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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과 Sep 03. 2018

우울이 나에게 알려준다

오랜만에 운동을 하러 갔다. 2달 만이다.

땀을 흘리고 나니 정신이 명료해졌다. 산만했던 마음이 걷히고 그 밑에 숨어있던 감정이 드러났다. 외부의 자극에 가려져 있던 우울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운동은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없이 기분이 가라앉았다. 흙탕물을 흔들었다가 가만히 두면 무거운 것이 아래로 가라앉듯이 마음이 한없이 밑으로 밑으로 가라앉았다.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우울증은 안정적인 상태라 여간해선 벗어나기가 힘들다고 했다. 동의한다. 무거운 것이 아래로 가라앉으면 특별한 사건이나 압력 없이는 다시 위로 떠오를 수 없다. 


마음이 가라앉으면 편안함을 느낀다. 거기에 계속 머물고 싶어 진다. 산만하고 힘든 삶에서 벗어나 아무 생각도 않고 그냥 가만히 그렇게 처져 있고 싶어 진다.


우울은 나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우울은 하나의 시그널이다. 너무 지쳤다는... 쉬어야 한다는...

내 경우는 그런 것 같다.


내 한계치까지 힘을 다 당겨 써 버려서 그냥 몸과 마음이 무게도 질감도 느껴지지 않고 만지면 바스러져버리고 마는 하얀 재같이 느껴지는 상태가 나에게는 우울의 이미지다.


한없이 가라앉다 보면 바닥이 보이려나?


끝까지 가라앉아보고 싶지만 그런 호사는 나에게 허락되지 않는다. 그것이 참 슬프다. 

다 내려놓고 싶어 진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걸 보면 아직 우울의 근원에 다가가지는 않았나 보다.


우울이라는 신호를 무시하고 자꾸만 앞으로 나아가려고 발버둥 치는 나를 느낀다.

신호를 무시하면 큰 코 다치는 것은 나다.


경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우울이 나에게 말은 건넨다.



쉬어야 해




그 말을 받아들이고 싶지만 아직은 용기가 1g 모자란다. 

내 손아귀에서 욕심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어리석은 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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