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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물고기 Nov 01. 2020

그 사람을 얼마나 아십니까ㆍ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한편 보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영화가 세번째 살인이었다.

언제부턴가 가벼운 코미디, 로맨스 영화에도 흥미가 떨어졌고, 다소 무거운 쟁점으로 전개되는 영화도 집중하기 어려워졌다.

진지하고 성실하게 영화 한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짧은 코멘터리를 남기는 방식으로 나름의 소화방식을 지키고 싶었는데 그저 보는것 하나가 어려운 활동이 되어가는게 애석한 요즘이다.

세번째 살인을 네번에 나눠서 쪼개어 보고, 넷플릭스 홈화면에서 뭐 더 볼만한 게 없을까 뒤적거리다 너의 모든것이라는 미드를 5화쯤 보았다.


두 영화와 드라마를 쪼개어 살핀다면 상대방을 이해하고 다가가는 방식에서 비슷한 기시감을 느끼는 나의 견해에 동조하기 어려울수도, 어쩌면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번째 살인은 시게모리 변호사의 아버지(판사)에게서 30년전 살인죄로 형을 선고 받고 나온 뒤 두번째 살인을 저질렀고, 그의 변호인이 된 시게모리와 살인자 미스미의 진실 공방을 다루고 있다.


미스미는, 모든 혐의를 인정했고 그동안의 진술에도 여러번 말을 번복하면서 변호사들을 혼란스럽게 했었다.

시게모리 변호사 또한, 미스미의 살인혐의는 확정한 상태에서 사형만을 면하도록, 형량을 줄이는 것에 촛점을 맞춘다.

사건의 진실과 범인의 살해동기,진상은 변호인에게도, 미스미를 기소한 검사측에게도, 재판장에게도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영화속 대사를 빌려, 그들은 법조계라는 한배를 탄 사람들이었고 이건 그들이 처리할 일거리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미스미가 살해한, 공장 사장의 딸 사키에와 각별하게 지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사키에는 친부에게 끔찍한 일을 당해왔고, 이를 미스미가 알게 되어 자신대신 친부를 죽여준것이라고 알린다.


사키에만한 딸이 있고, 이혼 후 자신의 딸을 잘 챙겨주지 못했던 시게모리는 그 말을 듣고 난 후부터 미스미의 진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변호사로서 형량을 줄여줄 의무에 매진하는 것이 아니라, 살인마 미스미에게 살인을 저지를 만한 타당한 이유를 궁금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는 끝끝내 미스미의 진실이 어떤것인지 밝히지 않는다.

사키에가 거짓말을 했던건지, 미스미는 그저, 지갑의 돈을 훔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죽어 마땅한 인간이었는지 실마리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미스미라는 인간을 바라보는 시게모리 변호사의 변화와 갈등을 보면서 우리가 한 인간을 이해하는 것은 자기가 믿고 싶은 것을 재편성한 극히 작은 편린에 지나지 않는지에 관한 물음을 던져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후에 본, 너의 모든것이란 미드가 그랬다.

뉴욕의 서점 매니저가 손님으로 온 브라운대학 작가 지망생에게 한눈에 빠져 그녀를 자기 방식대로 알아가기 시작한다.


여자의 SNS를 염탐하고, 개인정보를 알아내 미행하는 것은 물론, 그녀와

연인사이로 발전되기에 걸림돌이 된다고 느끼는 여자의 남자친구를 감금,살인하기까지 이른다.


남자는 여자가 보여주려는 정보만을 믿지 않는다.

시작은 그녀를 향한 순수한 사랑과 호기심이었지만,편집적이고 광적인 집착 성향이 뒷받침된 덕으로 여자의 숨겨진 그늘마저 이해해주고 감싸주려는 대단한 연인이자 스토커가 되어간다.

이 드라마는 아마 좀 보다가 때려칠것 같지만, 세번째 살인과 너의 모든것에서 묶여지는 공통점은, 사람은 자기가 믿고 싶은대로, 감당하고 싶은 만큼 상대를 속단하고 그것이 진실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오만하고, 자기 중심적 사고에 벗어날 줄 모르는 속단인지 뒷통수와 명치를 후들겨패는 영화와 드라마였다.


그래서, 나는 ' 내가 사람을 좀 잘봐, 내가 말하는 면이 맞아 '라는 식으로 사람을 평하는 그 사람의 입을 더 믿지 못하며 아니꼬와 하는 면이 있다.


내가 본 그,그녀의 모습은 코끼리의 털 하나쯤 만져본것임을 깨닫고, 나머지 눈과 코와 입은 아는척하지 말것이며 그래도 의견이 피력되어야 할때 조심스러운 속단임을 부끄러워 하며 말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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