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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곰살곰 Apr 15. 2021

셀프 리모델링,이제는 가구다!

신발장 만들기

2년 전, 중고거래 앱인 ‘당근’을 통해 리모델링 중인 아파트에서 철거하는 중고 싱크대를 구매했었다. 올 리모델링을 위해 내부 전체를 철거하고 있었는데 다른 필요한 것도 있는지 보고 이야기하라는 판매자분의 이야기에 남편은 붙박이 수납장의 문짝만 따로 떼어냈다. 어디에 사용할 거냐는 나의 물음에 신발장이나 수납장 만들 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설명을 해 주었지만 사이즈가 맞지 않아 오히려 짐만 되는 건 아닌가 싶었다. 물론 늘 그렇듯 걱정은 속으로만 하고 옆에서 철거작업을 돕는 나이다.

그렇게 가져온 문짝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공사를 하는 공간에 따라 이리 옮겨지고 저리 옮겨지기를 반복하다 드디어~!!! 마당으로 나오게 되었다. 신발이 넘쳐나는 현관이 눈에 걸렸는지 신발장을 만들어야겠다고 남편이 말해온 것이다. (아... 정말 기다리고 기다렸던 말이었다)

드디어 이곳에 신발장이 들어서게 되었다.

제작에는 6mm, 18mm MDF 판재와 셀프 리모델링하면서 쌓인 자투리 판재 그리고 철거 현장에서 가져온 붙박이 수납장의 문짝이 사용될 예정이다. 

신발장 측면 판으로 사용될 18mm MDF 판재를 재단한다. 판재를 반듯하게 절단할 수 있는 ‘테이블 쏘’라는 공구가 없으므로 알루미늄 자를 피스(나사못)로 임시 고정한 후에 원형톱을 밀착시켜 재단하면 반듯하게 잘린다.

그리고 각 층별 판재를 고정할 위치를 미리 표시해 둔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피스로 고정할 때 손쉽게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목공용 본드를 짜내서 뿌린 후 헤라를 이용해 골고루 도포한다. 본드는 접합면에 펴서 발라주는 것이 두툼하게 바르는 것보다 접합 강도가 더 좋다.

미리 체크해 둔 기준선에 맞추어서 판재를 맞추어 피스로 고정할 준비를 한다. 

MDF 판재는 피스로 고정할 때 넓은 면은 괜찮지만 모서리의 두께 측정 부분은 쉽게 갈라진다. 그래서 미리 피스가 들어갈 부분에 드릴 비트를 이용해서 길을 한번 내준 후 피스를 박는다고 한다.

조금 불편하지만 위의 과정을 거치면 이렇게 깔끔하게 고정이 된다.

기본적인 틀이 완성되었다. 그런데 만들어 놓고 보니 뭔가 이상하다. 잘 보이지 않지만 중앙 부분이 안쪽으로 조금 좁아져 반 아치형의 형태를 띠고 있다. 원인을 찾아보니 가운데 부분의 판재가 측정을 잘못해서 조금 작게 잘렸던 것이다.

남편의 세상 슬픈 표정과 분노가 뒤섞인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현실에서는 CTRL + Z가 없는 것을...

실수는 오래 기억할수록 아픔만 커진다.

나의 애정 어린 토닥거림에 기운을 차린 남편이 잘 못 만들어진 부분을 조심스럽게 해체하고 다시 판재를 자른다. 시간이 늦어 어두워질 것 같아 집 안에서 조립하기로 하고 모든 재료를 거실로 가지고 들어왔다.

다시 힘을 내어서 조립해 나간다. 뒷 판까지 모두 조립해 놓고 일단 작업을 마친다.

다음 날, 페인트칠을 위해서 프라이머(젯소)를 발라 주었다. 젯소는 페인트 접착력을 증대시켜주는 바탕제인데 수분에 취약한 MDF 판재는 페인트를 직접 바르는 것보다 젯소를 한번 발라주는 것이 좋다.

