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의 모순/22회/겉멋의 멋

by 모순


잘 다녀올게요


아이는 태권도장에서 준비한

애버랜드 소풍을 기다렸다.

전날 부터 가방을 싸고

눈 뜨자마자 친구들 사이로 달려갔다.


나는 남편과 수영장으로 향했다.

물속을 어슬렁어슬렁 걷고

헤엄도 쳤다.


아이 없이 노니

둘 다 아이 같아진다.

어른의 역할을 하다 지칠 때는

내 안의 아이가

봐달라고, 놀아달라고 하는 것 같다.

깔깔깔 정신 놓고 몸으로 놀다보니

어느새 아이가 여행을 마치고 올 시간이 되었다.



겉멋부터 들어 큰일이네


농담하는 그와

거울 속 자기 모습에 취한

여덟살 아들을 보며

겉멋도 좋다는 기분이 든다.


겉멋 :실속 없이 겉으로만 부리는 멋 (표준국어대사전)


실없이 놀리거나

장난으로 하는 말인 농담弄談도

일종의 겉멋 아닌가?

실속 없어도 멋을 느끼는

순간의 기쁨으로 충분할 때가 있다.


주 2회 주민센터에서

배우는 라인댄스를 할 때도

내 겉멋에 취한다.

스텝은 엉키지만

리듬과 흥에 몸을 맡긴다.

마스크 아래에서 입이 웃고 있다.

겉멋의 핵심은 자기만족이며

내 만족이 실속이다.

으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