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언제까지 지금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요?
남편이 종종 하는 물음에 고마움과 사랑을 선물 받습니다.
20대에 만난 우리가 이제 몇 달 후면 20살이 되는 자녀를 둔 부모가 되었습니다. 마음은 아직도 남편을 처음 본 순간 설레던 그때와 다르지 않은데 어느새 내려앉은 흰머리와 주름이 현실을 보라고 꾸짖는듯합니다. 모르는 척 살아보려 하지만 어딜 가든 자연스레 '언니'라고 불리는 현실에 살아온 시간만큼 더 겸손하게 살려고 노력해야겠다 다짐하게 됩니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즈음 전업주부가 되어 13년을 '엄마'라는 이름에 집중하며 살아왔습니다. 그 시간 동안 한 번도 나의 선택을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경험하지 못한 따뜻한 가정을 만들어가는 시간이 즐거웠고 노력만큼 따라와 주는 남편과 아이들이 고마웠습니다. 아이들에게 늘 '나 같은 엄마는 없을 거야'라고 자신감 가득한 이야기를 장난 삼아 던지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도 이야기합니다.
"엄마 같은 엄마는 세상 어디에도 없지요"
물론 아이들이 생각한 이유가 내가 던진 말속 이유와 다른 방향 일 수 있지만 뭐 어떻습니까.
함께 웃고 사랑하는 '우리'이니 된 겁니다.
뒤늦은 나이에 다시 취직을 해보겠다고 공부하는 엄마가 안쓰러웠던지 얼마 전 아들이 한 마디 합니다.
"제 근무지역이 정해지면 우리 가족 다 같이 그리로 이사 가요"
엄마가 받게 될 초봉이 자신의 초봉보다 많지 않음을 잘 알기에 던지는 말이었을 겁니다. 그 마음도 예쁘다 싶었지만 가족과 함께 살 생각을 한다는 건 아이를 힘들게 하는 부모는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말 같아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습니다. 그거면 된 겁니다. 내가 바라는 '부모'는 아이를 힘들게 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아이를 힘들게 하거나 짐이 되는 부모가 되지는 않을 생각이기에 아이의 이야기에 농담을 섞어 대답합니다.
"이렇게 힘들게 집을 고쳐놨는데 어떻게 이 집을 떠나니. 그리고 엄마도 아빠랑 오붓하게 둘이서도 살아봐야지. 그냥 제일 많이 버는 사람이 고기나 사 오는 걸로 하자"
경제적인 부분이야 남들이 보기에 부족하더라도 우리가 생활하기에 무리가 없을 정도면 되기에 걱정은 없습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된 후 아이를 힘들게 하지 않고 짐이 되지 않는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는 부부가 되어야 합니다.
'주부'라는 이름으로 20년을 살면서 요즘처럼 편하게 밥을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학생 시절로 돌아간 듯 아침부터 오후까지 6시간의 수업을 듣고 자격증 시험 준비를 하고 따라가기 힘든 공부를 위해 늦은 시간까지 잠을 못 이루는 나를 위해 남편이 부엌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다정다감한 남편이라 주위에서는 요리도 잘할 거라 생각하지만 의외로 남편은 할 줄 아는 요리가 많지 않습니다. 주말에 가족을 위해 라면이나 볶음밥을 주로 하던 남편이 일주일 전부터 밥을 하고 국을 끓여 상을 차리는 횟수가 많아졌습니다.
혹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그러는 것일까 싶은 생각과 남편 혼자서 부엌에 있는 모습이 마음이 편치 않지만 남편은 늘 괜찮다고 합니다.
"자기는 그동안 평생을 해온 일이잖아요."
밥을 사 먹는 돈도 아깝고, 그 시간에 공부도 할 겸 수업 중 점심을 먹지 않고 있습니다. 다이어트도 할 겸 좋겠다 싶었지만 집에 오면 피곤함과 허기에 축 늘어지곤 합니다. 그런 나를 위해 남편이 달걀 프라이를 건넵니다.
간단한 음식 하나에도 정성 가득한 남편의 사랑에 피곤함을 잊습니다. 이런 남편의 사랑과 배려 덕분에 지난 주말 자격증 시험을 잘 보고 왔습니다.
코로나로 원격 수업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어제는 남편과 늦은 시간 산책을 나갔습니다. 동네 공원이나 한 바퀴 돌겠다 싶었는데 남편이 마트를 가자고 합니다. 걸어가기에 조금 먼 거리지만 손을 잡고 걸어가면 힘들지 않습니다. 남편의 허리를 감싸고 걷다 장난기가 발동해 옆구리를 만져봅니다.
"자기야, 뒤에서 보면 우리 20대 연인인 줄 알겠어요. 그러다 앞에서 보면 깜짝 놀라겠는걸요?"
"그래요? 오히려 중년의 부부이니 이런 스킨십이 더 자연스럽게 보여야 하는 게 아닐까요?"
"우리 언제까지 지금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요?"
"흠... 자기 그 말속에는 지금은 사랑받고 있음을 확신하고 있다는 건데 너무 자만한 거 아닌가요?"
"하하하.. 그런 건가요?"
시원한 바람이 느껴지는 늦은 밤 산책이 우리의 웃음과 함께 더 깊어갑니다.
다행히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는 부모'의 모습을 잘 이어가고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아이들도 이 모습이 가장 큰 부모의 사랑이라는 걸 느껴가고 있습니다.
"여러 경로로 부부의 모습에 대해 접하게 되는데 친구들 부모님 이야기를 들어봐도 그렇고...
우리 집이 좀 특이? 특별? 한 것 같아요. 우리 집 같은 가족은 없는 것 같아요."
아들의 이야기에 더 확신을 갖게 됩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만큼 더 남편을 존중하고 함께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함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