페인트칠까지 완성된 신발장 기본 틀을 거실로 옮겨 놓았다. 이제는 신발장 안에 들어갈 선반을 제작하려고 한다.

그동안 모아 두었던 PB 판재를 재단해 준다.

이사 온 후 지금의 집에 맞춰 가구 사이즈를 줄이거나 중고로 구입해 온 가구 중 필요 없는 부분은 따로 모아놨었는데, 폐기물로만 보이던 판재들이 남편의 손끝을 거치면 멋진 또 하나의 가구가 되는 마법이 펼쳐진다.

이제 조립을 해준다.

그리고 또 젯소와 페인트칠을 해 주고...

그리고 또 또 이렇게 조립해 주면 끝이 난다. 작업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기록하는 과정은 왜 이리 간단한지...


신발장이 완성되었으니 현관에 놓기 전 타일을 깔아야 한다. 인터넷을 열심히 검색해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검색해놨지만 남편은 ‘당근’ 앱을 통해 무료로 가져온 타일들이 쌓여 있기에 빨리 소진을 해야 한다고 한다.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란다.

밝으면서도 포인트가 될만한 타일을 하고 싶었지만, 눈물을 머금고 무난한 오른쪽 타일을 선택했다.

타일이 부족해 신발장이 놓이는 부분은 어쩔 수 없이 다른 타일을 깔 수밖에 없지만 어찌어찌 짜 맞추어 가는 것이 셀프 리모델링의 묘미라고 다시 한번 다독거려 본다.

현관이 넓지 않기에 거실과 현관의 단차를 이용해서 신발장 아래를 띄우기로 했다. 목재를 이용해 거실과 같은 높이로 고임목을 만들어 신발장을 올렸다.

이렇게 신발장이 놓였다. 이제 문만 달면 된다.

철거 현장에서 가져온 붙박이 수납장 문이다. 폭은 신발장을 만들면서 문의 가로 사이즈를 감안하여 만들었기 때문에 재단이 필요 없지만 높이는 어쩔 수 없이 재단이 필요하다.

경첩을 반듯하게 달고 신발장에 고정하면 드디어 신발장이 완성된다.

집에 있는 자재와 철거 현장에서 가져온 문으로 완성된 크고 넓은 새 신발장.

남편은 많이 부족하지만 그냥 잘 써보자고 하는데, 이보다 더 멋진 맞춤형 신발장은 없는데 왜 그리 겸손한지 모르겠다. 바닥에서 띄워진 신발장을 꼭 써보고 싶었던 나이기에 더욱 마음에 든다.


사실 모든 것을 직접 하다 보니 기다림이 길어지는 게 힘들 때가 있다. 가구도 직접 만든다는 이야기에 그냥 적당한 것으로 구입하면 안 되겠냐는 말을 했다. 서재에 놓을 책장도 부엌에 놓을 수납장도 안방 드레스룸까지 모두 직접 하겠다는 남편의 말에 반대도 했었다. 하지만 이제 남편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새로 구입 시 비용의 문제도 있지만 우리 집에 맞춤형이 아니기에 공간 활용에서의 문제도 있고, 그냥 놔두면 버려질 여러 자재를 활용할 수 있기에 힘들더라도 직접 만들겠다고 한 것임을 이제는 안다. 


문제는 금손 남편과 함께 하다 보니 자꾸만 눈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간단한 것 하나에도 감탄사를 날렸다면 이제는 '뭐 이 정도야 우리 남편한테는 식은 죽 먹기지'라는 생각에 요구하는 것도 생기고 기대치가 커진다. 남편도 느낀 건지 한 마디 해온다.


"자기 예전에는 칭찬도 많이 하고 그러더니 이제는 달라졌어요"


달라졌다기보다는 금손 남편을 인정한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신발장을 시작으로 부엌과 거실에 남편표 가구가 하나씩 채워지기 시작했다. 이어서 펼쳐질 가구 시리즈,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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