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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물고기 Jan 04. 2021

연애, 시작

현재의 사람을 사랑하기로 마음먹고 난 후,

난 이제서야 사람이, 사랑이

조금 편해졌다.


늘 과거의 나와, 자라온 배경이 자신 없었기에

무조건적인 이해와 아량을 베풀어 줄 수 있는

아버지 같은 남자와의 연애를 동경했었다.


정작 내 아버지에게선 그와 같은 정을 주고 받은 적이 없었기에, 어떤 색깔과 따스함이 내게 비춰진다 한들 분별도 못했을거면서 말이다.


그래서 반쪽짜리 부모의 정을 바지런히 메워 주느라 맘을 졸였을 내 어머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엄마가 흡족할만한, 아니면 게중 한두가지는 포기해도 괜찮을만한 조건에서 만들어진 남자라야 '엄마 내가 이런 사람이랑 연애를 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어려웠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나를 내어줄만한 애정의 공간을 비워주는 것도.


정작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교류 방식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울고 웃으며 채워 갈 수 있는 사람임을 잊고, 지우고, 누르고 있었다.


내 눈을 보며 반달이 되도록 웃음을 눌러 담는 따스한 시선을 받고 작은것 하나도 함께,같이 라는 이름을 붙이며 애정을 표현하는 남자를 만났을 때 그 사람의 과거는 잠시 잊고 지금의 남자를 좋아해보자는 용기가 생겼다.


그러다, 그 사람의 슬픔이 내 뒷편을 닮아있는 모습을 알아가노라니, 지금의 성숙함도 나를 보듬는 큼직만한 손도 그가 딛고 선 아픔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제서야 엄마나, 타인의 시선이 걷힌 우리 둘의 세계를 지켜가고 싶다는 희망으로 부풀어 올랐다.


요즘의 나는 빨갛고 순수하게 익은 풍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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