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우연사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리뭉실 Nov 20. 2024

[우연사전]: (17) 미루다

우연히 발견한 단어로 필연한 문장을 씁니다.

미루다

동사

1. 정한 시간이나 기일을 나중으로 넘기거나 늘이다.

2. 일을 남에게 넘기다.

3. (주로 ‘…으로 미루어’ 구성으로 쓰여) 이미 알려진 것으로써 다른 것을 비추어 헤아리다.




오늘도 난 할 일을 내일로 미루었다.


난 원래 미루는 편이 아니다. 목표치를 끝내지 못했을 때 받는 스트레스와 다음 날까지 가져가야 하는 부담감과 불안감이 더욱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하루 더 앞당겨서 목표치를 세운다. 수요일까지 끝내야 하는 일이 있다면 화요일에 끝내는 걸로 목표를 잡는다. 그러면 수요일에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해도 스트레스를 덜 받고, 만약 목표치를 달성했다면 오히려 가벼운 하루를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당일까지 해야 하는 일도 꾸역꾸역 해내고 있는 중이다. 내일의 일을 조금도 건드리지 못한 사실에 막막함이 몰려오고 가끔은 잠도 안 온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하루에 해야 하는 일이 너무 많아서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일이라는 건 끝이 없기에 기한에 대한 마감을 계속 쫓기듯 지켜야 하는 상황이 반복될 텐데, 쉬지 않고 달리는 기분이라 자꾸 지친다. 끝이 없는 이 달리기를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걸까.


미루지 않기 위해서는 정해진 기간까지 최선을 다해 일을 마무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수행할 수 있는 기일을 정하거나 업무의 양을 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 뿐만 아니라 하루의 일과를 계획할 때도 지킬 수 있는 약속인지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미루는 행위가 반복되면 스트레스를 받는 건 물론이고 다음 날 해야 하는 일까지 누적되어 복구가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


사실 어떻게 항상 미루지 않고 계획을 지키겠는가. 미뤄야 한다면, 미루는 게 더 나은 판단이라고 생각된다면 미루는 것도 좋다. 하지만 역시나 내일의 일이 또 있기 때문에 미루는 게 쉽지 않다. 하루하루에 여유가 좀 더 있다면 좋겠다만, 뭐가 이렇게 바쁘고 해야 할 일이 많은 걸까.



매거진의 이전글 [우연사전]: (16) 건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