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좀 잘 풀려서 계속 프라하에 있었으면 좋겠네.
엄마는 내가 프라하에 계속 있었으면 좋겠어?
응
왜?
그냥 네가 더 행복해 보여서. 네가 거기 있는 것 좋다고 하니까.
그런가? 여기서 잘 지내고 있긴 하지... 그래도 좀 시간이 지나니까 이런 생각이 든다?
무슨 생각?
내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뭐 그런 거 있잖아. 내가 하고 싶은 것 하고 살고 싶은 데서 사는 것보다 가족들이랑 같이 보내는 시간이 더 중요한 건 아닌지... 그런 생각.
네가 아직 네 새끼 안 낳아서 그래. 네가 지금은 가족 하면 엄마, 동생, 아빠 이렇게 생각하겠지만 나중에 결혼하면 꼭 아기를 안 낳아도 새로운 가정이 생기니까, 이제 그게 가족인 거야.
아 몰라. 나는 결혼 모르겠어. 아기 낳을 생각은 더 없고... 엄마 나는 아직 어린가 봐.
나이 때문이 아니야. 나이는 중요하지 않아. 네가 일을 하고 독립을 하고 그러다 보면 그게 점점 되는 거야.
그런가...? 나는 내 몫 챙기는 것도 힘든데 내가 가족을 만들 수 있을까?
그치, 지금은 그렇지. 그런데 좀 자리가 잡히면 다 자기 가족을 만들고 하는 거야. 엄마도 봐봐. 할머니랑 만나야 한 달에 한 번, 그럼 일 년에 열두 번. 외삼촌이랑도 잘 안 보잖아. 다 자기 가족을 만들고 그렇게 사는 거야. 현주도 이제 그렇게 생각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네.
아이 왜 자꾸 그런 쪽으로 얘기해.
그냥 혼자 프라하에 있으면 외로울까 봐 그러지. 혼자 살면 외롭잖아. 프라하에서 잘 지내는 것 같아서 거기 있었으면 하는데 가끔 외로울까 봐 그게 좀 그러네.
그치...나도 가끔 생각한다? 여기에서 결혼하고 아기 낳고 계속 사는 상상. 아 그래도 나는 엄마는 못 될 것 같아. 엄마는 대체 어떻게 그걸 했대? 나는 엄마 못 하겠어.
엄마야 뭐, 너네가 다 알아서 컸지. 엄마는 별로 한 거 없어, 너네가 다 알아서 컸잖아.
알아서 컸을 리 없는 딸과 자꾸 딸이 알아서 컸다고 우기는 엄마의 대화. 엄마 없는 가족은 상상도 하기 싫은 딸과 딸이 엄마가 되는 상상을 하는 엄마의 대화. 이 대화가 서운한 것을 보면 나의 진짜 독립은 아직 멀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