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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과 Sep 02. 2018

무제(9)-마지막 편지

이름도 없는 너에게

23주 동안 나와 함께 했지만 태명도 없는 아가야.

  
2014년 너는 나에게 찾아왔지.
엄마는 기쁘면서도 두려웠어. 너를 건강히 낳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에 넌 떠나간 걸까?
네가 가고 오늘까지 늘 엄마 마음속 어느 부분은 돌덩이가 누르고 있는 것처럼 무거웠어. 너를 지켜내지 못한... 어쩌면 건강하지 못할 거면 떠나버리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매정한 내가 '엄마'라고 불릴 수 있는지도 모르겠구나.

너를 보내고도 엄마는 밥이 목에 넘어갔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지. 그렇지만 너무 야속하다 생각은 말아줘. 그 대가로 엄마는 건강도 잃었고 평생을 자책하고 죄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우울하고 괴롭게 살고 있으니까.
  
어떻게 하면 내가 너에게 용서받을 수 있을까? 네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세상 한번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엄마 품에 한번 안겨보지도 못하고... 버려지듯 하늘나라로 가게 둔 엄마를 무슨 수로 용서하겠니?
  
그런 내가 너와의 마지막 기억을 꺼내보았어. 그냥 둘둘 뭉쳐 깊숙이 너무나 어둡게 기억되고 있는 너와의 마지막 기억. 너무나 괴롭지만 당당히 꺼내보기로 했어. 그래서 명확하게 내가 너에게 했던 행동과 감정을 들여다보고 더 뚜렷이 괴로워하고 미안해하고 너를 그리워하기로 했어. 조금이나마 아주 조금이나마 너에게 속죄가 될까...

잊히는 것만큼 외롭고 슬픈 일을 없다고 했어. 잊는 것 역시 외롭고 슬픈 일이더라. 나는 너와 마주 대하기가 힘들어 너를 기억에서 지우며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봤어. 하지만 그럴수록 내 마음은 점점 어두워지고 규명할 수 없는 불안감에 사로잡혔지. 

글을 쓸 때 너의 사진을 보며 많이 울었어. 그냥 눈물이 주르륵 나더라. 꼭 네가 나를 똑바로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이 사진을 찍을 땐 엄마 배에서 건강히 있던 때구나.. 19주...
아니 건강한 마지막 주였던 것 같기도 하다. 난 너의  초음파 사진만 보면 눈물이 난다. 
미안해서... 보고 싶어서...
  
나의 아기... 
그때 너에게 못했던 말을 지금 하려고 해.
못난 엄마 때문에 너무 고생 많았어.
따뜻하게 너를 안아주지 못해 너무 미안해.
너 가는 길 배웅하지 못한 것 용서해.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만나면 
그때 실컷 욕해줘.
엄마 여기서 형아 잘 지키다 얼른 갈게.
엄마 원망해도 좋은데...
나중에 거기선 꼭 함께하자.
미안했어. 미안하고...
앞으로도 많이 미안해하면서 살게.
정말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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