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농사도 데이터 기반으로 지어야 할 때_자작나무농장
작디작은 하나의 씨앗에서 여린 싹이 솟아오른 광경을 보고 있으면, 생명의 경이로움이 절로 느껴져요. 모래알 같이 작은 씨앗 속에 푸릇함이 숨어 있었다니 눈으로 보면서도 대견할 따름이죠. 여린 새싹은 생존을 위해 성장하는 과정에서 식감이 질겨지고 맛이 강해져 먹기 힘들어지는데요, 채소로 즐기기에는 한 달 정도 키운 어린잎이 적합해요. 각 채소의 영양을 품고 있으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거든요.
오늘은 최상의 어린잎채소를 길러내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부단히 익히고 적용하고 있는 자작나무농장 라학윤 대표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두레생협에 어린잎채소를 공급하는 자작나무농장은 어린잎채소를 중심으로, 고급 엽채류와 무화과나 블루베리 묘목재배를 하는 곳이에요.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자작나무농장의 첫인상은 여느 평범한 비닐하우스 농장과 비슷했어요. 대표님을 따라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가자, 밖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어요.
마치 농장이라기보다는 흡사 작은 연구실 같다고나 할까요. 모판에서 푸릇푸릇하게 자라는 어린잎채소들 주변에 스프링클러와 카메라, 각종 호스들이 둘러싸고 있었어요. 전문 업체에 일괄적으로 설치한 인위적인 스마트팜이 아닌, 하나 둘 기자재를 손수 추가해 온 대표님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곳곳에 묻어나는 공간이었어요.
“제가 스마트팜을 하려고 해서 한 건 아니고요, 농작물을 잘 키우려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하나둘씩 점점 추가된 거예요. 어린잎채소는 정밀하게 키우지 않으면, 성장이 완전히 확연하게 차이가 나거든요.”
갓 태어난 아이들이 우는 이유는 참으로 다양해요. 초보 엄마, 아빠들은 아기가 우는 이유를 몰라 당황하기 일쑤인데요, 급한 마음에 분유를 먹여보기도 하고, 허둥지둥 기저귀를 살펴보면서 아기를 달래곤 하죠. 이제는 아기의 수유시간, 수면시간, 배변시간 등을 그때 그때 기록할 수 있는 앱을 이용해, 아기의 필요를 보다 빠르게 파악해서 대처할 수 있게 되었어요.
어린잎채소도 갓난아이만큼 민감해요. 잘 자라다가도 물을 조금만 늦게 줘도 힘없이 고개를 숙이곤 하죠. 한 번 수그러든 어린잎채소가 다시 기운을 차리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해요. 뭐든지 예방이 최고이듯이, 최대한 외부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어린잎채소 농사의 관건이라 할 수 있어요.
“어린잎채소가 원하는 온도가 딱 있어요. 여름이면 시원하게 해 줘야 되고, 추우면 따뜻하게 해 줘야 되는데, 데이터가 없으면 농사를 못 지을 정도로 예민해요, 그래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게 열화상 카메라예요. 열이 부족한 데는 열을 넣어주고, 또 너무 좀 뜨거워한다 싶으면 빨리 시원하게 만들어 주려고요.”
라학윤 대표는 고정식 열화상카메라 외에도, 들고 다니면서 측정할 수 있는 이동식 열화상카메라와 하늘에서도 측정할 수 있는 드론식 열화상카메라 등 다양한 장비와 기술을 농사에 활용하고 있어요. 드론은 잘 보이지 않는 하우스 위쪽이 찢어져 열이 새는 곳을 찾는데 유용하다고 해요. 열화상카메라 외에도 인테리어 쪽 일을 했던 경험을 살려 레이저 수평계까지 농사에 도입하고 있어요.
“모판이 미세하게라도 수평이 되지 않으면 작물을 키울 때 태양광이 받는 각도도 달라져요. 무게 중심도 달라지니까 모판을 올려놓는 받침대가 견디지 못해요. 농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다 보니, 수평을 정확하게 잡아야 했고 마침 제가 써봤던 경험이 있으니, 레이저로 수평을 잡게 된 거죠.”
보통 농사를 지을 때는 농업용수나 지하수를 사용하는데, 라학윤 대표는 역삼투압 정수기로 걸러 사람이 바로 마실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한 물만을 사용해요. 단순히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수된 물을 사용했을 때 발아도 잘 되고, 채소의 식감이 훨씬 부드러워지기 때문이죠. 어린잎에는 물이 가장 중요한 만큼 휴대폰으로도 언제든지 물을 줄 수 있는 원격 스프링클러까지 설치했어요.
“모든 모판에 균질하게 물을 줘야 되는 상황인데 기계의 도움 없이는 안 되겠더라고요. 매번 하우스에 가서 스위치를 껐다 켰다 할 수가 없으니까, 휴대폰에다 연동을 시켜서 내가 원하는 시간에 정확한 양이 딱 들어가게 만들어 놓은 거죠.”
