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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순 Oct 17. 2022

아이와 함께하는 한자 여행9/삼키기 가까운


아침 9시 라디오 어플에서

KBS 클래식 FM 93.1을 튼다.

김미숙의 가정 음악을 여는

익숙한 음악과 매일 다른 오프닝 시가

집과 내 마음을 채운다.

하루 한 번 내가 찾는 행복이다.


석탄병


오프닝에 나온 이 단어를

처음 이 단어를 들었을 때

검은 석탄(石炭)이 얼굴에 묻은

병사 (兵士)를 떠올렸다.


삼키기가 아까운 떡이라는

DJ의 설명을 듣고 나서는

새로운 석탄병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었다.


석탄병 惜吞餅


감가루를 많이 넣고 향이 좋은 계피, 생강, 귤병(橘餠)을 넣고 보슬보슬하게 쪄낸 진한 자줏빛의 메시루떡.

석탄병(惜呑餠)은 삼키기가 아까운 떡이라는 뜻이다.

잣과 꿀이 들어가 달콤하고 고소하며, 계피와 생강의 매운 맛이 은은한 감맛과 어우러져 다른 떡에서는 찾을 수 없는 맛과 질감을 가진 떡이다.


출처: 한국세시풍속사전


아낄 석 惜

삼킬 탄 吞

떡 병 餅

석탄병의 한자를 다시 써본다.


삼키기 아까운

순간을 찾아보니

지금이다.



엄마 배 속에서 내 이름이 왜 가을이었어요?



가을에 태어난 아이는

자기 태명이 왜 가을이었는지 물어본다.

가을, 아름답잖아.


갑작스럽게 배 속의 아이를

일찍 만나게 되었던 9월의 가을도

원래 만나기로 했던 10월의 가을도

함께 온기를 나누는 11월의 가을도

삼켜버리기 아까운

아름다운 계절이다.


더 추워지기 전에

천천히 걷고 많이 놀아야지.

가을 제철 음식도 꿀꺽 삼키지 말고

꼭꼭 씹어먹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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