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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물고기 Oct 18. 2020

포천과 서른 다섯의 가을속으로

[네번째차박]광릉>광릉숲수목원>산마루캠피장>한탄강하늘다리>비둘기낭폭포

이미 어른이 되고도 한참이나 지난 나이건만, 가끔은 어른들이 입버릇 처럼 하던 말들이 낯설면서도 그 말들이 맞았었다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나이를 실감하곤 한다.

나이로 느껴지는 시간의 감각이 내겐 그랬다.
10대는 10키로, 20대는 20키로, 30대는 30키로의 가속도가 붙어 점점 빨리 지나가게 된다고 했다.

확실히, 20대때의 나는 이 느릿하고 지루한 일상이 언제 끝이 날 수 있을지 오매불망하며 출근하면 퇴근을, 월요일이면 금요일만을 바라보며 대부분을 기다리는 시간으로 보냈다.

30대 중반으로 차차 접어들면서 그렇게 기다리는것에 지루하다는 느낌보다는, 예상보다 부쩍 흘러버린 시간에 놀랄때가 많아졌다.

벌써 서른하고 다섯이었고 엊그제 엄마와 차를 집으로 삼고 잔 것 같은데 다시 차박을 할 시월하고도 세번째 주말이었다.

작년과 올해의 여행스타일이 많이 바뀌었다.

당일 치기가 아니라면 여행 장소를 고르고 숙박 업소를 고르고, 주변 관광지를 동선에 맞게 코스에 짜넣어, 알차게 둘러보고 왔다는 스스로의 뿌듯함과 피곤함에 심취했을 거다.


매번, 자신이 만족할만한 계획을 세우는것도 피곤한 일이기 때문에 마음먹은 것의 절반 이상은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식으로 보낼 때가 더 많았다.


올 여름 엄마와 획한 제주 여름 휴가가 취소되면서 무작정 실행해본 차박 캠핑이 요즘의 주된 여행 방식이 되고 있었다.


화장실도, 불도 없는 깜깜한 오지캠핑을 떠나기까지는 아직 적응기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이전이라면 샤워도 못하고, 옷도 편히 갈아입을수 없는 여행이라면 손사레를 쳤을텐데 지금은 이틀쯤 안씻는것 정도야 뭐 대담하게 넘길 수 있다.


잘씻고 포근한 잠자리에 드는것도 물론 좋지만, 바다 가까이, 숲속 가까이에서 평소와 다른 온도와 공기를 느끼는 경험이 더 소중하다고 느끼고 있다.

이번 여행은 포천 산마루 캠핑장에 미리 예약을 했다.

포천쪽에 가고 싶은 캠핑장이 따로 있었지만 대부분이 예약완료라 차선책 그다음 차선책으로 밀려 예약한 곳이었고 하루 숙박을 마치고 난 지금에선 만족한다.


맨 처음 가고 싶었던 아버지의 숲 캠핌장은 다음에 가볼 곳으로 정해두었기 때문에 언젠간 또 포천을 찾아올 것이다.

캠핑장으로 들어가기 전, 광릉과 국립 수목원에 들렀다.

높고 파란 하늘이 도화지가 되고, 붉게 물들어가는 단풍잎의 찬란한 색이 고개를 들면 우수수 수놓아져 있었다.


여행에서 제일 기분이 들뜨게 되는 때가, 날씨가 도와줄때이다.

마치 깨끗하게 빛날 햇볕이 나의 일정에 맞춰 찾아와준 기분이 들어, 더없이 행복해진다.


조선 제7대 세조와 정희왕후의 능 광릉에 올라가는 진입로는 초입부에 왕릉의 관리와 제향을 준비하는 재실이 있었고, 금천교를 지나 넓고 오래도록 걷고 싶어지는 완만하면서도 평탄한 길을 오른다.


2010년 곤파스 태풍으로 꺽여버린 나무가 어떻게 흙으로, 자연으로 돌아가는지 지켜보기 위해 길목 옆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숨을 거둔 자들이 역사와 함께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 공간에서 나무의 생태는 또 다르게 흘러갈 것이다.

