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와 함께 한자, 논어, 인문학 공부
지난 달빛서당 12기 논어 큐레이션 주제는 감정이었다.
子曰자왈古者言之不出고자언지불출恥躬之不逮也치궁지불체야
옛날 사람들이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은 것은 몸이 (말을) 따라갈 수 없을까 부끄러워했기 때문이다
《논어論語》 제4편 이인里仁 22장
이 논어 문장에서 만난 감정은 부끄러움이다. 한자 부끄러울 치는 귀 이耳와 마음 심心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글자로 치부恥部, 치사恥事, 치욕恥辱, 수치羞恥, 염치廉恥 등에 쓰인다.
사람이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면 귀가 빨갛게 달아오르게 되는 것에 착안해 한자 恥이 만들어졌다는 설명이 있어 흥미로웠다. 머리, 언어로는 감정을 속일 수 있어도 몸은 정직하게 감정을 나타낸다. 부끄러워 빨개진 귀를 숨길 수 없듯이 말이다.
부끄러울 치恥가 들어가는 유명한 말로 불치하문不恥下問이 있다.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말로 이 또한 논어에서 유래하였다.
내가 이것을 모른다, 이것을 알고 싶다 등 나의 상태와 욕구에 대해 남에게 드러내는 것이 싫어 질문을 참을 때가 있다. 호기심과 부끄러움이 줄다리기를 한다. 그런데 요즘은 거의 그럴 일이 없다. 부끄럼 없이 물어볼 대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Chat GPT, 퍼플렉시티 같은 AI에게 마구마구 질문한다. 더 구체적으로 질문하기 위해 프롬프트라는 것도 배우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말로 표현하지 않은 수면 아래 욕망이 검색어로 수렴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AI에게 건네는 프롬프트가 나의 욕구를 반영한다. 그리고 미래에는 질문과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의 거리가 더 멀어질지 모른다. AI에게 물어보는 것은 어떤 감정도 실을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무언가 느끼고 몸이 반응하는 것이 조금 더 새롭게 느껴지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