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tz : 결정을 위한 팁

by 두루주

프라하에 정착한 지 꼬박 일 년 정도. 이제는 생활 패턴이 자리를 잡아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여유가 생겼다. 그 덕분에 일주일에 한 번 씩 언어교환모임을 나간다. 사실 말은 언어교환이나 전 세계 각지에서 프라하로 모여드는 사람들이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자리이다. 매주 열리는 모임이기에, 꽤나 역사 깊은 고정 멤버들이 있는데 그 중 한 명이 오늘 소개할 Patz 다.


Patz 는 고등학생이다. 내가 너무 미안해서 기억해버린 그의 전부이다. 두 번째 만남에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보고자, 호기롭게 패츠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너는 공부하고 있어? 학생이라고 했나?" 패츠는 고개를 끄덕이며, "응, 공부하고 있어." 라고 답했다. 단 두 문장에 친해진 것 같은 착각을 한 나는, "전공이 뭐야?" 라고 되 받아쳤다. 그리곤 패츠는 말했다. "아...저기 나 고등학생인데". 순간 공기가 없어진 진공상태가 된 것 같았다. 미안하다고 해야하나 무어라고 해야하나. Patz 와 나는 이렇게 드문드문한 사이로 남았다.


다행히 그 순간을 넘기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혹은 나누긴 했다.) 어색할 때 나누는 대화 바이블에 따라, 취미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다, Patz 도 이 진공상태를 느꼈는지, 갑자기 난데없이 가방 속 주사위를 꺼내 보여주었다.


"나는 학교 끝나고 뭘 해야 할 지 모를 때 주사위를 던져. 주사위를 가지고 다니면 늘 결정할 때 도움이 되거든."


사람이 뜻밖의 물건을 뜻밖의 장소에서 발견하면 잠시 일시정지가 되던가. 주사위를 보고 잠시 멈춰선 나는 다시 물었다. "주사위로 어떻게 결정을 한다는거야?" 그러곤 Patz의 자세한 강의가 이어졌다.


"나는 학교 끝나고 요가를 할 때도, 피아노를 칠 때도, 작곡을 할 때도 있는데. 뭘 해야 할 지 모를 때 주사위를 던져. 예를 들어 5 이하가 나오면 요가를 하거나 6 이상이 나오면 피아노를 치는거지."


'이 친구 운명론자구나' 나는 속으로 독백 후에 다시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그럼 만약에 4가 나왔는데 너는 피아노가 치고 싶으면?"


"그래서 주사위를 가지고 다녀. 만약 4가 나와서 요가를 해야 하는데, 그 순간 '아....내가 진짜 요가가 하고 싶다고?' 라는 의문과 반문이 들면, 나는 무의식 중에 피아노를 치길 원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니까. 그 땐 그럼 피아노를 선택하기가 더 쉬워져. 그리곤 피아노를 치는거지."


Patz의 말을 들었던 순간, 이 얼마나 철학적이고 천재적인 젊은이가 다 있나 하는 존경의 눈빛으로 그를 보기 시작했다. Patz는 운명론자도 아니었고 괴짜도 아니었다. 순간 순간의 선택에서 내 무의식이 원하는 결정이 무엇이었는지를 알아내는 현명한 친구였다. 선택이란 늘 무엇이 더 좋은지 모르기에 그리고 내 마음의 소리를 못 듣기에 어려워지는 것이 아닌가.


언젠가 유투브에서 '결정에 관한 팁'에 대해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 (출처 : 아란TV) 그 분은 내가 내리는 결정이 제비뽑기를 한다고 생각해보라는 조언을 주셨다. 내 마음 속 제비뽑기를 했을 때, 랜덤으로 나오는 그 결정들이 마음에 드는지 아닌지를 파악해보라는 것이었다. 정확히 같은 원리를 사용하고 있었던 Patz. 주사위를 통해 내 마음에 가까운 결정을 내리는 방법은 실로 놀라웠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오늘 뭐 먹지 부터 시작해서 뭐 해먹고 살지와 같은 고민까지 늘 선택과 책임이 따른다. 물론 결정을 내릴 때, 가장 중요한 방법은 내가 내린 결정을 올바른 선택으로 만들어나아가는 것이지만, 그 뒷 이야기를 만들기 이전에 선택의 기로에 선 지금이 너무 힘들다면. 지금 당장 주사위를 굴려보시길! 내 마음의 소리가 어떠한지 조금은 알 수 있을테니 말이다.


에필로그


Patz :

"그런데, 가방에 주사위가 두 개라서 뭘 꺼내야 할 지 또 결정해야 돼."


Patz 야..! 그냥 아무거나 꺼내!


-때론 제일 빠르고 좋은 선택은 역시 '아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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