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우연사전

[우연사전]: (48) 고립

우연히 발견한 단어로 필연한 문장을 씁니다.

by 두리뭉실

고립 (孤立)

명사

1. 다른 사람과 어울리어 사귀지 아니하거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못하여 외따로 떨어짐.




‘자발적 고립’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작은 버스를 타고 고부랑길을 이리저리 지나가면 숲 속 언덕 위에 나무로 만들어진 집이 보인다. 제대로 된 정류장도 갖추어지지 않은 곳에서 하차하여 오르막길을 오르면 대문이 반겨준다.


버스 배차 간격도 길어 자유롭게 시내로 드나들 수 없는 곳이기에 타의적으로 고립된 공간이다. 하지만 내가 이곳에 오기를 선택한 것이니 자발적 고립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주변에 편의시설이 없는 건 당연하고 밤에는 가로등도 없어 꼼짝없이 방 안에만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곳에는 책이 가득하다.


방 안에서 책을 읽으며 하루종일 혼자 시간을 보냈다. 일상에서 누려왔던, 없어서는 안 될 것 같았던 것들이 많이 사라졌음에도 오히려 편안함을 느꼈다. 오히려 고립이 주는 통쾌한 자유로움이 나를 무겁게 했던 짐들을 내려놀 수 있게 도와주었다.


사람은 생각보다 고립되어 살아가기 쉽지 않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원하지 않지만 만나야 하는 사람이 생기고, 때로는 나의 영역을 침범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고립하기 위해서는 주체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그래야 온전한 나의 모습을 완전히 잃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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