우리 모두 언젠간 자연의 품으로 돌아갈 광활한 우주의 먼지보다 작은 미물이지만 자신만의 어떤 역사를 남기고 돌아갈 지는 모를일이다.


푸른 잎이 창창했던 나무가 꺾여 메마르고 있는 자리, 조카 단종의 왕위를 빼앗은 야심가 혹은 왕권을 강화하여 부국강병의 기반을 마련한 군주 세조가 누워 있는 자리

이 곳의 길은 소멸하고 있지만 또다른 푸른잎의 생명으로, 후대의 역사로 다시 태어나는 길이기도했다.


홍살문(신성한 지역임을 알리는 문 / 붉은 칠을 한 둥근 기둥2개를 세우고 위에는 살을 박아 놓여짐) 을 지나면 왕릉 제향을 올리는 정자각이 보이고, 그 뒤로 능침 공간이 보인다.


내려갈때는 진입로가 아닌, 좁은 숲길을 따라 갔다.

바삭하게 건조해진 낙엽이 우수수 쌓인 천위로 바람이 불때면 아직은 작고 가벼운 잎들이 흩날리듯 떨어지고, 바람을 따라 저멀리 도망간다.


그 찰나의 순간을 카메라로 담기가 어려웠다.

눈으로 마음으로 남겨두는것만 허락하겠다는 수줍은 잎의 표현일지 모르겠다.



광릉을 나와 국립수목원으로 걸어 올라갔다.

좁고 길게 이어지는 천을 한편에 두고, 자동차가 지나는 길과는 안전하게 분리가 된 산책로가 이어지고 있었다.


광릉 주차장에서 수목원까지만 걸어가 짧고 아쉽게 느껴졌다.

봉선사에서 수목원 정문까지 이 산책길이 3km 이어진다고 하니, 길게 걷고자 하면 봉선사쪽에 주차를 하고 올라와야 겠다.



싫어하는 일, 활동보다 좋아하는 것들이 어떤건지 잘 분간하기 어려웠었다.

왜냐하면, 좋아하는 활동을 정하고 애정을 쏟아보고자 하면, 잘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 잡히기 시작하고  부담감이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글을 쓰는 것, 걷는 것이 그렇다.

잘쓰고 싶다는 생각이 쓰려는 시도를 어렵게 했고, 오래 걷고 싶은 욕심이 지금 걷고 있는 길을 충만히 즐기지 못하게했다.



그리고 의심을 한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들이 마음과 몸에 부채를 주는 이 활동들이 맞는지를.

불편함에서 멀어지는 것은 쉽다.


불편한 사람은 안보면 되고, 어떻게 풀어내야 할 지 고민스러운 마음과 글은 닫아두면 되고, 걸을 때마다 삐걱대는 고관절의 통증은 몸을 웅크리고 가만히 있으면 된다.



그렇게 살아왔던 생활방식이 이미 습관화되어버렸기 때문에, 난 늘 도전하고 계획을  세우는것보다 도망갈 궁리가 익숙했다.

그렇다면 적어도 10대 20대의 나를 벽에 걸어보았을 때 남들에겐 아름답지 않더라도 내 마음엔 드는 그림 하나는 그려져 있어야 하는데  완성된 그림 한점 없었다.


불편함으로 구겨 놓은 사람,일,사건, 활동 수십가지를 다시 차근 차근 펴고 싶다.

마음에 쏙 들지 않더라도 꾸준하게 쓰고 나아질 수 있는 문장을 고민할 것이고 아직 걷지 못한 길을 욕심 낸다던가, 발걸음 수에 집착하지 않고 지금 걷고 있는 길을 꼭꼭 씹듯 바른 걸음으로 걸을 것이다.


불편해서 외면하고 싶은건,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나오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마음보다 먼저 앞서 나오지 않게 토닥이고 타이를 것이다.

나도, 내 말을 어느 정도 들어주는 애라는걸 믿어줄 필요가 있다.



떠나는 일상이 있기 때문에 안주하는 일상이 소중해진다.

닻을 매어두고 부랑할 수 있기 때문에 , 정착지로 돌아올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여행지의 풍경이 편안하고 아름다워 보일 수 있다.


