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하기

*

by 이오십

미루고 미루다가 빌린 책을 연체 전에 겨우 반납했다.


나는 추운 겨울밤에 외출하는 것을 꺼린다.

우리 집에서 도서관까지 가는 길거리는 온통 밤에 술장사 하는 가게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술에 취한 사람은 여러모로 위험하다.

길거리를 다니면서 맡는 담배냄새는 지독하다.


하지만 1월 1일에는 도서관이 쉰다.

대출한 책 세 권의 반납기한은 오늘까지다.

12월 31일, 일 년을 마무리하는 날에 빌린 책을 제 때 가져다주지 못하면 1월 1일 아침부터 연체된 책을 보며 부채감을 느껴야 한다.

마냥 기다리자니 ‘역시, 내가 그렇지 뭐.’라고 스스로를 한심하게 생각할 것 같았다.

그래서 참을 수 없었다.


*


31일의 거리에는 행인보다 술 먹다가 담배를 피우러 나온 취객들로 가득하다.

연기는 공기 중에 흩어진다. 집에는 어린 자식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전기구이 통닭집 간판이 환하다.

외벽에 설치된 전기구이 통닭 기계가 윙윙 돌아간다.

대가리 없는 몸뚱이 다섯 개가 목과 엉덩이를 맞대고 일렬로 관통되어 있다.

꼬챙이를 중심으로 몸뚱이는 표면부터 바삭하게, 은은하게 노릇해진다.


얼굴이 까만 취객은 입가에 닿아있던 꿈을 던지고 어제 살았던 오늘의 전기구이 통닭을 조각조각 씹어 삼킬 것이다.

그의 육체는 한 해의 첫 날도 작년의 마지막처럼, 매달의 마지막처럼 그 자리에 그렇게 있을 것이다.

집에 돌아가 어린 자식들이 목에 매달려 “아빠, 담배 좀 그만 피워.” 해도 담배를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오늘 먹은 전기구이 통닭이 빙빙 제자리에서 돌기만 하듯이 그의 인생이 뱅뱅 제자리를 돌아도

그는 제자리에서 담배연기만을 피워낼 것이다.


그는 자기 자신이 노릇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조각조각나서, 온몸이 분해되어 누군가의 입으로 전달되기까지.

살아있는 동안은 그저 연기만 뿜어낼 것이다.



슬픔은 어떻게 다뤄야 하나.

함께 울면 조금 나을까.

없어진 것만큼 채워주면 나아질까.

그래도 같아지진 않을 텐데.

안아주는 품이 필요할 것 같다.

나는 안아주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다.

어릴 때부터 부족하거나 사라지거나 없어지면 누군가의 품을 찾아 안겼다.

모르는 누군가도 안아줘야 할 것 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지금 불안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