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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물고기 Feb 10. 2021

나를 잘 아는 사람의 짜증은 무섭다.


사람마다 비슷한 시간의 흐름을 가지고 있다고는 결코 생각한 적 없지만,
같은 사람인 나라는 인간안에서도 무수히 달라지는 시간과 변덕스러운 감정의 결을 느낄때면 하루에도 몇번씩 어른과 아이로 자라났다 줄어드는 기분이다.

권태로운 일상을 버티는건 내 전문이자 특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새로운 곳을 발견하고픈 욕구와 알고 있는것보단 모르는 것에 끌리는 호기심이 치밀어 오르면 봄날의 발정난 개가 된 것 같다.

나의 충동과 욕망이 부끄럽다.

그렇게 어디에 정신을 두고 나왔는지, 지금의 내 시선과 관심이 어디,어느,누구에게 쏠려 있는지는 한참의 시간이 흘러야지만 깨닫게 된다.

그때를 돌이켜볼때면 '멀쩡한 정신을 가지고 있었고, 다 내가 선택했던 거에요, 난 나를 믿었어요 ' 라는 말을 억지로 지어낼 수도 없을 만큼 부랑하는 기분으로 살았던것 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싫고, 언짢다 싶은 것들은 꼭 티를 내야 직성이 풀리는 엄마의 신경질이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엄마의 짜증과 질타를 받아먹고 자랐기 때문에 한번씩 현실적인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엄마는 나의 시계추 같은 사람이었다.

엄마 개인의 취향,기준이라는 고질적인 함정이 있지만 내가 감당할 일상의 무게를 너무도 잘 알고 계신 분이었다.


아침7시 언저리쯤 우리집 베란다는 빛을 받을 준비를 하는 하늘을 보여준다.

달이 걸린 찰나의 순간을 찍어 이 달이 그믐달이라고 알려준다.

달이 지고 해가 떴고, 전날 잔소리 폭격을 한 엄마는 지고 예쁜 사진을 건네주며 뜨개질을 하는 엄마가 다시 떠오르고 있었다.

들뜬 마음이 가라앉고, 오늘의 무게를 조용히 달에 걸어 달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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