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시경》의 시를 한마디로 평하여 ‘사무사’思無邪라 하였습니다. ‘사무사’는 “생각에 사특함이 없다”는 뜻입니다. 사특함이 없다는 뜻은 물론 거짓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시인의 생각에 거짓이 없는 것으로 읽기도 하고 시를 읽는 독자의 생각에 거짓이 없어진다는 뜻으로도 읽습니다. 우리는 거짓 없는 마음을 만나기 위해서 시를 읽는다는 것이지요. (…) 시적 관점은 우선 대상을 여러 시각에서 바라보게 합니다. (…) 시적 관점의 이러한 자유로운 관점은 사물과 사물의 연관성을 깨닫게 해줍니다. 한마디로 시적 관점은 사물이 맺고 있는 광범위한 관계망을 드러냅니다. 우리의 시야를 열어주는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우리가 시를 읽고 시적 관점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p58 신영복 지음, 강의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시적 관점,대상을 여러 시선에서 바라보게 하는 것
자유로운 관점은 우리의 시야를 열어준다.
달빛서당에서 함께하는 인문학 공부의 과정도
이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봄에 대해서 쓰고 싶다면, 이번 봄에 어떤 생각을 했는지 쓰지 말고, 무엇을 보고 듣고 맛보고 느꼈는지를 쓰세요. 사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쓰지 마시고, 연인과 함께 걸었던 길, 먹었던 음식, 봤던 영화에 대해서 아주 세세하게 쓰세요. 다시 한번 더 걷고, 먹고, 보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은 언어로는 직접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우리가 언어로 전달할 수 있는 건 오직 감각적인 것들 뿐이에요. 이 사실이 이해된다면, 앞으로 봄이 되면 무조건 시간을 내어 좋아하는 사람과 특정한 꽃을 보러 다니고, 잊지 못할 음식을 먹고, 그날의 날씨와 눈에 띈 일들을 일기장에 적어놓으세요. 우리 인생은 그런 것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김연수 지음, 소설가의 일
꽃피는 봄날, 달빛서당에서 나눈 문장이다.
인공지능이 번역을 하는 시대에
오래 살아남은 이야기 속 한자를 필사, 낭독하고
내 이야기를 글로 써보는 것,
악기를 배우고 춤을 추는 것 처럼
평소에 안쓰던 감각을 깨워 새롭게 보고, 듣고 느끼며 일상의 반짝임과 만난다.
和而不同화이부동
조화를 이루지만 그저 남들하는 대로 따라하지 않는다.
관계關係를 주제로 한 달빛서당 3기 마지막 큐레이션으로 선택한 문장이다.
和而不同화이부동 다양성을 존중하며 공동체의 발전을 이야기할 때 많이 인용되는 말이기도 하다.
나는 달빛서당도 和而不同화이부동의 공간이라 생각한다.
함께 논어 속 문장을 읽고 각자의 시선을 나눈다.
타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세계는 조금씩 넓어진다.
달님들과 함께 봄꽃, 시와 음악을 즐긴 이 계절, 나에게는 和而不同의 생생한 감각으로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