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타 할아버지

by 살곰살곰

"우리 딸은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언제까지 믿었어?"

"음... 전 초등학교 4~5학년 때까지는 믿었던 것 같아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딸아이와 산타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선물과 편지를 준비해서 트리 아래에 두곤 했는데 그 시간이 아이의 추억이 되어주었다는 사실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딸아이가 물어옵니다.


"엄마는 몇 살 때까지 믿었어요?"

"엄마는 산타 할아버지가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아 본 적이 없었거든^^;;"

"아... 너무 안됐다"


즐거움 가득한 시간이 갑자기 안쓰러움으로 바뀝니다. 아이의 말을 듣고 보니 아이들이 어릴 때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던 시간이 어쩌면 '어렸던 나'를 위한 시간이기도 했겠다 싶어집니다. 내 아이들은 어린아이의 순수함과 즐거움을 만끽했으면 했습니다.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버리고, 아이의 감정을 오래도록 간직하지 못한 나와는 다르길 바랐습니다.


며칠 후면 20살이 되는 큰 아이는 크리스마스는 쉬는 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듯합니다. 딸아이는 크리스마스트리보다는 알록달록한 알전구로 집안 곳곳이나 자신의 방을 꾸미길 바라긴 했지만 꼭 그래야 한다는 아닌듯했습니다. 이사 오면서 자리만 차지하는 트리를 버렸기에 남편 또한 올해는 따로 크리스마스 장식을 안 할 거라고 생각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집안을 작은 불빛으로 따뜻하게 채우고 싶었기에 12월이 되자마자 알전구라도 사자는 이야기를 남편에게 해왔습니다. 무슨 전구냐며 장난스레 받아들이던 남편이었는데 얼마 전 나를 위한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예쁜 알전구에 신이 나 어디에 꾸밀까 고민하다 현관 입구 쪽부터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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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 입구 쪽 수납장 위 액자와 화분에 장식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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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꺼져있어도 켜져 있어도 어찌나 예쁘던지요. 기존 액자와 식물과도 원래 세트였던 것처럼 잘 어울립니다.


이제 긴 전구 차례입니다. 남편은 나무를 트리 모양으로 잘라 벽에 세워놓을 수 있게 장식을 할 계획이라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크리스마스 때까지 완성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다른 작업도 많은데 크리스마스 장식까지 만드는 건 불필요한 시간이라는 생각도 들며 대충을 모르는 남편을 잘 알기에 다른 방법을 찾자 싶어집니다. 거실에 주렁주렁(?) 달고 싶은 나와 벽에 구멍을 뚫으면 보기 싫다는 남편, 우리 둘 모두가 만족스러울만한 방법을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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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 봉에 s자 고리를 걸어 꾸미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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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를 맞추기 위해 잠시 켜둔 불에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우와 진~~짜 예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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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전구 설치가 끝났습니다. 이제는 거실 전등은 켜면 안 됩니다.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나를 보며 남편이 웃습니다.


"아가씨 때는 전혀 이렇지 않더니 나이 들면서 달라지는 것 같네요"

"흠... 그랬나요?"


남편 말처럼 내가 변한 건지 아니면 원래 이랬던 나인데 삶의 다른 힘겨움이나 급한 일에 집중하느라 억누르고 있었던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정답이 무엇이냐가 중요하진 않습니다. 지금 즐겁고 웃을 수 있으면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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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바뀌는 불빛이 더 예쁜 것처럼 삶도 어제와 오늘이 다르니 더 추억할게 많아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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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서 보이는 불빛을 감상하느라 추위도 잊은 채 한동안 서있다 들어오게 됩니다. 코로나로 외출이 힘들어진 것도 있지만 우리 가족의 정성과 시간이 쌓이는 이 집이 어떤 화려한 여행지보다 멋지게 느껴집니다.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아 본 적도 믿어 본 적도 없지만 어쩌면 이 시간이 내가 받은 첫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의 산타 할아버지는 남편과 아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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