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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과 Sep 07. 2018

우울증 약은 마중물

우울증 약에 대한 나의 생각

신경정신과에 가자마자 약을 처방받았다. 내 힘으로는 증상을 호전시킬 수 없다는 결론 후 병원을 갔기 때문에 약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오히려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약을 먹으니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없어졌다. 남편이 보기에도 짜증이 덜하다고 할 정도로 마음이 차분해졌다. 


상태는 내가 제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고 당장 스트레스 상황에서 벗어나서 생활한다면 그 증상이 완하 될지 모르지만 당장 환경을 바꿀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어쩔 수 없이 약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약을 먹은 지 6개월이 넘었다. 

보통 정신과 약은 증상을 완하 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거지 치료를 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전적으로 주관적인 생각) 그래서 약을 먹다가 끊으면 다시 증상이 나타는데 아닐까?


여하튼 우울증에 관련된 책을 읽으면 공통적으로 운동을 권했다. 운동은 천연 항우울제라는 말이 뇌리에 꽂혔다. 하지만 우울증 환자가 그런 내용을 읽었다고 당장에 일어나 운동을 한다면 우울증 환자가 아니다. 손하나 까딱하기 싫은데 밖으로 나가 운동이라니?


운동을 시작하는데 꼬박 6개월이 걸렸다. 


오늘 드디어 운동을 하러 자발적으로 밖으로 나갔다. 


하루아침에 된 일은 아니다. 약을 먹고 조금 진정되면서 글을 썼다. 글은 그냥 방바닥에 앉아서 컴퓨터 켤 의지만 있어도 쓸 수 있었다.(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각자 하기 쉬운 일이 있을 것이다.) 매일매일 말이 되던 안되던 글을 썼고 6개월을 꾸준히 썼다. 


나에 대해 자신감이 생겼다. 성취감이 생긴 것 같기도 하다.


어느날 글을 쓰는데 이렇게 앉아서 글로만 이야기하는 것은 한쪽 발로 걷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행동으로 옮기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다. 그러고도 1개월의 시간이 흐르고 생각으로만, 글로만 존재하던 운동을 하게 되었다. 


아무도 없는 운동장을 도는데 갑자기 이 생각이 들었다.


우울증 약은 마중물이다.


약이 우울증을 치료해주는 것이 아니다. 약 덕분에 증상이 완화되면 뭘 할 수 있는 의욕이 조금 생긴다. 아주 조금 생긴 그 의욕으로 처음에는 내가 하기 쉬운 것부터 하면 된다. 방을 닦던 뜨개질을 하던 글을 쓰던 매니큐어를 바르던 어쨌든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한다. 그러면 점점 의욕이 생겨 마침내 복잡하고 힘들어서 엄두가 나지 않는 일도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집 앞 운동장을 걷고 뛰는데 6개월이 걸렸다. 


나는 약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우울증이 있는 이들이여!!

자신의 의지 없음을 탓하고 말자.

그게 이 병의 증상이 아니겠는가?


약의 도움을 받아 꺼진 불씨를 살려야 한다.

생명의 불씨, 의욕의 불씨.... 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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