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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물고기 Aug 30. 2020

[책]보이지 않는 여자들

1년전쯤이었던가,
건너 건너 알게 된 나보다 일곱 여덟의 연상 남성과 차를 타고 가면서 대중교통 내 성추행 경험에 대해 이야기 했던 적이 있다.

20대 초반 갑자기 내 가슴을 만지고 도망친 발발이 같은 새끼는 있었어도, 다행히(?) 대중교통에선 만나지 못했노라고 말했다.

그때, 그 남자의 대답이 참 가관이었는데
" 왜요 ? 충분히 예쁘신데 " 였다.

예쁘다는 칭찬을 믿지도 않지만, 외모에 대해 어떤 평가도 듣고 싶지 않지만, 예쁘다고 하면 좋아할 것 같아 건넨 인사치레 말이라고 해도 타이밍이 더럽게 의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책 ' 보이지 않는 여자들 ' 을 보면서 그때의 수치심과 어느정도 깨달음을 얻었어야 할 마흔을 바라보는 남성임에도 여성을 인식하는 무의식의 세계는 형편없었음을 다시 실감하게 했다.

인간 존중, 평등 사회를 위한 정책과 사회변화가 지속되고 있지만 인간과 사람이란 단어의 고정값이 '남자'로 부터 출발한다면 여성, 소수자를 포함한 모두를 위함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이 책은 정확한 데이터와 자료, 인용논문의 출처가 확실한 성차별의 데이터 사례들로 가득하다.

남성보다 많은 시간을 무급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필요와 존중을 향한 요구는 그것들을 기획하는 남성의 시각으로 재편향되어 만들어지고 있었다.


작가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는 꾸준히 데이터 공백에 대해 말하고 있다.

구글의 여성 임원이 임신을 하기 전까지 임산부 전용 주차장도 없었고, 영국의 고분자화학 전공자, 유전학 전공자의 50% 이상이 여성임에도 학교에선 아이들이 과학자 이미지를 떠올리게 했을 때 남성을 먼저 제시하는 것은 여성이 당사자가 되어 주체적인 데이터 수치가 되지 못했던 일례들이다.

남성 편향적 사고로 움직이는 사회는 여성의 업적을, 자유를, 가능성을 지운다.

이 책은 여성이 받는 차별과 불합리에 대한 단순한 고발이 아니다.

남성이 인류의 보편이라는 주장이 얼마나 큰 젠더 데이터 공백을 만드는지 전세계의 사례와 팩트로 조목조목 쌓아올리고 있다.

여성의 목소리로 우리를 기록하지 않았을 때 직장에서 가정에서 혹은 길 위에서 어떤 부당함으로 파괴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드 보부아르의 말 ' 남자들은 자신들의 관점이 절대적 진실이라고 착각한다'는 말을 마주하면서 예쁘다는 칭찬이면 그 누구에게 주물럭거려지는게 합당한건지 당시 그 면전에 물어보지 못했다는 생각에 답답해졌다.

나 또한 논쟁이 피곤하고, 성격과 맞지 않는다며 기민하게 차별 문제를 챙겨보지 않았음을, 데이터 공백에 일조하고 있었음을 돌아보며 반성한다.

우리의 딸들에게 ' 너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그렇게 할 수 있다 ' 라고 당연하게 말하고 싶은 세상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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