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uble - Troye Sivan & Jay Som
유튜브를 삭제했다.
아이패드에서도, 아이폰에서도 더 이상 유튜브 어플을 찾을 수 없다.
무의식적으로 집에 오면 소파에 앉아서 유튜브 보며 멍 때리는 걸 그만두고 싶어서 집에 오는 길에 삭제했다.
다들 유튜브 많이 본다, 많이 본다 하시지만 나처럼 헤비유저는 없었을 것 같다.
유튜브 삭제는 작년 여름부터 생각해 왔다. 아무리 짬짬이 본다고 해도 은근히 시간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게 유튜브 시청이다.
밥도둑도 아니고 시간도둑이다. 그 사실을 모두가 다 알고는 있지만 유튜브만큼 개인에게 최적화된 영상을 볼 수 있는 플랫폼은 없다. 그만큼 아주 재미있단 말이다.
작년까지는 재미가 시간 아깝다는 생각보다 우세해서 그냥 마음껏 즐겼다.
그리고 유튜브 어플을 삭제하게 되더라도 궁금한 채널은 인터넷을 통해서라도 볼 것 같기에 유튜브 어플을 삭제하지 않고 편하게 봤다. 근데 생각이 바뀌었다.
시간을 계산해 보니 내 인생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10분짜리 유튜브 영상 하나 본다고 할 때, 그 뒤 20분은 그 기억을 처리하는데 쓰인다. 나는 10분 본다고 생각했지만 30분을 쓰고 있는 셈이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가 다른 주제로 넘어갈 때 로딩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것 같아서 그런 점도 좀 불편하다.
유행에 뒤떨어진다, 남들 아는 거 나만 모르게 된다,는 단점이 있을 수도 있지만 나는 좀 중독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었다. 휴일 아침에 눈을 뜨면 스마트폰 잠금을 풀고 유튜브를 봤으니까.
유튜브 없는 세상에서는 좀 더 여유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안 하는 게 생긴 만큼 여유가 생겨난 것이다.
다시 유튜브 어플을 설치하게 되면 또 글을 써보도록 하겠다. 불편함에 의해 자발적으로 지운만큼 다시 설치하게 될 일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G-mail 로그인하는 과정에서 유튜브 계정으로 인증하는 절차가 있는데 그건 좀 번거로워질 것 같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