 땀을 쭉쭉 빼며 올라가자고 생각했다.
백두산 천지를 닮았다는 소천지와 검은여 쉼터를 지나면
칼 호텔 일부를 들어갈 수 있는 올레길을 걸을 수 있다.
호텔이 서있는 위치, 주변 경관이 웅장하게 잘 어우러진 느낌을 볼때마다 받는다.
지어진지 꽤 오래 된 호텔이라 내부 시설은 예전의 명성만큼은 못하다라는 다녀온 사람의 평이 있었으나, 예전에도, 지금도 한번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올레길과 겹쳐진 일부분만을 보며 동경할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올레길의 겹쳐진 경치 일부가 최고의 경관의 시작과 끝일 수도 있고, 올레꾼이 볼 수 없는 다른 좋은 것들이 몇가지는 더 갖춰진 곳일 수도 있다.
보이는게 다가 아니라는 말은, 사람에게 가장 유용하지만 장소와 시설, 또 그 곳을 즐기는 주체도 사람이기 때문에 폭넓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정방폭포, 서귀진지를 지나면 서귀포 도심으로 진입하면서 이중섭거리를 통과한다.
올레여행자센터에 도착하여 종점 스템프를 찍고, 센터가 어떻게 생긴곳인지 구경했다.
카페,음식점,숙소가 결합된 곳이었다.
올레길을 다 걷게 되는 날, 이곳에 다시 올 예정이기 때문에 오늘은 간단히 커피와 당근 도너스 세트만 맛보기로 했다.
서귀포 매일 올레시장도 구경했다.
제주의 다양한 특산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대부분 '제주에 왔다면 선물하기 좋은것'을 골라보는 가게들이 많아보였다.
시장을 왔다 갔다 하면서 크런치 초콜렛과 타르트는 따로 살 필요가 없을 정도로 실컷 맛보았다.
오늘은 어버이 날이다.
키울수 있는 카네이션 꽃을 미리 택배로 보냈지만 꽃만 덜렁, 받아든 엄마 손이 아무래도 허전해할 것 같아 카라향을 사서 택배로 부쳤다.
우리 엄마는 과일을 많이 좋아하니까, 어버이날을 못챙겨 준, 못난 딸이 제주의 특별한 과일을 보내는 것도 새로울 것이다.
그래도 함께 따뜻한 밥한끼 먹고, 어버이날을 기회삼아 평소 못했던 낯간지러운 감사함을 전해주는것이 더 좋았을것 같긴 하다.
엄마가 조금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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