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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순 Oct 14. 2022

아이와 함께하는 한자 여행 8/예민하다


조용조용


검지를 입술에 갖다 대면서 아이에게 말한다.

아이가 내는 소리가 크게 들려 괴로울 때가 있다.

특히 잠자리에 들었을 때

옆에 있는 아이가 자기 전까지 내는

벅벅 몸을 긁는 소리

부스럭거리는 이불 소리에도

쉽게 화가 났다.


아이는 아직 혼자 자기 무섭다는데

나는 밤마다 뾰족해지는

내 모습을 보는 게 무서웠다.

도움이 될까 해서 귀마개를  샀다.


엄마는 소리에 예민해서요?


아이에게 소리를 낮춰줄 것을 부탁하며

내가 했던 말을

이제 아이가 돌려주고 있었다.

타인에게서 듣는 예민이란 소리 앞에

나는 다시 날카로워졌다.


예민 銳敏은

날카로울 예 銳와 민첩할 민 敏 자가 합쳐진 한자어다.

무언가를 날카롭고 빠르게 느끼는 사람은 어떨까?

밤마다 귀를 틀어막는 나처럼

자극에 괴롭지 않을까?

밖으로 표현해도 네가 유별난 거라고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


내가 가진 예민함이

나와 타인을 공격할 때도 있다.

뾰족한 것을 둥글게 다듬기 위해

시간을 쏟기도 했다.

지금은 예민한 부분을

개성, 재능으로 생각한다.


날카로운 칼이

누군가를 아프게도 하지만

구하기도 하잖아.


내가 가진 예민함이 있다면

나와 주변 사람을 구하는데

쓰도록 반짝반짝 다듬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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