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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오십 Mar 19. 2024

심즈에서 철학까지.

Just for a While-Magnus Ringblom Quartet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EA 산하의 게임 스튜디오 MAXIS에서 만든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심즈.

2019년도부터 심즈 4를 했고, 2024년 오늘 심즈 3을 플레이해 봤다.


심즈 4를 하다가 2009년 작인 심즈 3을 따로, 18000원가량을 주고 플레이한 이유는 ‘오픈월드’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게임을 실행하면 마을 전체를 로딩 없이 자유롭게 다니는 게 불가능했던 심즈 4와 달리, 심즈 3은 자동차로 부지이동을 하고, 모든 npc가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심즈 3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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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월드가 주는 게임의 연속성은 강력하다.


심즈 4와 같이 어떤 부지로 이동할 때 마을 지도 창이 뜨고, 로딩창이 뜨고, 방문부지가 나오는 방식은 게임의 몰입감을 떨어뜨린다. 인생시뮬레이션 게임에서는 몰입감이 떨어지는 게 게임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인생’이 내포하는 특성인 연속성과 대조되는 비연속성이 생겨나기 때문에 인생 시뮬레이션의 느낌이 많이 떨어진다.


심즈 4가 그렇다고 재미없는 건 아니다.

심즈 4의 그래픽은 더 풍부하다. 캐릭터의 표정, 외모 커스터마이징은 심즈 3보다 더 낫다. 특히 건축은 심즈 3에 비해 크게 발전했다.


그럼에도 심즈 3이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은 플레이하는 심의 특성을 더 많이 부여할 수 있고, 입체적이고 개성이 뛰어난 캐릭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성격을 기반으로 심에게 자유도를 부여하면 플레이어가 캐릭터에 사소한 것에 일일이 개입하지 않아도 재미있게 상황이 흘러간다.


심을 만들면서 내가 부여한 그 심의 인생목표는 당장 하고 싶은 일(욕망)에 대한 행복포인트를 쌓아가도록 유도한다.

욕망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만난 NPC와의 관계, 일터에서의 과제(이벤트), 업그레이드하거나 새롭게 얻은 기술 등 심즈 3이 더 흥미롭다. 플레이어로 하여금 삶이 풍성하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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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심즈 시리즈에 대대로 존재하는 캐릭터들의 관계성, 스토리라인은 게임을 더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조금만 소개하자면 기본 마을에 기본 심으로 등장하는 유서 깊은 가문, 고트 가문이 있다.

‘성인’ 고트 벨라와 ‘성인’ 고트 모티머는 고트 카산드라, 고트 알렉산더 두 자식이 있다.(심즈 4)

‘어린이’ 고트 모티머의 어머니 아버지는 고트 군터, 고트 코넬리아다. ‘어린이’ 바첼러 벨라는 아버지 바첼러 시미즈, 어머니 바첼러 요카스타, 오빠 바첼러 마이클과 살고 있다. 고트 모티머와 바첼러 벨라는 소꿉친구다. (심즈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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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심즈 3은 심즈 4의 프리퀄 같은 느낌이다.


뿐만 아니다. 심즈 2에서는 모티머와 늦둥이 아들 알렉산더를 낳은 뒤 외계인에게 납치당하는 스토리라인이 있는데, 타임라인을 보면 결국 심즈 3(대과거) > 심즈 2(과거) > 심즈 4(현재)로 이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심즈 4는 심즈 3까지 이어지던 세계관과 다른 세계관이라고 한다.

이 사실 덕분에 심즈는 결국 멀티버스까지 갔구나..! 싶다.



+ 더 막장인 부분도 있다.


칼리안테 자매와 로사리오 돈은 깊이 얽혀있고,

벨라의 오빠인 마이클과 결혼한 킬리안테 니나(심즈 2)는 로사리오 돈과 불륜을 했고, 마이클은 자연사한다. 이후 니나는 벨라가 실종된 이후 모종의 이유로 급격히 늙은 남편 모티머와도 연인관계가 된다. 킬리안테 가족 가계부를 보면 증조부에 외계인이 있는데 벨라의 납치와도 연관이 있을 수 있다…


퍼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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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간에 이런 필연성과 우연성이 난무하는 심즈 세계관은 흥미롭다.

심즈 1,2,3,4를 묶어서 플레이하면 인생시뮬레이션에 시간여행, 추리물이 첨가된 어떤… 신박한 게임이 된다. 특히 각 시리즈마다 디자인이 다르기 때문에, 지금(2024)에서 적당히 레트로한, 과거의 느낌의 분위기는 어딘가 으스스하기도 하고, 여기저기 호기심이 생긴다.


‘낡았다’기보다 ‘현재의 세련됨’과 다른, ‘과거의 최신’이 주는 느낌이 새로워서 심즈 3 플레이는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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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의 역사를 타고 타고 올라가다 보면 계산기가 있다.


현대 컴퓨터는 결국 시뮬레이션이고, 확률의 계산과 연관이 있다. 실제로 그렇게 될 확률. 이 조건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이 범위에서 편차가 줄어들 수 있는가…

확률 probability 은 어떤 일이 일어날 가능성, 개연성이다.


우연적인 것의 우월성에서 생기는 개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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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재미있는 책 한 챕터를 읽었다. ‘철학, 개념 고대에서 현대까지(박준영 지음)’의 필연과 우연 챕터인데, 유한과 무한에서 로고스(법칙, 질서, 자연, 지성적 활동)와 모이라(불가피함, 불수의적.), 로고스에서 파시스(스토아 철학의 존재론, 자연), 물질적 운명(pneuma, 일원성), 윤리학에서의 탁월함, 우연의 반복에서 법칙을 발견하고, 필연이 되는 과정까지 모든 내용이 흥미로웠다.


 운명과 자유의지에 대해 심즈 3가 좀 더 잘 나타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심즈 4는 플레이하다 보면 심이 기계 같은데, 심즈 3은 좀 더 심이 인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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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현실 상황이 불만족스러울수록 내 운명은, 내 인생은 잘 흘러가고 있음, 좋은 감정 상태를 유지하는 ‘냉담함’, 이에 더불어 조심성을 가지고 원래 갖춘 대로 행동하면 될 것 같다.


필연성 영역의 운명적 질서를 사유와 행위로 시간을 붙잡는 카르페 디엠을 즐긴 하루였다.



+ 카테콘(과거), 데코룸(현재), 에우카이리아(미래)에 대한 문단도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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