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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물고기 Jun 13. 2020

[전시전] 명상 Mindfulness



남산타워가 손에 잡힐 듯 하늘에 걸린 풍경을 품고 있는 피크닉 전시관에 다녀왔다.

4월24일부터 9월27일까지 진행중인 '명상'전을 관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운영으로 사전예약제 신청을 받고 있었고 1주일전 네이버 예약으로 6월13일 11시30분 시간으로 예약한 뒤 현장에서 티켓을 수령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니었어도 이 전시전은 시간당 관람 인원 제한이 필요해보이는 체험, 참여형 아카이브로 꾸며진 공간이었다.


타인과의 거리를 두고 내면의 목소리,자아의 근원을 찾아 나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응시하기 위한 여정을 제공한다.

막연히 눈을 감고 가부좌를 틀며 명상 흉내를 냈던 지난날의 나에게 깊은 사유를 불러 일으키는 명상의 세계가 오감의 색을 입고 구체화 되어 펼쳐지고 있었다.

나는 나를 더 잘 이해하고, 보듬어주고 싶지만 한편으론 원하는 방향으로 통제하고 싶어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은 감정의 찌꺼기도 허투로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


하지만 정제되지 않은 날것을 그대로 품는것은 가혹하고 늘 힘이 들었다.


막연하게 어제보단 덜 힘들기를, 덜 혼란스럽기를 바랐었다.

대답없는 구원을 기다리기 보다는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이 들어 시작했던건 눈을 감고 침묵하는 일이었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고, 흑과 백의 무지로 머리를 비워내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싶을정도로 머리와 마음은 소란했다.

명상전의 관에서 관으로 이동하는 어두운 통로를 따라가면서 이곳은 도심속의 건물이 아니라 선잠에서 깨지 못한채 헤매고 있는듯한 몽환의 감각이 숨쉬는 곳이 되어 있었다.

죽음은 삶의 저편이 아닌 일부로 받아들이는것으로 시작하여, (B1 죽음과 함께하는 삶)


무심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몸을 쓰는 수행을 거쳐 (1F 수행)


스스로를 하나의 객체로 알아차린 후

(2F 알아차린다는 것)


무의식 세계속 잠재된 에너지를 끌어내는 창의력을 깨운다. (2F-3F 의식의바다)

그렇게 지하1층부터 3층까지 프로그램을 따라 마음의 순례를 마치고 나면 작은 찻잔에 담긴 차와, 풍경소리가 은은하게 퍼지는 옥상에 다다라 숨을 고를 수 있게 된다.

명상과 참선,그리고 수행.


비슷한 연장선에 놓여 있을법한 이러한 행위는 나 자신을 굳건히 뿌리기 내리기 위한 과정이 아닐까?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크고 작은 시련에 휘청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단단한 사람이기 보다는 말랑말랑 하면서 무던한 풀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해보자는 열망이 훅 치고 올라올때 쯤 손에 꼭 쥔 날계란 하나가 경쾌한 소리로 '탁'하고 깨지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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