나의  단단한 뿌리이자 정착지를 공유하는 엄마와 그래서 더 자주 떠나고 싶다.



세상에 그 어떤 이보다 서로 공감해줄 공통된 삶의 주제가 교집화된 사람.

엄마가 힘들었던 시절도 있었다.

나를 제일 나약하게 만들고, 기대감대로 자라주지 못한 내 존재가 쓸모없게 느껴지던 시기도 있었다.

우리 모녀는 서로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여주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편일지도 모른다.

너무 당연한 소리지만 내가 나이를 먹는 만큼 엄마도 차근 차근 나이가 든다.

그리고 서로 바꿀수 없는 태생적인 성향, 생각의 차이를 받아들이는 시간도 그만큼 쌓여져 간다.

매일 아침, 어제보다 오늘이 더 늙었다고 서로 투덜거리지만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토닥거려주며, 할머니의 시간으로 중년 여성의 시간으로 무르익을 앞으로가 애석하지만은 않다.



광릉 숲 국립 수목원은 1999년 5월24일 임업 연구원 중부임업 시험장으로부터 독립하여 신설된 산림생물종 연구기관이다.


광릉숲은 조선시대 나라에서 사용할 큰 나무들을 생산하고, 강무장(왕실 가족들의 사냥 및 활쏘기가 이루어진 공간)의 역할을 담당하던 곳이었는데 1468년 세조의 능인 광릉이 조성된 이후 능림으로 지정되었고,  일제강점기인 1913년 광릉시험림으로 지정되었다가 1922년 8월 임업 시험장이 창설되면서 본격적인 임업 시험사업이 이루어 졌다고 한다.

광복 이후 1957년 농림부 산하 중앙 임업 시험장을 거쳐, 1987년 산림 박물관과 온실을 갖춘 광릉수목원으로 조성되었다.


사전 예약 후 방문한다면 매표소에서 확인 받고 바로 들어가면 되고, 사전 예약없이 방문한다면 하루 입장 제한수와 주차장 사정에 따라 그냥 돌아가게 될 수도 있다.


광릉에 주차하고 걸어서 수목원에 방문 했기 때문에 다행히 현장에서 매표 후 입장할 수 있었다.


입구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육림호 휴게소로 빠지는 길에 시선을 빼앗겼다.


이 길의 끝에 작은 원두막이 있고 카페 가운데 난로가 보글 보글 물을 끓이고 있을 동화같은 오두막 카페가 있을것만 같았다.


걸어 볼 길이 촘촘하게 여러갈래로 많아 카페는 나중에 다녀가기로 하고, 무작정 길을 걸었다.



러빙 연리목길, 힐링 전나무숲길, 희귀 약용길, 느티나무 박물관길, 식물진화 탐구길, 맛있는 도시락길, 소소한 행복길  

수목원 구석 구석을 한번에 이어 돌아보기에는 큰 규모라 안내지에는 길의 주제를 붙여 총 거리수,걸음수,시간, 칼로리수 표기로 걸음을 권장하고 있었다.


신선한 코스 구성이었다.



수목원의 나무와 꽃, 수많은 식물들을 보면, 매번 이름표를 달고 그 자리에 있는데 쉬이 이름을 외워두지 못함에, 금방 잊어버림에 미안해진다.


그저 나무, 꽃, 풀의 구분만 지어 생김새에 감탄하는건 졸렬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그래서 전부는 불가능하고, 앞으로 이름표를 달고 있는 푸른 친구들을 잔뜩 만나면 한 두개는 꼭 외워보자는 다짐을 한다.


비루한 기억력을 가진 부끄러운 어른은 대신 열심히 눈에 담고 있다고 나무 껍질에 가만히 손을 얹고 사과를 한다.



한 두개 만이라도 이름을 알아가자는 결심을 한 뒤 운명 처럼 내가 좋아하는 보라색을 띈 꽃을 만났다.

이 꽃의 이름은 가는잎향유다.

