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참외는 몇 % 인가요?

대한민국 0.1% 친환경 참외를 찾아서_성주벽진참외작목반

by DURE


“성주 = 참외”


성주 하면 참외, 참외 하면 성주, 마치 고유명사처럼 성주와 참외는 늘 함께 불리곤 하죠. 전국 참외 생산량의 70% 가까이가 경북 성주 한 지역에서 생산된다고 하니, 참외가 곧 성주고 성주는 곧 참외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 셈이에요. 성주에만 약 4,000 가구가 넘는 참외농가가 있는데, 그중 친환경 참외를 재배하는 곳은 약 40여 가구에 불과해요. 참외 1000개 중에 1개 정도만 친환경 참외인 셈이죠. 이렇게 귀한 친환경 참외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성주벽진참외작목반 생산자들은 어떤 분들일까 궁금해졌어요.





어젯밤에 있던 호수가 어디 갔지?

추위에 약하고 뜨거운 날씨를 좋아하는 참외는 한겨울에도 영상 12~13도 이상은 유지해야 해요. 예전에는 노지 참외도 있었다는데, 점점 빨라지는 출하시기에 이제는 비닐하우스 시설재배가 기본이 됐어요. 빈 땅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닐하우스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모습을 보면, 이정표를 보지 않아도 성주에 들어섰다는 걸 알 정도죠.


달과 별이 유난히 빛나는 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면 비닐하우스가 워낙 많아서 넓고 잔잔한 호수로 오해할 정도라면 믿기시나요. 언젠가 타지에서 놀러 온 친구가 그랬다고 해요. 어젯밤 넓은 호수를 분명히 봤는데, 내일 가봐야지 하고 다시 찾아갔더니 귀신에 홀린 것처럼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거예요. 호수가 있던 위치에 비닐하우스만 가득했대요.



눈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데

보통 농산물의 시세는 수도권에 있는 도매시장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예외적으로 참외만큼은 성주에 있는 공판장에서 경매를 통해 그날 그날의 시세가 결정돼요. 생산자들은 새벽같이 수확한 참외를 직접 싣고 공판장으로 가기만 하면, 성주까지 내려온 도매상들을 대상으로 참외를 바로 팔 수 있어요, 이렇게 생산자 위주의 도매구조는 매우 드물다고 해요. 성주가 그만큼 참외 생산량이 많고, 참외 주산지로서의 브랜딩이 확실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죠.


하지만 친환경 참외는 그런 흐름에서 살짝 비켜서 있어요. 귀하게 기른 친환경 참외는 가까운 공판장을 두고도 가지 못해요. 그곳에선 오로지 겉모습으로만 가치를 매기거든요. 두레생협과 같이 친환경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생협이나 친환경 급식시장이 주요 공급처예요. 문제는 예쁜 과일에 대한 편견은 공판장 도매상이나 소비자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거죠.


“친환경 학교급식에 참외를 보냈는데, 학교 영양사가 참외 크기가 일정하지 않고 겉이 깨끗하지 않다는 이유로 반품하겠다고 하는 거예요. 속에서 천불이 나더라고요. 당장 쫓아 올라가서, 영양사들 모아놓고 친환경 참외를 어떻게 키우고 뭐가 다른 건지 제대로 교육을 시키고 싶었어요.”
DSC08152_자연 그대로 모양의 무농약 참외.JPG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 자연수정 친환경 참외



기후위기로 벌이 사라지면

겨우내 추위를 견딘 참외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면, 친환경 참외 하우스 안에는 붕붕거리는 벌들의 날갯짓으로 분주해요. 친환경 참외는 벌을 이용한 자연수정으로 참외가 열리는데, 사람이 성장호르몬을 이용하는 인공수정과는 많은 점에서 달라요.


