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네가 어디에 있든 - 하현상
선택하지 않는 것조차 선택이다
많은 선택지들 앞에서 힘든 이유는 늘 최선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기로 한 것조차 선택이란 걸 떠올리면 지긋지긋하다.
결국엔 모두 다 선택이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군… 잠깐 체념도 했다가 조급함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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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나를 어디론가 밀어 넣는 것 같다.
시간조차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달려,
이렇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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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떻게 항상 최선을 고를 수 있겠나 싶다.
그냥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속 편하지 싶다.
선택이라고 생각하기 이전부터, 자연의 일부로 살아있기 때문에 굳이 ‘선택’이라는 단어에 얽매이지 않고 그냥 믿고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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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부터 최선을 고르려고 그렇게 애를 썼나…
생각해 보면 중학생 때부터 오지선다 답 하나 고르는 것조차 꼬장꼬장했다.
내 인생에 최선의 길을 상상하고, 계산 가능한, 교환되는 가치를 향해 걸었다.
바라던 것과 적절하게 교환되면 만족스러웠는데, 대부분이 그렇지 않았다.
역시 미래를 예측하고 현재 선택한다는 건 현자나 가능한 일이겠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가 더 귀할 때도 있었다.
가족, 친구, 건강, 잠, 웃음.
요즘은 계절이 바뀌는 게 실시간으로 보인다. 아침에 움트고 있던 목련이 저녁에 오니까 화사하게 피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