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 건 몰라도 두부는 맛있더라

까다로운 엄마에게 유일하게 인정받은 두부_콩세알

by DURE
생협에서 주로 뭐 사세요?


2022년 기준으로 두레생협에서 판매하고 있는 생활재 품목 수는 총 3,777개. 많고 많은 품목 중에서 늘 상위권을 놓치지 않는 강자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어요.

1)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제품
2)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는 높은 범용성
3)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
4) 뛰어난 맛과 품질

이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품목 중 하나가 바로 두부예요. 유통기한이 짧아 자주자주 사야 하죠. 부쳐먹고, 얼려먹고, 찌개에 넣어먹고, 데쳐먹고, 다양한 반찬으로 활용하기도 좋고요. 그뿐인가요. 콩 고형분 함량이 높아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뛰어나기까지 해요. 게다가 국산콩 100%이면서도 같은 사양의 시중 두부와 가격은 비슷하거나 심지어 저렴하기까지 하니 어찌 장바구니가 열리지 않겠어요.






특별한 곳(!)에서 만드는 두부

생협에 두부를 공급하는 콩세알은 강화도 북단 민간인 통제구역 안에 공장이 있어요. 코로나 팬데믹 전까지만 해도 공장에 한 번 들어가려면, 바리케이드 옆에 선 무표정한 군인이 어디 가는지 묻곤 했어요. 코로나 19 때문인지 이번에 방문했을 때는 군인 대신 CCTV 카메라가 지키고 있었어요.

공장에서 직접 두부 만드는 과정을 지켜봤어요. 콩을 불리고, 갈고, 끓이고, 간수를 넣어 굳히고, 잘라서 포장하니 두부 한 모가 금세 완성되더군요. 팔팔 끓던 콩물에 간수를 넣어 몽글몽글 응고시키는 모습은 마치 과학실험을 연상되었어요. 강하게 눌러 판두부 형태가 된 두부는 바로 찬물에 들어가 적당한 크기로 잘리고, 용기에 담겨 익숙한 모습으로 포장되었어요.


DSC03483_두부 굳히기.JPG

말 한마디의 무게

첨가물을 넣지 않고 전통방식으로 만든다는 말이 가지는 무게는 상상 이상으로 무거워요. 콩을 갈아 끓일 때 거품이 올라오는데, 보통은 소포제를 넣어 거품을 없애곤 해요. 첨가물을 넣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계속 젓거나 거품을 걷어내는 물리적인 방식을 고집하고 있어요. 두부를 굳히는 과정에서도 식물성 유지를 넣거나 레시틴 등을 넣어 빨리 굳히곤 하는데, 콩세알은 오로지 물리적인 힘으로 눌러서 굳히니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밖에요. 오늘도 된장찌개에 두부를 넣으면서 두부 만드는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전통방식으로 두부를 만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하는 콩세알 사람들의 땀과 정성을요.



우리. 같이. 살자.

두부와 순두부를 기본으로 요즘 인기 많은 면두부를 생산하는 콩세알은 우리나라 제1호 농촌형 사회적기업이기도 해요. 농사 이외에는 벌이가 변변치 않은 농촌에서 취약계층과 함께 먹고살 길을 찾으려는 나름의 시도였어요. 그러던 중 생협에 두부를 공급하게 되면서 나름 안정적인 판로를 갖추게 된 덕분에, 사회적기업 지원이 종료된 이후에도 운영할 수 있었다고 해요.

두부 공장이 안정화되면서, 콩세알은 사회적농장 운영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어요. 사회적농장은 네덜란드나 벨기에와 같은 유럽에서는 이미 케어팜이라는 이름으로 도입되어, 장애인이나 고령자의 사회적응과 자립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콩세알의 사회적농장에서도 장애인들이 식물을 가꾸고 열매를 수확하여 심신의 안전을 되찾기고 하고, 어느 정도 자조가 가능한 장애인이나 노인들에게는 직업훈련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어요.


KakaoTalk_20220513_125825128_10.jpg 방울토마토 묘목 돌보는 사회적농장





생협은 비싸다(?)라는 나름 경험에 근거한 편견을 가진 친정엄마에게 생협에서 파는 생활재를 사다 드리면, 맛있게 다 드시면서도 "양도 적고 비싸서 별로야"라고 좋은 소리를 못 듣곤 해요. 유일하게 두부는 몇 번을 사다 드려도 별말씀이 없으시더라고요. 심지어 "다 비싸고 그런데 두부는 맛있더라"라고 슬쩍 두부 주문을 재촉하시곤 해요. 서로 부족한 점을 끌어안고 함께 살아가려는 담백한 사람들이 만든 두부 한 모가 유난히 담백하게 느껴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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