이름에 향을 품고 있어 그런지 벌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가을의 숲은 잎이 얼룩 덜룩 색이 덮혀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빛이 닿는 곳부터 시작하여 찬찬히 번져갈 황금 색 옷을 입는 중이었다.



만병초원을 지나면 사운도오브 뮤직에서 폰트랩가 첫째딸과 남자친구가 이제 곧 열일곱 노래를 부르며 손잡고 뛰어다닐 것 같은 건물을 볼 수 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정말 많이 봤다.

어렸을 적엔 녹화를 해서 좋아하는 장면들을 돌려보곤 했다.

그 시절 영화의 무드를 쏙 옮겨 놓은 것 같은 구조의 건물과, 정원이었다.



걷다가 갈래길이 나오면, 즉흥적으로 가고 싶은 방향쪽으로 틀어 다녔기 때문에 우리가 다닌 길이 안내지에서 어느 코스를 따라갔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신기한건, 손으로 보는 식물원, 수생식물원, 키작은 나무 언덕, 비비추원 등 안내지의  주요 전시원은 한뼘씩이라도 지나가게 돌아봤다는거다.



3시전엔 캠핑장에 들어가야 짐을 풀고, 저녁 준비를 여유롭게 하기 때문에 시간 제약을 품고 다녔다.

하루, 온 종일을 이 곳에서 걷다가 앉았다가, 마음에 가는 식물앞에선 더 오래 눈을 주다가 그렇게 보내고 싶어졌다.



산마루 캠피장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타프를 치고 불을 피우는 일이었다.

많이 돌아다녔고 허기가 졌다.

저녁거리로 준비해온 고기는 불에 바로 구워 먹는 것이 아니라 장작이 어느 정도 타고 재가 되어, 숯불로 남아있을 때 그 온기로 구워먹을 수 있다.


이런 자잘한 지식은 센 불길에 고기를 홀랑 날려 먹고 후회한 뒤 '장작으로 고기 구워 먹는 법'을 찾고 나서야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미리 알고 있는 엄마가 새삼 대단해 보였다.



타프를 치고, 엄마가 고기를 굽는 동안 타프 안 주방이 될 공간을 꾸몄다.

토독 토독 밤이 한두개씩 떨어졌다.


밤송이도 아니고, 손톱만한 작은 알밤들이 바로 떨어지는게 기특하고 귀여웠다.



엄마와 차박을 하면서 새로운 면을 몇가지 발견하게 있다.

이미 다이소에서 산 가랜드가 있는데 색 전구와 천으로 된 가랜드를 하나 더 사왔길래, 중복된 쇼핑목록은 낭비라고 말해주니 더 예쁘게 꾸며보고 싶으셨다고 한다.


색색의 가랜드가 걸리고, 전구가 반짝이는 것을 보며 뿌듯해하고 사진을 서너장씩이나 찍는다.

그러고보면, 얼마전엔 회사에서 파는 관절 인형이 예쁘다고 집에 두자고 한 적도 있다.

인테리어엔 관심도 없으실줄 알았는데 작은 소품에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빨리 먹을 수 있는 소세지, 꼬치를 시작으로



대망의 살치살과,



구워먹는 치즈까지 코스 요리처럼 차례차례 구워먹었다.



어둠이 스멀스멀 찾아오는 산에서는 불을 떼고, 음식을 먹고, 불에 몸을 녹이고, 화장실을 다녀오는 일의 반복이다.


화로에 불이 사그라들면 장작을 하나씩 던져 놓고 다시 타오르는 불을 멍하니 본다.

불빛이 사그라지면 추위가 같이 찾아온다.

의자를 당겨 앉았다가 불씨가 커지면 의자를 뒤로 빼고 한쪽 다리가 뜨거워지면 의자를 돌려 반대편의 다리를 녹인다.


요리 조리 몸을 불의 온기에 닿고자 용을 쓴다.


화로가 주는 따뜻함은 화로가 필요하지 않은 따뜻한 날과는 또다른 느낌이자 재미가 있다.


불씨와 불을 필요로하는 몸의 관계에 많은 것들을 투영해본다.

사람,재능,젊음,생명 등등.