농사는 하늘과 동업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날씨의 영향이 매우 커요. 도통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올해 사과값도 작년 봄 꽃이 한창 피는 시기에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이 커요. 꽃이 제대로 수정되지 못한 채 우수수 떨어지니, 사과 열매 자체가 덜 열리게 된 거죠. 기후위기로 더욱 들쑥날쑥해지는 날씨에 맞서 농사를 짓기 위해서, 라학윤 대표는 데이터가 필수라고 강조해요.
“오래 농사지으신 분들이 말씀하시기를, 전에는 날씨 변화가 크지 않아 절기에 맞춰 농사지어도 어려움이 없었는데, 2000년대 이후로는 날씨가 예측이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기후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고 하다 보니 그때 그때마다의 정확한 기록이 중요한 거죠. 저는 제가 필요하니까 영농일지가 몇 권이 돼요.”
공대를 나온 라학윤 대표에겐 날씨 외에도 데이터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어요. 물을 뿌리는 노즐 하나를 구입할 때도, 여러 종류를 구입해서 실험해 보고 가장 결과가 우수한 노즐을 선택할 정도로, 농사와 관련된 결정에 실험결과와 데이터를 수시로 참고하며 농사를 짓고 있어요.
“모판에도 구멍을 10개 뚫어보고 20개 뚫어보고 30개 뚫어보고 베드를 깔아봐서, 그중에 제일 좋은 결과가 나는 걸 찾아요, 지금도 실험을 위해 대조군을 1년에 한 3~4개씩 동시에 넣어보고, 최고로 적당한 걸 찾고 있어요. 데이터 농사가 아니면 앞으로 살아남기 힘들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계속 실험해요. 지금도 마지막은 아니고, 계속 또 바뀔 거예요.”
어린잎채소는 주로 샐러드로 가볍게 물로만 씻어 먹는 만큼 안전성이 중요해요. 라학윤 대표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고 있어요. 어린잎채소를 수확하면서 버려지는 상토도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니, 자연으로 쉽게 돌아갈 수 있죠. 농사에 각종 기술이나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도 알고 보면, 농약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친환경 농사를 짓기 위함이에요.
“관행재배로 농약 같은 걸 사용하면 몸은 편하죠. 노동 강도가 지금보다 현저하게 줄어드는 건 사실이에요. 앞으로 30년 후를 본다고 그러면 내 몸이 망가질 것 같더라고요. 농약을 뿌리는 순간 그 온실 안에 화학 약품들이 떠돌아다닌다고 보거든요. 매일 온실에 들어가서 매일 흡수를 하게 되면 농축될 거고, 그럼 이제 제 몸이 악영향이 오는 거죠.”
“고래 같은 경우에는 수은 중독이 되게 심각하잖아요. 거꾸로 생각하면 사람도 마찬가지잖아요. 기준에 맞춰서 농약을 뿌린다면 괜찮다고 하는데, 계속 쌓이는 농축 개념이 들어가면 달라질 수 있다고 봐요. 더군다나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먹으면서 어렸을 때 화학약품에 노출이 되는 순간 그게 꽤 오래가잖아요. 친환경은 사람을 생각해서라도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최고로 신선하고 품질 좋은 어린잎채소를 위해 최신 기술이나 데이터를 받아들이는 것에는 적극적인 라학윤 대표지만, 오히려 빼기 위해 애쓰는 것도 있어요,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사람에게 유해하다고 알려진 것들은 배제하고 있어요. 씨앗부터 농약처리 되지 않은 종자를 골라서 구매하는 것은 물론, 기자재도 꼼꼼하게 따져가며 신중하게 선택해요.
“펌프도 일반적으로 주물로 된 걸 쓰는데, 저는 스테인리스로 된 걸 써요. 내부에 녹이 발생한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더 못 쓰겠는 거예요. 파이프도 PVC재질의 저렴한 파이프가 아니라 비싸더라도 LDPE 재질로 만든 무독성 파이프를 사용해요. 사람한테 해가 되는 거는 웬만하면 다 빼버리려고 해요. 하나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중이에요.”
가장 먼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피부를 느끼고 있던 사람들은 바로 농부들이에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날씨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농사를 망치기 십상이니까요. 수확량이 줄어들면 농부도 손해지만, 줄어든 수확량만큼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소비자 역시도 피해를 입게 되죠.
최신 기술과 데이터의 도움을 받아, 기후위기를 극복해 나가려는 노력과 더불어 씨앗부터 물까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선택하는 생산자의 깐깐함 덕분에 싱싱하면서도 믿을 수 있는 어린잎채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에 저절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수확할 때도 혹시 모를 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맨손 대신 매번 장갑을 갈아 끼는 생산자의 정성이 담긴 어린잎채소를 지금 두레생협에서 만나보세요.
“손님한테 좋은 것을 줘야, 준 사람도 뿌듯하잖아요. 이걸 먹어도 되나 싶은 것을 주면 저도 찜찜하잖아요. 자신 있게 권하려면 안전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