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근로자 박두릅 이야기2

by 박두릅

혹시라도 결과 발표에 착오가 있을까봐 메일을 받고 이틀은 혼자 조용히 기다렸다. 그리고 이틀 후에 실수가 아님을 확신하고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나만큼이나 면접 결과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엄마였다.


"엄마, 나 파서블 렌즈 최종합격했어! 다음달 1일부터 출근하래!"


"뭐? 진짜?!! 아이구~ 우리딸, 그동안 고생했다. 엄마 가게로 와서 같이 저녁 먹자."


엄마는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아파트 상가에서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다. 내가 초등학교 때 시작했으니 햇수로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다. 동네에서는 나름 잔뼈가 굵은 엄마였지만 공인중개사라는 직업은 특히나 경기의 흐름을 많이 타는 직업이고, 몇해 전부터 시장상황이 갈수록 나빠지는터라 엄마는 티 안나게 힘에 부쳐했다. 그러던 중 용돈만 타가던 내가 취업을 했으니 엄마로서는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일게 보였다.


집에서 가게로 바로 가면 가까웠지만, 일부러 버스를 타고 시내에 들러 간장게장을 포장했다.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집이었는데, 게장은 사먹으려면 왜 이렇게 비싼지 좋은 일 있는 날이 아니고서는 쉽게 엄두를 못냈다.



간장게장 1마리 (식사 포함)

大사이즈 45,000원, 小사이즈 25,000원



게 몸값이 내 시급보다 낫구먼. 속으로 투덜대면서도 大사이즈 2마리를 포장주문했다. 파서블 렌즈에서 받은 면접비와 얼마 되지 않는 통장잔고를 보태 결제를 했다. 마음이 든든했다. 양손 무겁게 엄마 가게로 들어서니 엄마가 미소로 날 반겼다. 오랜만에 보는 속 편한 미소였다.


"뭘 이렇게 사왔어?"


"저기 석자식당에서 게장 포장해왔어. 우리 여기 안간지 오래됐잖아."


"거기 비싼데, 뭘 사왔어. 그래도 오늘은 좋은 일 있으니 잘 먹을게.

내가 찾아보니까 말이야. 파서블 렌즈 거기 괜찮은 회사같더만. "


"그래? 왜?"


가게 문을 닫고 포장을 풀어 식탁에 깔며 엄마 얘기를 들었다.


"저기 봐봐라."


엄마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전에 없던 화사한 꽃바구니가 식탁에 새초롬히 놓여있었다. 바구니를 감싸는 광택감 있는 리본에는 '입사를 축하합니다.' '파서블 렌즈 대표이사 박제우' 이라는 글자가 좌우로 나뉘어 정갈이 쓰여있었다. 어제 축하 꽃바구니를 받을 주소를 보내달라는 문자메시지에 답장을 한 게 떠올랐다.


"저것 뿐만이 아냐. 거기, 기사 보니까 몇 년전까지는 매출도 계속 오르고 사이즈도 커진 것 같던데? 연봉은 얼마래?"


"모르는데?"


엄마가 나보다 회사 매출이나 급여 수준에 대해 더 관심이 많았다. 나는 구직이 너무 간절해 취업 그 자체가 목표였을 뿐 사실 이것 저것 재고 따질 겨를이 없었다. 초봉 역시 채용공고에 명시되었으면 땡큐였고, 그게 아니고서는 신입사원이 입사하기도 전에 감히 물어보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내가 받을 급여를 결국 계약서 쓸 때 알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전화해서 물어보라는 엄마의 잔소리를 뒤로 하고, 손에 비닐장갑을 꼈다. 단단한 게 껍질을 양손으로 힘껏 눌려 간이 촉촉이 배인 살을 짜내려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받지 말까하다가 혹시 회사려나 싶어 비닐장갑을 벗었다.


"여보세요?"


"아, 박두릅씨. 안녕하세요. 저 인사팀 나덕희 대리입니다."


"아 네! 대리님, 안녕하십니까."


"아..그 다름아니고 저희 팀장님이 통화 원하셔서 핸드폰 넘겨드릴게요. 잠시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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