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도 습관의 결과였다....
오래전부터 나에게는 이상한 습관이 있었다. 학창 시절에 유달리 공부가 잘되는 날이면 기분이 좋다가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공부가 잘되면 뭐 해?
시험 치기 전에 사고가 나거나 죽어버리면 아무 소용 없잖아?
시험 칠 때 실수하면 아무 소용 없잖아.
왜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공부가 잘되면 공부가 잘돼서 마음껏 기분 좋아하고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고 기대하면 될 텐데 비극적인 결말을 구태여 상상하고 다시 의기소침해지거나 불안해지려고 했을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비교적 성실하다는 평을 들었던 나는 두려움이나 불안을 성실함의 도구로 이용한 것 같다. '대학에 떨어지면 어쩌지? 이번 시험 망치면 어쩌지?' 등의 생각을 하면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공부를 했다. 그러다 보니 늘 내 머릿속을 안 좋은 상황을 생각하는 습관이 생긴 것 같다. 불행한 결말을 늘 생각하는 사람이 기분이 좋을 리 없다. 나도 모르는 사이 불안, 걱정이 내 주 감정이 되어버린 것 같다.
늘 불안 초초한 나를 당연하다고 여겼다. 정신을 차리고 있는 거라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는 새드 엔딩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어쩌면 유비무환의 태도라고 여기며 부정적인 감정을 옹호하며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래서 늘 불안하고 걱정이 많은 나는 '우울'이라는 부작용에 시달리게 되었다.
그걸 깨닫는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요즘 즐거우면 즐거운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편안하면 편안한 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한다.
처음에는 어색했다.
기분이 좋으면 내가 이래도 되나? 내가 빠뜨리고 있는 건 없나?라는 생각부터 하며 자꾸만 불안, 초조로 나를 몰아가려는 나를 발견했다.
아직도 연습 중이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씨를 보고 "너무 좋아!"라고 그 기분을 즐기려고 노력한다. (예전엔 이렇게 좋으면 뭐 해? 놀러 가지도 못하는 답답한 삶인데..라고 기분이 나빠지는 생각을 뒤이어서 했었다.)
아무 이유 없이 기분이 좋으면 그 좋은 기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예전엔 왜 기분이 좋지? 뭐 빠뜨리고 있는 건 없나? 하면서 나를 괴롭혔다.)
감정도 연습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감정도 습관이었던 걸 너무 늦게 깨닫게 되었다.
열심히
연습하려고 한다.
행복해지는 연습!!
행복... 그거 연습해보니 별것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