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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물고기 Jan 12. 2021

하늘에서 내리는 쓰레기 찬가

올해는 눈을 원없이 만나는것 같다.

겨울의 초입부부터 '눈 한번 보고 싶은데? '라고 가졌던 소망은 이곳 저곳에서 눈길 피해를 호소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내가 걷기에 피곤한 땅으로 변해가면서 부터 '그만 내려야 하는거 아니야?'로 바뀌었다.


혹자는 눈을 하늘에서 내리는 쓰레기라고 분노했고, 어떤이는 보드라운 새의 깃털을 만난것 마냥 함박웃음을 지었다.

나는 그 양극에 있는 사람들을 알고 있지만 눈에 대한 적의감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여 꼭 메마른 감성을 가지진 않았었다.

눈물이 감수성 재량의 척도라면 오히려 하늘의 쓰레기라고 분노한 이가 아이러니하게도 여린 심성을 가지고 있었다.


마음이 곧잘 붕붕 떴던 어린날에는 눈을 보면 눈밭에 구르고 달리며 갖가지 반가움을 몸 곳곳에 묻혀놓고 싶었다.


세월의 힘으로 차분해진 덕분에 이제서야 눈이 흩날리는 동적 움직임에 집중하며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조금 비겁해졌다.

눈을 간지럽히는 눈의 정경에서 나의 시선은 한 발자국 벗어나 바라만 보고 싶은 것이다.

눈을 잘 볼 수 있는 큰 실내라던가, 지붕 아래를 찾게 된다.

눈이 내리는 모습과 쌓였을때의 뽀드득하는 소리와, 녹을때 진창으로 변해버리는 세계를 보면 어째서 내 몸과 마음에 눈을 깊이 담을 수 없는지, 눈에 뭉개버린 사람과 아름답지 않았던 추억이 포개지며 떠오른다.


멀리 보아야 평온한 사람과 관계가 있다.

또한 눈은 보기보다 따뜻하지 않다는 명확한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럼에도 생각보단 차갑지 않을거라는 반짝임에 홀려 미련한 실수를 종종 저지르는 것이다.


눈을, 사람을, 함께한 시간들을 곡해하지 않고 투명하게 보고 싶다.

손 한뼘 내밀어 맞닿는 차가움 정도는 웃으며 견딜 수 있을것 같다.

나의 새로운 희망은, 눈 밭을 헐떡이며 뛰어다니는 한마리 강아지가 되어 눈에 폭 안겨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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