먼저, 자연수정은 날씨가 도와줘야 해요. 날이 흐리면 벌들이 거의 활동을 하지 않거든요. 특히 올해는 기상이변으로 흐린 날이 많아서 수정이 많이 늦어졌다고 해요. 게다가 토종벌 집단폐사의 영향으로 벌 구하기가 쉽지 않아 졌어요. 벌이 들어 있는 벌통 하나가 13만 원이었는데, 지금은 공급이 줄어들면서 35만 원으로 3배 가까이 올랐어요. 그마저도 원할 때 바로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한참 기다려야 받는다고 해요. 자연과 함께 농사짓는 친환경 참외 생산자들에게 기후위기는 남의 일이 아니라 생업과 직결된 문제로 다가오고 있어요.


DSC08114_벌을 이용한 자연수정.JPG
지금 먹는 참외가 자연수정인지 인공수정인지 쉽게 구별할 수 있는 방법 하나 알려드릴게요. 참외 씨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는데요. 자연수정한 참외는 씨가 굵고 딱딱한 편이에요. 반면, 인공수정한 참외는 씨가 무르거나 형태만 남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잘 발효된 퇴비에서는 OO이 핀다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라는 말이 있죠, 뭘 먹는지가 중요하다는 말인데, 참외도 마찬가지예요. 성주벽진참외작목반 생산자들은 참외가 먹고 자랄 퇴비를 직접 만들어요, 돈만 주면 언제든지 살 수 있는 화학비료와 달리, 제대로 퇴비를 만들기 위해서는 1년 전부터 준비해야 해요. 흔히 소똥 냄새가 고약하다고 알고 있는데, 사실 발효만 잘 되면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아요, 소똥과 왕겨에 수피, 참나무의 껍질 그리고 미생물을 넣고, 20일마다 한 번씩 약 10번 정도 뒤집어 주면, 200일쯤 지나 퇴비가 완성돼요. 발효가 잘 되고 있다는 건 버섯이 하얗게 피어올랐다가 사그라지는 걸로 확인할 수 있어요.


KakaoTalk_20230217_104230319_발효된 자가퇴비에서 자라는 버섯.jpg



‘내가 낸데’ 정신으로

경상도에는 ‘내가 낸데’라는 말이 있어요. 내가 난데 당연히 해낼 수 있지, 누가 뭐라든 내가 맞다고 생각해서 하는 건데 등등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낼 때 주로 쓰이는 표현이죠. 4,000 가구가 넘는 참외 농가가 있어도 친환경 참외 생산자는 0.1%에 불과하다 보니, 동네에서 유난 떠는 사람 취급을 받았다고 해요. “하우스를 늘리려고 해도 풀 많아진다고 논도 안 내주기도 하고요. 동네에서 돈 벌어야지 뭐 하는 거냐면서 손가락질도 받아봤어요. 농약 치는 하우스에 도망 나온 쥐들이 전부 우리 하우스로 몰려들어오기도 하고요. 그런데 농약치고 화학비료 쓰는 농사로는 돌아가지 못하겠더라고요, 제초제 치면 두드러기가 올라오고, 약 냄새에 머리가 아팠거든요. 친환경으로 하는 게 맞으니까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낸데’ 하면서 버틴 거 같아요.”


DSC08143_생산자 단체사진.JPG




"친환경으로 참외 재배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맛있게 잘 먹고 있다는 말에 다시 농사 지을 힘이 납니다." 남다른 길을 가는 건 그만큼 외로울 수 밖에 없어요. 가본 사람이 많지 않으니까요. 그렇기에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들의 한 마디는 더 큰 힘이 되기도 해요. 누군가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면, 지금 가는 길이 맞는지 헤매고 있다면, 풀밭에 길을 내는 심정으로 길을 걸어가는 그 사람에게 따뜻한 격려의 한 마디로 힘이 되어 주는 건 어떨까요.


아삭하고 달콤한 제철 참외는 다양하게 즐길 수 있어요. 얇게 썰어서 올리브유와 발사믹 식초를 곁들이면 샐러드로도 즐길 수 있고, 우유 얼음과 함께 갈아서 셰이크나 빙수로도 즐길 수 있죠.

시중에서 찾아보기 힘든 귀한 친환경 참외는 여기서 만나보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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