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달빛서당

한자, 논어, 인문학 공부로 일상을 반짝반짝 풍요롭게

by 모순


달빛서당 3기가 마무리되고 있다.

새벽달 아래서 학인들이

밤사이 올린 공부 기록을 읽고 답장한다.


달빛서당 1,2, 3기를

지나며 특별한 순간이 쌓인다.

이번 3기에는 특히 함께 봄꽃, 시詩,음악音樂을

나누던 기쁨과 풍요로움이 은은하게 내 안에 남았다.


지난 일요일 새벽, 처음으로 달님들과 줌모임을 했다.

글로 소통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했었지만

줌모임을 하면서, 끝나고 새로운 충만감이 들었다.


마음에 든 씨앗문장 하나를 가지고 와서

이야기를 하는데도 넓고 깊게 대화가 퍼져나갔다.

화면을 사이에 두지만 눈빛을 보고, 목소리를 울려

대화를 한다는 것

나는 그 기쁨만큼이나 그 반대의 상황도 두려웠던 것 같다.


소통에서 글의 온도, 자극이 내게 딱 적당하다고

그 선을 넘지 않으려고 했는데

내가 그어둔 선 하나가 흐릿해지고

함께하는 달님들 덕분에

나의 세상이 좀 더 넓어진 기분이다.


나도 공부하고 학인들도 참고할 수 있게

가이드 노션에 논어 원문

중국어 암송暗送 동영상을 함께 보내고 있다.


이번에 줌미팅에서 나를 처음 만난

한 달님이 중국어 暗誦하는 사람이

나인 줄 모르고

중국인인 줄 알고 있었다는 말에

함께 많이 웃고 놀랐다.


나의 발음이 원어민과 같지는 않지만

중국어 발음에 익숙하지 않은 이에게는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구나 싶었고

이렇게 얼굴을 보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기회를

달빛서당에서 종종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프라인 모임도 언젠가 할 수 있겠지.


關雎관저樂而不淫락이불음哀而不傷애이불상《시경》<관저>편은 즐겁지만 정도에 지나치지 않고 슬프지만 상심에 빠지게 하지 않는다. -《논어論語》 제3편 팔일 八佾 20장에서



달빛서당 3기 4주 차에 함께 읽었던 씨앗문장으로

3주 차 씨앗문장에서도 나왔던

시경詩經의 첫 편 關雎 관저에 대한 공자의 이야기이다.


한국어, 중국어 자료를 찾아보니

이 문장은 시, 문학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람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기서 나오는 감정은 나와 타인,

즉 관계 속에서 표현되는 것이다.


관계 속 감정 표현이 쉽지 않은 나는

이 문장에서 고슴도치 딜레마가 떠올랐다.


추운 겨울날 한 무리의 고슴도치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고슴도치들은 얼어 죽지 않으려고 서로 가까이 붙어 서서 옆 친구의 체온으로 몸을 덥힌다. 하지만 너무 가까이 붙으면 가시에 찔리고 만다. 쇼펜하우어는 고슴도치들이 “두 악마 사이를 오가며” 붙고 떨어지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서로를 견딜 수 있는 가장 적절한 거리”를 발견한다고 말한다. 오늘날 고슴도치의 딜레마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딜레마는 우리 인간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타인을 필요로 하지만 타인은 우리를 해칠 수 있다. 관계는 끊임없는 궤도 수정을 요하며, 매우 노련한 조종사 조차도 가끔씩 가시에 찔린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얼어 죽지 않으려고 다가가지만 서로 가시에 찔리고

결국 서로를 견딜 수 있는

가장 적절한 거리를 발견한다는 것,

관계는 끊임없는 궤도 수정을 요한다는 것

노련한 이도 가시에 찔린다는 이 문장에서

관계가 서툰 나는 희망을 보았다.


주제 '관계'의 마지막 주차

달님들의 글에서 '솔직'이란 글자를 여러 번 만났다.

관계에서 감정 표현을 솔직하게 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관계에서 '솔직'함이 중요한 가치라는 달님도 있었다.


나에게도 솔직, 진심은 중요한 가치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꺼내지 못한 진심이 쌓여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쓰기는 내 마음을 솔직하게 돌아보고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달빛서당 4기 주제는 성찰省察다.

성찰, 내 마음을 살펴보는 것은

나와 관계 맺기 위함이다.

건강한 관계의 시작,

나와의 관계를 돌보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글을 읽고 쓰는 과정은

나의 생각, 마음을 적절한 거리를 두고 살펴보게 하고

기록을 남기는 꼭 필요한 시간이다.


스스로와 마음에 드는 관계를 맺으면

타인과 관계에서 적절한 온도를 찾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한자, 논어 읽기, 글쓰기라는

내가 좋아하고 도움받았던 공부를

달님들과 나누는 관계,

그리고 이렇게 기록으로 남기는 성찰에서

내가 배우고 얻는 것이 많다.

앞으로도 계속해나가고 싶다.


풍요란 내가 나의 것을 축적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를 통해 흘러 들어오고 흘러나가는 그 흐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박혜윤 지음, 도시인의 월든 중에서


달빛서당 4기 모집 중 신청은 아래 링크에서

(4/15모집 마감)

https://blog.naver.com/crystia99/223064076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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