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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 Jun 17. 2022

그리운 완도여행

 

  여행은  집으로 돌아갈 핑계를 찾기 위해 한번 나가보는 것이라는 말을한다.  돌아올 집이 있기에 여행은 값진 경험이다. 돌아올 집이 없다면 여행은 우리가 갈망하는 자유나 행복이 아닌 방황과 혼란이 될 수도 있다.  완도에 살았던  일년은  나에게 강렬한 추억과 즐거움 이외에도 충분한 휴식을 주었음에 틀림없다.

  내 얘기를 해보자면  가족여행은 기억속에 없다. 부모님은 사시사철 논과 밭에서 엎두려 허리가 휘도록 일하는 것을 마치 스스로 숙명처럼 여겼고, 일 이외의 즐거움이 존재하는지도 모른채 젊은날을 일에 바치셨다. 농촌에서 나고 자랐으니  섬 완도의 모습은 무척 생경했다.  고향이 고흥인 시어머니의 영향으로  남편은 전라도 지방에서 나는 병어나 황실이 찌개를 좋아하고 남도에 있는 섬들도 좋아했다.  우리부부는 종종 이런 얘기를 한다. 남편은 바다가 보이는 심플한 집, 나는 뒷산이 감싸 주는 심플한  집을 짓고싶다고. 우리 둘이 원하는 집을 합하면, 뒷산이 엄마처럼 품어주고, 앞 바다가 아빠처럼 너른 가슴을 내어주는 곳을 찾으면 된다.

   주말 부부를 하다가 내가 일을 잠깐 쉬게 되면서 남편이 있는 완도 관사에서 살림을 합쳤다. 남편이 완도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완도에서 초여름 이맘때 문을 열어놓고 닭을 삶아 먹었는데 이튿날 집에 큰 지네가 들어왔다, 섬에 처음 살아본 우리는 그쪽의 기후와 자연환경에 대해 잘 몰랐다. 오래된 학교 관사라 그런지 벌레들이 들어오기 더 좋았다. 벌레약을 사다 집 주변에 놓았는데도 간혹 아침 일어나보면  지네가 한 마리씩 죽어있는걸 발견해 기함하게했다. 어느 날 남편은 자다가 허벅지에 지네에게 물린적도있다. 길에서 잡은 지네를 술에 담궈서 관절에 좋다며 누구에게 선물을 해야겠다며 학교에 갖고가서 동료교사들을 놀래키기도 했다.

섬에는 바람이 무척 강하다는 것을 말로 아닌 몸으로 직접 경험했고,습하다보니 지네도 많은 것을 알게됐다.

  완도에 살면서 당시  국제 해조류 박람회가 있었고  이때문에 멋진 공원도 조성됐다. 매일 아침 바다공원을 걸어서 돌았다. 운동이 주였지만 걷다보면 제주로 오가는 페리호를 보게되면  마음도 팔랑팔랑거리곤 했다. 멸치나 다른 생선들을  멀리서 잡아들여오는  대형 어선들이 정박된 곳을 지날때면  나는 자주 걸음을 멈추며 넋놓고 그것들을 신기하게 구경을 했다.   완도 오일장은 그야말로 싱싱한 먹거리들이 넘쳐났다. 완도에서 처음 먹어본 해조류들이 많은데 그중 꼬시래기는 국수가닥처럼 생겼는데  데쳐 양념을 넣고 비비면 비빔국수 보다  맛났다.  이른 아침 시장에는 팔뚝보다 훨씬  삼치들이 모여들었고 그중 하나를 사다가 집에서 회를  먹기도했다. 완도하면 전복을 빼놓을  없다. 완도에 전복 양식장이  많아 원없이 먹었다. 완도에서 배를 타고 50 정도 들어가면 청산도가 나온다. 서편제 영화 촬영지와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져있다.  그곳 봄에 봤던 유채꽃밭은 정말 황홀했다. 청산도에서 먹었던 전복찜은 우리 부부에게 특별하다. 청산도 들어가서 사소한 일로 다퉈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처음 맛본 전복 맛에 반해 나쁜 감정도 스르르 녹아내렸으니 말이다. 지금은 나주에 사는데도 전복찜이 그렇게 먹고싶다. ‘ 건강의 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완도 답게  좋은 먹거리와  지친 마음이 쉬어가고 남을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거의 매일 바다를 보러 갔는데 고운 모래가 펼쳐진 명사십리 신지 해수욕장에서 아들이 모래성을 쌓던 날도 그립고, 돌아오는 여름에  가고싶다. 그때 우리가족은  걱정거리가 없었다고 생각되는데, 사실은 작은 걱정들을 잘게 부수어 등대에 나가 바다에서 그것들을 흘려보내버려서라고 봐야겠다.

  살면서 종종 완도의 바다, 등대, 낚시하는 사람들, 몽돌해변과 맛있는 해산물을 파는 식당과 시장 아주머니들과 어판장 경매 풍경까지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그런 기회가 남편 덕분에 왔고 우리는 그 속에서 다르게살아온 환경으로 인한 빈틈을 메꾸며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가끔 그곳을 떠올리며  앞으로 언젠가 그곳에서 더 살아볼 날도 있지 않을까 살짝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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