꺼질듯 타오르고 그러다 영원히 불씨를 잃어버릴 날이 오겠지.



USB 온열담요를 외장배터리에 연결해 침낭속에서 품고 잤건만, 늦가을의 밤은 추웠다.

굳어진 몸이 한참이나 풀리지 않아, 눈을 뜨는데 애를 먹었다.


된장찌개와 집에서 싸온 반찬으로 아침을 먹었다.


11시경이 다되어갈때쯤 짐을 정리하고 캠핑장을 떠났다.

이제는 엄마와 손발이 척척 맞아 짐을 펴는것도, 정리하는 것도 수월해졌다.


아래, 위 주변 사이트에서 캠핑을 하는 다른 가족들의 살림살이와 정리 방법을 흘깃 흘깃 넘겨다 본다.


새롭게 얻은, 아니 밤을 보내고 체득한 캠핑 개선점이 생겼다.

전기를 쓰자.


최소한의 짐, 가벼운 캠핑을 추구하지만 늦가을-초겨울 까지 캠핑을 할거라면 전기는 쓰자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전기 장판에서 몸을 지져야 하는 것이다.


집으로 가기 전, 산정호수를 산책하고 가고 싶었는데 산정호수쪽엔 차를 주차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여기서 엄마랑 살짝 트러블이 있었다.

제1,2,3 임시주차장으로 옮겨가면서 안쪽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 이렇게 계속 가면 나올때는 차가 밀려서 언제 나오냐 ' 하는 소리를 자꾸 하는 것이다.


주차할 곳이 없으니까 다른 주차장으로 옮겨가게 되고 그게 더 깊이 들어가는 구조면 나올 때 시간이 걸리겠다는 뻔한 소리를 옆에서 계속 하시니까 말의 심중 의도를 넘겨 짚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냥 집으로  가고 싶다는 건지, 어쩌자는 건지..

호수는 산책하고 싶은데 주차 전쟁은 피하고 싶다는 건지 그건 놀부 욕심 아닌지 쪽으로 확장 해석을 하다 보니 나도 기분이 나빠졌다.


그래서 차를 돌려 집으로 가자고 엄마가 그런소리를 하니까 흥이 깨져버렸다고 말했다.



그리고 갑자기 피곤이 몰려왔다.


곧장 집으로 갈 생각에 운전하고 있는데  엄마는 집으로 가는 방향쪽에 비둘기낭 폭포가 있어, 그곳에 들러보자고 했다.


아까의 엄마가 괜히 미워서 그냥 집으로 갈거라고 말했다가, 폭포에 들러보자고 고쳐 말했다.

내가 감정이 상한걸 알기 때문에 엄마도 눈치를 보며 미안하다고 하셨다.

그리고 여행의 막바지에 껄끄러운 감정을 끝으로 집으로 가긴 싫었다.
엄마도 나도, 바로 집에 들어가기는 아쉬웠기 때문에 생긴 문제들이었으니까.



엄마한테도 전부, 투명하게 내 감정을 표현하는건 아니었다.

엄마도 그럴것이다.

예전같으면 어디 어른이 말하는데라고 하면서 혼구녕을 냈겠지.

지금은  내 눈치를 많이 보는것이 느껴진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부정적인 감정이 치고 올라오면 그래도 화가 났다고 표현할 사람이 나는 엄마 뿐이었다.


솔직함을 찾아야겠다.

눈물 한방울 더 짜낼 필요도, 괜찮지 않은데 괜챃다고 입버릇 처럼 말해버리고 덮어두는 것도 그만하고 싶다.

다른 사람들에게 표현해야 할 솔직함을 엄마앞에서만, 엄마에게만 전담하게 하는 건 가혹하고 예의 없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탄강 하늘다리를 엄마와 손을 꼭잡고 걸었다.

높이 50m의 웅장한 다리였지만 걸을 때 흔들 흔들, 꿀렁 꿀렁 흔들리고 있었다.


굳건하게, 바람의 영향 따윈 받을 것 같지 않은 다리가 흔들리지만 안전하게 느껴졌다.

엄마에게 더욱 안전하고 든든한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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