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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달빛서당

담론-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담론談論을 읽고

by 모순

나의 동양고전 독법이라는 부제가 붙은

신영복 교수의 책 『강의』를 20대에 읽었었다.

그리고 40대가 되어 책 『담론(談論)』을 읽는다.


『담론(談論)』은 책 『강의』와 마찬가지로

신영복 교수의 동양고전 강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은 2015년에 세상에 나왔고

신영복 교수는 2016년에 별세했다.

책의 부제는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다.


1부는 고전에서 읽는 세계 인식

2부는 인간 이해와 자기 성찰로 이뤄진다.

한 학기의 (마지막) 강의를 시작하는 내용을 따라가 본다.

제목은 '가장 먼 여행'이다.




우리의 강의가 마중물이 되어 여러분이 발 딛고 있는 땅속의 막고 차가운 지하수를 길어 올리게 되기를 바랍니다.

오랜 강의 경험에서 터득한 것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교사와 학생이란 관계가 비대칭적 관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옛날분들은 가르치는 것을 '깨우친다'고 했습니다. 모르던 것을 이야기만 듣고 알게 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불러내는 것입니다. p13~14


우리의 강의는 여기 저기 우연의 점들을 찍어 갈 것입니다. 순서도 없고 질서도 없습니다. 우리의 삶이 그런 것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우연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어느 날 문득 인연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인연들이 모여서 운명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의 강의도 마찬가집입니다. p15


신영복/담론/돌베개



가르치는 것은 '깨우치는 것'

오늘 내게 와닿은 글로 찍어낸 우연의 점들이

어떻게 이어질까?



고전 공부는 인류가 지금까지 쌓아 온 지적 유산을 물려받는 것입니다. 역사와 대화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동시대 사람들과도 소통할 수 있게 합니다. 언어를 익히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고전 공부의 목적은 과거, 현재와의 소통을 바탕으로 하여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이처럼 공부란 세계 인식과 인간에 대한 성찰이면서 동시에 미래의 창조입니다. 고전 공부는 고전지식을 습득하는 교양학이 아니라 인류의 지적 유산을 토대로 하여 미래를 만들어 가는 창조적 실천입니다. p19


신영복/담론/돌베개



공부는 기존의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과거, 현재와의 소통을 바탕으로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구나.

창조적 실천으로서 어떻게 공부해 나갈지 탐색 중이다.




우리가 고전을 공부하는 까닭은 자기 지속의 구조를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

린 Richard J.Lynn은 <주역>을 'The Classic of change'로 번역했습니다. '변화의 고전'이라고 했습니다. <주역>은 세계의 운동에 관한, 오래된 철학적 서술로 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합니다. p59


우리 강의의 핵심 개념이 '관계'라고 밝혀 두었습니다. 탈근대의 과제가 바로 존재론으로부터 관계론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p62


신영복/담론/돌베개



나는 동양고전의 힘이

'변화, 관계'를 꺼내는 상대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고정된 진리를 강조하기보다

관계 속에서 변화할 수 있음을

동양고전에서 배운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이 사실이니까.


책 『공부』의 내용도 떠올랐다.



우리는 상대성에 대한 교육을 너무 안 합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만 상대성이 아니죠. 다윈의 이론을 핵심만 말하라 하면 상대성이에요. 다윈이 이야기한 건 처음부터 끝까지 상대성이에요. 상대와의 관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적응을 잘했으면 살아남을 수 있음을 설명했습니다. p166

최재천의 공부



다윈이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동양고전에서는 상대방과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상대방과의 관계가 적응, 진화, 생존과도 연결된다는

지혜가 동양고전에 담겨있다는 생각이 든다.

동양고전을 계속 공부하고 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이유다.


'자기의 이유', 이것은 우리가 지켜야 할 '자부심'이기도 합니다. '자기의 이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무리 멀고 힘든 여정이라 하더라도 결코 좌절하지 않습니다. '자기自己의 이유理由'를 줄이면 '자유'自由가 되기 때문입니다. p426


신영복/담론/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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