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달빛서당

논어 함께 공부하는 달빛서당 일지 3월 4일

지켜 봄

by 모순

오늘 아침 달빛서당 8기 마지막인

4주 차 씨앗 문장과 가이드 글을

달님들께 보냈다.


달님들과 논어를 다시 읽으며

음력陰曆으로도 새해를 맞았고

아이들은 개학開學을 했다.


긴 겨울의 끝

봄의 시작

그 시간과 이야기가

달빛서당에 담긴다.


논어에는 공자의 제자도 나온다.

지난주 함께 읽었던 씨앗 문장에는

공자가 제자 回(회)에 대해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子曰자왈吾與回言終日오여회언종일不違불위 如愚여우 退而省其私퇴이성기사亦足以發역족이발回也不愚회야불우

공자께서 말씀하셨어. "내가 안회와 종일 이야기를 나눴는데, 거스르는 말을 하지 않아 마치 어리석은 것 같았다. 물러간 뒤 그가 홀로 지내는 것을 살펴보니 또한 (내가 해준 말들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었으니 회는 어리석지 않다."

《논어論語》 제2편 위정爲政 9장


이 문장을 읽고 좀 놀랐다.

선생님 입장에서

학생이 거스르는 말을 하지 않으면

좋다고 생각할 것 같은데

그것도 2500년 전에

공자는 그 학생이 마치

어리석은 것 같다고 해서 말이다.


그리고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학생의 일상생활을 관찰하며

회가 어리석은 것 같다고 여긴

자신의 판단을 뒤집는 내용이 재밌었다.

어떤 사람의 반전 매력을 알게 되는 과정 같았다.


요즘 나의 고민은 어떤 것을 대할 때

드는 모든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여야지

생각하면서 동시에 판단을

내리는 것에 대한 찜찜함이 있었다.


예를 들어 저 사람(나 포함)의 그 생각과 행동에

~한 감정이 드는 것이

편견과 섣부른 판단 같기도 한 것이다.


그럴 때는 공자처럼 해야겠다.

어떻게? 일단 내 관심을 끄는 것이니

조금 더 지켜보자.


안회의 혼자 있는 모습에서
진심을 봤을 거라 생각해.
솔직한 모습이 진실되면
신뢰할 수 있지 않겠어?

공자는 회回의 태도에서
진심을 느꼈고
고칠 점 보다 좋은 점을
더 많이 보았고
그 점을 더 잘 펼칠 수 있게
이끌어주고 싶었을 것 같아

달빛서당 1기~8기 달님의 이야기 중에서


反省반성이란
내 안에 있는 나를 따로 떼어
하나의 현상하고 있는
실체로 바라보지만
또 한 편으로는
너무 많은 생각들에
빠지지 않도록 생략하여
바라볼 필요도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 같다.

달빛서당 1기~8기 달님의 이야기 중에서


씨앗 문장에 쓰인 省(성)에 대해

한 달님의 글을 읽으며

다음 장에 나오는 문장으로

달빛서당 4기에서 함께 읽었던

내용도 떠올랐다.

달빛서당 4기 기록


누군가를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지켜보는 것도 사랑같다.

내가 가졌던 감정과 판단을 내려놓고

좀 더 바라보자.


어리석다고 여겼던

누군가의 행동을 더 살펴보고

어리석지 않구나 하고

뒤집는 유연함과 나를 열어보는 기회를

만들어 가고 싶다.

그 과정에서 배우고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관찰이란 무엇인가. 섣불리 그 질서에 개입하지 않고 가만히 오래 지켜보는 것. 글을 쓸 때도 사랑을 할 때도, 아이를 키우거나 사업을 시작할 때도, 대상을 알고 이해하려면 얼마의 시간 동안은 가만히 바라보고 기록해야 한다. 그런데 그 가만히 바라보기가 쉽지 않다. 자세를 낮추고 지루함을 견뎌야 비로소 보인다. 생물과 사물이 지닌 그들만의 무질서와 혼돈이, 질서와 아름다움이.

김지수 인터뷰집,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 (동물행동학자 최재천-적당히 두려워하고 약간 비겁해지세요)



논어 함께 공부하는 달빛서당 9기(주제: 생명) 모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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