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인문학공간 달빛서당 12기 이야기
지난 주 달빛서당에서 함께 읽은 씨앗문장에서는 리듬감이 느껴졌다.
君子坦蕩蕩군자탄탕탕 小人長戚戚소인장척척
논어論語 제7편 술이述而 36장
군자는 평탄하여 여유가 있고, 소인은 늘 걱정에 휩싸여 있다, 蕩탕, 戚척이라는 한자가 각각 내가 알고 있는 방탕, 친척이라는 뜻이 아닌 다른 뜻으로 쓰이는 것도 흥미로웠다.
坦은 평탄하다는 뜻으로 마음이 고요하고 편안하다는 것이다. 蕩은 넓다는 뜻으로 여유롭고 관대한 모습이다. 군자는 천명을 거스르지 않고 이치를 따르므로 항상 편안하며 태평하며(君子循理, 故常舒泰) 매사에 열린 자세로 여유가 있다.
長은 늘, 항상, 길게의 뜻이다. 戚戚은 근심과 두려움이 많은 모습이다. 소인은 사물에 의해 부림을 당하으로 항상 근심이 많다. 군자는 자신을 위해서 주체적으로 사는데 소인은 외부의 시선에 집중되어 있어 안타깝다는 것이다.
김원중 옮김, 인생을 위한 고전 논어 중에서
군자라는 말을 쓰지 않은 논어 책, 군자를 버린 논어 ( 24년에 군자의 말들이라는 제목으로 개정판이 나왔어)에서는 君子坦蕩蕩군자탄탕탕 小人長戚戚소인장척척, 이 문장을 이렇게 번역, 설명하고 있다.
"성숙한 인간은 늘 시원시원, 좀팽이들은 언제나 조마조마 "
인간됨을 잘 수양한 지성인은 마음에 거칠 것이 없어 너그럽고 여유가 있는데 인간됨을 몰라 그저 태어났으니 살아가는 사람들은 세상만사 걱정 아닌 게 없어 늘 죽을상이다.
임자헌, 군자를 버린 논어 중에서
나도 늘 시원시원하고 싶지만 타고나길 자극에 예민하고 엄마가 되고 나서는 시간적 여유도 줄어들었다. 나를 소인으로 만드는 것 같은 조건을 데리고 살아간다. 그런데 그 조건이 나를 군자로 향하게 만들기도 한다.
예민하고 불안해 그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환경을 찾아가고 스스로 마감 약속을 정하고 지키려고 한다. 엄마로서 아이 돌봄과 내 일의 균형과 방향을 다시 찾아가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나는 여전히 기우뚱 기우뚱 하지만 괜찮다. 坦蕩蕩탄탕탕하고 長戚戚장척척한 나를 데리고 사는 건 나만이 할 수 있으니까.
경험을 통해 배우고 성찰하며 성장하는 군자와 그저 걱정하고 두려워만 하고 있는 소인은 결과가 다를 수 밖에 없지.
여유나 걱정은 누구나 있지. 나의 경우에는 체력이 있으면 걱정을 여유롭게 바꿀 수 있어.
...
내가 나의 마음의 주인이 된다면, 나는 여기서 말하는 바로 그 군자처럼 평탄하고 여유가 있어지겟지? 마음 공부 갈 길이 아직 멀었어. 인간으로 살아가는 동안 타인에 의한 , 외부에 의한 영향을 완벽히 피해간다는 것이 어쩌면 불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고뇌하며, 깨우치며, 더 큰 마음을 얻을 수 있기를... 그러기 위해, 나는 오늘도 논어를 공부하고, 독서를 할 거야.
...
군자와 소인의 차이는 결국 삶의 주도권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에 오는 게 아닐지 생각해 봤어.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으니 내가 하고 싶은대로 살 수 있을 것이고, 반면 걱정과 염려로 인해 마음이 분산되면 결국 나보다는 외부의 시선에 갇혀 삶의 주도권을 뺏길 수밖에 없을 거야. 삶을 주체적으로 살지 못한다는 좌절감에 만족감과 행복은 점점 멀어지겠지.
나는 늘 군자와 소인 사이를 오가며 살아.
달빛서당 12기 달님들의 이야기 중에서
子溫而厲자온이려威而不猛위이불맹恭而安공이안
논어論語 제7편 술이述而 37장
달빛서당 12기 마지막 씨앗문장으로 원래 다른 문장을 준비했었다. 그런데 君子坦蕩蕩군자탄탕탕 小人長戚戚소인장척척이라는 공자의 말 바로 다음에 공자의 행동에 대한 목격담이 이어지는 것을 보고 이 내용으로 씨앗문장을 바꿨다. 子溫而厲자온이려威而不猛위이불맹恭而安공이안,공자께서는 온화하면서도 엄숙하셨고 위엄이 있으면서도 사납지 않으셨으며, 공손하면서도 편안하셨다, 이는 공자를 곁에서 지켜본 제자들의 증언 기록이다. 공자는 자신이 이상향으로 삼는 군자를 닮아가는 사람이었어. 앎을 삶으로 실천하는, 이 대목에서 감동했다.
대립적 가치가 혼연일체하는 공자의 이야기에 "편안한가 하면 날카롭고 까다로운가 하면 따뜻하며 평범한가 하면 그 깊이를 헤아리기 어려운 작가" 라고 박완서 작가에 대해 쓴 고정희 작가의 글이 떠올랐다.
편안하면서 날카로울 수 있고 까다로우면서 따뜻할 수 있고 평범하면서 비범할 수 있다. 나도 나의 모든 감정, 모순, 빛과 그림자를 수용하면서 조금 더 나아지고 싶다. 그 과정에서 학인들과 함께하는 이 공부가 힘이 되고 방향이 되어준다.
달빛서당 12기를 마무리하면서 어제 새벽에 줌에서 만나 나눈 여러 이야기에 나는 감격했다. 논어를 공부하면서 더 큰 나를 만날 수 있었다는,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생산적인 기쁨을 누렸다는 그 감정이 나의 감정과 닮아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올해 봄 이렇게 연결되었겠지. 다시 함께 공부하고 나누게 될 여름을 기약해본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